기고-4대악 피해자의 치유
기고-4대악 피해자의 치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10 18:18
  • 15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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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김해서부경찰서 장유지구대 순경
 

이동화/김해서부경찰서 장유지구대 순경-4대악 피해자의 치유


“이웃에서 멀어질수록 우리는 존재를 잊어버릴 만큼 캄캄한 어둠 속에서 우리 자신을 상실하게 된다”-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

업무 중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주로 4대악과 관련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다. 근무기간이 짧아서 불량식품 관련자는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대부분이 이웃과 멀어질 위기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었다. 집을 잃어버릴 위기, 가족에게 버림받을 위기, 범죄를 저질러서 처벌받을 위기였다. 그들은 위기로 인해 이웃과의 단절에 몰리게 되었다.

트라우마를 비롯한 마음의 상처나 부상과 같은 신체의 상처는 혼자서는 회복할 수 없다. 치유를 위해서는 연결이 필요하다. 전 세계 모든 심리치료의 목표는 타인과의 연결, 공동체의 회복이다. 자신이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면 사람은 고난 속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고된 운명을 절망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힘과, 한계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내는 힘을 가진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타인과의 연결이 아무리 의미있고 좋은 것이라 할 지라도 지역경찰관의 입장에서 4대악의 피해자나 가해자, 혹은 악성 민원인에게 그 중요성을 알리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완성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이 상담심리학의 기본 출발이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상담기술은 내담자 스스로의 통찰을 이끌어내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처음 만나는 민원인과의 연결을 형성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인지도식의 교육’ 이다. 인지도식이란 사람의 행동과 감정을 결정하는 사고구조다

따지고 보면 필자와 자주 마주치는 악성 민원인이나 범법자, 주취자들은 타인과의 연결에 서툰 사람들이었다. 서툴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인지도식이었다. 주로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진실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다’

자격이 없으면 사랑도 받을 수 없고, 그래서 자신은 존중받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믿음을 훈련받은 것 같았다. 그런 믿음이 연결의 의지를 빼앗고, 더 심각하게 나가서는 삶을 대하는 진지함마저 잃게 만든 것 같았다.

필자는 업무 중에 만나는 주취자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마음 속 상처도 많고, 모자란 부분도 많다. 그런 필자에게 한 가지 행운이 있다면 존중과 사랑은 거래의 댓가가 아니라는 것. 사랑받을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을 대할 때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하는 인지도식이 있다.

‘~임에도 불구하고’

이 도식은 사실 심리치료와 상담학을 비롯해 모든 인문학과 철학이 궁극적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목표에 가깝다. 무조건적이고 무차별적인 신뢰와 존중, 그리고 개방적인 태도이다.

가족들과 심하게 싸웠더라도, 심각한 범죄의 피해자라고 해도,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다녀왔다고 해도, 사업에 심각하게 실패했더라도, 병마가 찾아왔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타인과의 연결을 추구하고 수치스러운 마음을 드러내려는 용기를 가지는 편이 낫다.

자격에도 제한이 사라진다.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라 할 지라도, 때로는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믿고 자신의 상처와 아픈 부분을 개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저런 태도는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세계관을 좀 더 개방적으로 만드는 인지 도식을 배우게 한다.

“당신이 누구이고 어떤 입장에 있건 스스로를 존중할 것”-제이미 로스(심리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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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훈 2016-10-23 15:42:39
위의 기사처럼 우리 사람들에게는 공동체로써 어려움을 극복하고 행복을 지향할 수 있는데, 한순간의 갈등으로 관계가 틀어지고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피해자분들은 마음의 상처를 받아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피해자분들이 다시 한 번 일어서 웃으시기를 희망하고 가해자들에게는 보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피해자 학생분들을 응원하고 지켜봐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