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배 경찰관의 역할이란
기고-선배 경찰관의 역할이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16 18:4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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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창원중부경찰서 기동순찰대 경위
 

이태호/창원중부경찰서 기동순찰대 경위-선배 경찰관의 역할이란


최근 경찰의 역할이 변하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복지가 사회의 문제로 떠올랐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의 과제가 복지이다. 경찰의 업무도 치안의 유지로부터 피해자 보호와 대민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걸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경찰의 임무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경찰관을 육성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신임 경찰관들은 다변화하는 사회에 맞도록 많은 소양을 쌓아야 한다. 나는 이러한 시대에 선배 경찰관으로서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곤 한다.

선배 경찰관은 리더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동료들과 함께 선배 경찰관으로서 관리 철학이 무엇이냐는 이야기에 대해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선배의 임무가 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들은 약간 당황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그럼 선배의 역할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선배는 리더십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리더에게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 뒤에서 “나를 따르라” 라고 할 수는 없다.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하급자들을 돌봐야 하고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급자에게 절대 요구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할 기회를 줘야 한다. 하급자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지닌 결점을 절대 하급자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고 하급자들의 공적은 확실히 알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하급자들은 어딜 가든지 나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나는 스스로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실 이런 철학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변화하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깊은 탐구가 필요하다. 후배 경찰관들은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서 대한민국 치안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그런 리더십 철학을 좀 더 구체적으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나는 항상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따끔한 충고는 개인적으로 주고, 칭찬은 여러 사람 앞에서 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원칙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선배들이 술자리에서 누군가를 비웃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면 자명한다. 당장은 웃을지 몰라도 속으로는 그 선배를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의 약점을 절대 보여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리더십의 기본원칙은 벌은 개인적으로, 칭찬은 공개적으로, 이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낙오와 문제점은 상부에 보고하되, 성공사례는 모두에게 알리는 것이다. 공개적으로 벌을 받고 체면이 깎인 후배는 그렇게 한 사람을 경멸한다. 상관이 개인적으로 자기 사무실로 불러서 어제 했던 행동에 대해 칭찬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칭찬이 감사하기는 해도 여러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해주길 바랄 것이다.

물론 동료들끼리는 서로 일견 유치해 보이는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은 가벼운 유머로 친밀감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리더는 누군가를 놀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절대 후배의 실수나 잘못을 농담 삼아 말하지 않고, 훌륭한 후배나 동료를 칭찬해주려는고 노력해야 한다.

항상 잘한 일에 대해 말하고, 개인적인 친목의 자리에서도 이런 일을 하려고 한다면 동료들은 다음번에 칭찬받을 사람은 자신일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이런 유형의 선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후배들은 선배가 조성한 분위기에 반해 함께 업무를 맡고 훈련이나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할 것이다. 결국, 후배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훌륭한 역량을 발휘하는 경찰관으로 성장할 수 있고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경찰관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간단한 원칙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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