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버려진 물건이 아니에요
기고-버려진 물건이 아니에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11 18:37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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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민/창원중부경찰서 신월지구대 순경
 

조종민/창원중부경찰서 신월지구대 순경-버려진 물건이 아니에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순찰을 하며 근무를 하고 있었다. 112신고 지령이 내려왔다. 가게 앞에 내어둔 물건을 도난당했다는 신고였다. 현장에 도착해 피해상황을 확인하니 곧 납품을 해야 하는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큰 철판인데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건을 잃어버린 주인이 애타게 찾은 흔적들이 주위에 붙어있던 “가져간 자는 얼른 되돌려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전단지에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다행히 가게 CCTV가 있어 녹화영상을 확인해보니 누군가가 손수레에 철판을 실어 옮기는 것이었다. 그 사람을 추적하여 만나보니 버리는 철판인줄 알고서 가져갔다는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납품해야하는 물건인 줄 알고 나서는 죄송하다며 보상을 해드린다고 신고자에게 사죄를 하고, 신고자도 형사처벌은 원하지 않아 손해배상으로 마무리 된 사건이 있었다.

길거리를 순찰하다보면 작은 손수레에 폐지를 힘겹게 주워 담아 생계비를 버시는 노인 분들을 이따금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힘겹게 자식들 키워내고 정작 자신을 위한 노후는 준비할 겨를이 없었을 분들이다. 꼭두새벽부터 부지런히 오가며 고된 몸을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과 함께 나태해져가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힘들게 하루 종일 모은 폐지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며 어마어마하게 쌓이지만 정작 돈으로 환산하면 몇 장의 가벼운 지폐일 뿐…. 그래도 그분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내일을 준비하신다.

이렇게 부지런히 사시는 분들인데 그분들이 절도범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리고 누군가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이런 분들을 절도범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 또한 얼마나 안타까운가.

가게 앞이나 집 앞에 내어놓은 철판같이 고물상에서 폐지보다 값어치가 나가는 재화(고철, 전선, 구리, 스테인리스, 기타 재활용품)가 있다고 해서 버려진 것이겠거니 하고 그냥 가져갔다가 앞의 사례와 같이 고물 값의 몇 배를 물어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기거나 형사처벌까지도 받을 수 있다. 고물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냥 들고 오기보다 번거롭더라도 주변 가게나 집 주인에게 버려진 물건인지 확인을 하고 가져가면 서로 좋지 않을까. 그리고 무심결에 아무생각 없이 내놓은 주인 역시 값이 나가고 필요한 물건인데 잠시 밖에 내놓았다면 메모나 표시를 하여 주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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