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11)
칼럼-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11)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30 19:0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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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교/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ㆍ진주문화원 향토사 실장ㆍ진주향교 장의
 

정창교/문화재청 무형유산지기ㆍ진주문화원 향토사 실장ㆍ진주향교 장의-민요와 한국인의 삶/경남 민요를 중심으로(11)


지난시간에 이어서 경남의 비기능요에 대해 파악해본다.

비기능요는 일일이 그 종류를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거기에 사용되는 요사의 전승 방식이나 주 제재를 중심으로 크게 나누어 보면 가족관계요, 토착요, 사물요, 문자풀이요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가족관계요란 말 그대로 가족 관계를 주 제재로 한 노래, 예컨대 <달거리>, <사친가>, <사모곡>, <시집살이노래>, <권주가>, <환갑노래> 등이 이에 해당하겠다. <달거리>란 매월 매월의 세시 명절을 중심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된 노래를 말한다. <달거리>는 이미 죽어버린 임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거창·함양 등지에서 많이 전승되고 있다.

시집 간 딸이 친정 부모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사친가>라 하는데 경남지방 곳곳에서 폭넓게 전승되고 있다. 가족관계요는 혼자서 어떤 대상을 향해 독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므로 독창식, 음영식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시집살이노래>는 대개 시집을 가서 여러 가지로 구박을 받던 며느리가 시집을 뛰쳐나와 중이 되었다가 다시 돌아왔더니 시집 식구들이 모두 죽어 버린 뒤였더라는 줄거리로 되어 있다. 남해군의 <시집살이노래>에서 며느리는 시부모에게 직접적으로 도전하고 논리적 논쟁으로 승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합천 시집살이노래>를 들어본다.

‘힝아 힝아 사촌 힝아/시집살이 어떻더노/어라 야야 그 말 마라/시집살이 말도 마라/ (중략) /쪼끄만한 수박 식기/밥 담기도 어렵더라/중우 벗은 시동상은/말하기도 어렵더라’

가족관계요는 이별, 적대 등 이른바 마이너스적 관계를 노래한 것이었다면 술을 권하며 부르는 노래, 즉 <권주가>와 같은 것은 상대를 찬양, 고무하며 부르는 플러스적 관계의 노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경남에는 이런 노래가 많이 전승되고 있다.

다음으로, 한 지방에서 토착적으로 전승되어 오는 노래를 토착요라 한다. 경남 지방의 토착요로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밀양아리랑>, <진주이애미노래>, <의령자굴산아리랑>, <늑도자탄가> 등이 있다. <사천 신세타령-늑도자탄가>를 들어본다.

‘사천 늑도 구리섬이 사람 살기는 좋건마는/한 철에는 임 기리고 한 철에는 물 기리고/임은 종종 기리나만 물이나 퐁퐁 솟아주소/물이나 퐁퐁 솟나는 샘에 임의 빨래나 하고지야’

이 가운데는 오늘날 대중매체를 통해 전국적으로 전파되어 이미 토착요로서의 전승 범위를 넘어 버린 것도 있다. <밀양아리랑>과 같은 것이다. <아리랑>은 전국적으로 많은 유형들이 전승되어 오고 있지만 <밀양아리랑>이 가장 경쾌한 노래가 아닐까 싶다. 독립군의 군가인 <광복군아리랑>에 <밀양아리랑>의 곡조를 붙여 부른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밀양 밀양아리랑>을 들어본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동지섣달 꽃 본듯이 날 좀 보소/ (중략) /이리 좋노 와 이리 좋노 와 이리 좋노/밀양의 영남루는 와 이리 좋노’

또한 비기능요 가운데 그 종류가 가장 다양한 것은 사물을 주 소재로 노래한 사물요일 것이다. 이 역시 전국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민요이지만 경남 지역에서는 특히 <진금이타령>, <각설이타령>, <담바구타령> 등이 널리 불려 왔다.

<진금이타령>은 ‘내 돈 석냥 주라’는 앞소리에 이어 신체의 각 부위를 들먹이며 그것을 장에다 내다 팔아서라도 빚을 갚겠다는, 그야말로 엽기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는 민요이다. 사물노래로서 뭐니 뭐니 해도 경남지방에서 가장 많이 전승되고 있는 노래는 <각설이타령>일 것이다. 구포, 양산, 동래 등지를 전전하며 장이 서는 날이면 각설이패들이 그야말로 떼를 지어 몰려와 이 노래를 부르며 구걸을 일삼은 것이 그리 오랜 옛적 이야기도 아니다. 경남의 사물요 가운데 빠트릴 수 없는 것은 <담바구타령>이다. 담바구는 담배의 사투리이다. 요즘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게 일반화되었지만 담배는 민중들에게 고독을 다스리는 약이었다.

다음시간에는 문자풀이요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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