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국화 향기를 맡으며
아침을열며-국화 향기를 맡으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02 18:34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국화 향기를 맡으며


가을의 꽃이라고 하면 국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들에는 들국화가 향기를 내뿜으며 가을의 들판을 차지하고 정원에는 정성껏 가꾼 국화가 만발해 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울었나 보다.//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서정주 시인의 ‘국화꽃 옆에서’란 시로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유명한 시이다.

20여년 전 진주에 있는 학교에 근무할 때이다. 선생님 중에서 국화를 키우기 위해 정성을 들이는 선생님을 보았었다. 학교에서 배려해준 덕택으로 학교 옥상에다가 많은 화분을 갖다놓고 국화의 묘목을 심고 가꾸는데 여름방학도 없이 거의 국화 옆에서 살다시피 하였었다. 국화꽃의 송이를 크게 하기 위해서 작은 꽃몽오리는 일찍부터 잘라 주었으며 물도 잎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주었다. 그리고 꽃봉오리가 피어나 커져가자 철사로 꽃을 받칠 수 있도록 꽃받침대도 정성껏 만들어 받쳐주었다. 자기 자식을 돌보듯이 정성을 곁들였었는데 나중에 활짝 핀 국화꽃을 보았을 때 그 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마음과 정성이 함께 있는 듯 느꼈다.

진주시에서 11월 초에 진주종합경기장 주변에서 여는 국화꽃 전시와 함께 농업국제박람회에 간혹 참관하였는데 다양한 국화꽃을 볼 수 있었다. 화분마다 담겨 있는 모습이 다양할뿐 아니라 대형의 국화꽃을 피우기도 하고, 석부작이나 목부작을 만들어 전시하여 국화꽃의 아름다움을 향기와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맘때면 국화꽃을 더 생각하고 떠 올리곤 한다.

요즈음 나는 학교 교사(校舍)를 벗어나 화단사이와 뒤뜰 등으로 자주 돌아다녀 본다. 화단이나 학교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안전을 점검하기도 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일과이다. 그렇게 해서 어느 곳에 무슨 식물을 심고, 어느 곳에는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지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를 가꾸시는 주무관님의 손길이 학교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 것을 어느 곳이나 볼 수 있다. 특히 화분에다가 심어서 가꾼 것은 아니지만 화단이나 학교 교사(校舍)주변에 다양한 색깔의 국화가 아름답게 피어나서 향기와 함께 아름다운 꽃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학교가 온통 국화의 향기로 뒤덮인 듯하다. 학교는 가을이 된 것이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꽃 옆에서’라는 시처럼 국화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서 자연은 그렇게 힘들여 온 것을 생각하면 국화꽃은 소중한 우리들의 가을꽃인 것이 확실하다.

누구나 자신의 꽃은 아름다운 것이다. 따라서 국화꽃처럼 피우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이 주는 그 시련도 겪고 삶에서의 어려움도 이겨내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꽃도 모두가 다른 색깔로 다른 향기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다른 꽃들과 비교하며 똑 같이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지, 똑 같은 향기를 가지게 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항상 가슴에 새겨두고 가꾸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마다 특색있는 아름다운 가지가지의 색깔로 모두가 다른 향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진정한 어른들의 도리이자 사명이 아닐지…

하늘이 파랗게 드높고 오곡이 무르익어 풍성한 들판, 나무마다 잎들은 물들어 온통 산과 들이 울긋불긋 변해가는 가을, 오늘따라 국화꽃의 향기가 더 짙어오는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