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성취와 자기 완성의 삶
자기 성취와 자기 완성의 삶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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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수/민들레 공동체 대표
 현대인의 삶과 그 형태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세계관에 결정된다. 세계관은 세상과 자신을 보는 시각을 뜻하는데 종교적 이념이나 사회 발전에 대한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개인과 사회의 변화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생활양식 등은 크게 자기성취의 삶과 자기완성의 삶이라는 삶의 방향에 따라 그 발전 양상이 달라져왔다.

 우리의 삶은 말할 것도 없이 성취가 거의 최고의 가치로 인정되는 세상이다. 무언가 이룬게 없는 사람. 평생 살아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거나 인맥이 빈약하면 그 사람의 삶은 가치가 없거나 헛살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장애인이거나 태생적으로 주류사회에 편입하여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을 이류 혹은 삼류 인생으로 동정의 대상이 될 뿐이다.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20년 가까이 공부하는 주목적도 훌륭한 사람이 된다거나 간디처럼 진리를 실험하는 삶을 산다든지 하는 고상한 추구는 그 어디가도 듣기 어렵다. 세속적으로 표현하면 돈으로 가능한 세상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성공의 측도가 되어버렸지 않나.

 한사람이 평생을 씨름해서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오르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재산을 모으고 또한 남들이 넘볼 수 없는 학문적 업적을 이룬다는 것은 귀한 일이다. 그러나 공생공영(共生共榮)의 세계관이 만든 결국이 빈부격차, 환경오염과 파괴 그리고 폭력과 전쟁의 위기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못한 것을 알고 일본의 한 철학자는 공생공빈(共生共貧)의 사회로 되돌아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속도의 삶에서 느림의 미학을 회복하자는 슬로(slow)운동이 슬로푸드, 슬로시티 등 각종 슬로운동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세상이다.

 이제 식량위기, 끝없는 폭력의 도전, 기후 재앙의 끝자락, 에너지 정점을 지나서 인류에게 다시금 되묻고 있는 것은 이제는 성취만이 아니라 인간완성의 삶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도전이 조용한 혁명이 되고 있다. 미국의 문화 비평가인 루이스 멈포드는 현대사회의 구원은 수도원적 전통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대인이 수도원의 생활양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보존의 역할, 영성의 유지, 단순한 삶의 존중, 소외 계층에 대한 돌봄 등을 배우지 않는다면 현대문명의 위기는 피할 길이 없다고 역설한다. 돈과 물질의 소유와 축척에서 “나눔과 공공성의 확대와 삶으로, 경제발전과 외적성장에서 진정한 사회 구성원의 행복도의 증가와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삶. 무엇보다 자연이 착취와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인간은 자연의 청지기가 되어야 한다는 오래된 진리를 회복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자기성취에 몰두하는 사회는 경제가 주관심사일 수밖에 없고 자기완성에 몰두하는 사회는 종교가 주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기성취이든 자기완성이든 그 자체의 자기중심성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탁월한 종교집단이라고 믿었던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사적소유와 세습, 배타주의가 싹트고 발전과 성장에 매몰된 사회일수록 그 근본을 허무는 부패와 부정의가 내재된다. 

 자기성취와 자기완성을 함께 이루어나가는 사회와 개인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공동체성의 실현이다. 이것은 정책과 실무에서의 공공성의 확대일 뿐만 아니라 사람사람 사이에서의 인격의 공유로 표현된다. 그래서 균형 잡힌 사회는 장애우든 비장애우든, 가난한자든 부한자든, 의사결정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그들과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삶의 활력과 기쁨이 확인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일이다. 돈과 쾌락의 파트너, 자기 성취를 위한 파트너를 구하는 것에서 내 주위에 함께 웃고 장난칠 수 있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틈틈이 방문할 수 있는 죽어가고 병약한 노인네들이 내 주위에 있는지, 말도 통하지 않는 정신지체장애자들과 소위 바보라고 불리워지는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색하지 않는 내 몸의 자유로움과 행복함을 알고는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성취에서 자기완성으로, 소유에서 존재의 충만함으로, 외적과시에서 내면적 평화를 찾아야 할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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