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거창경찰서의 부실한 정정보도 요구
현장에서-거창경찰서의 부실한 정정보도 요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07 18:3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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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
 

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거창경찰서의 부실한 정정보도 요구


거창경찰서가 본지의 ‘거창 J병원 의료사고 논란’ 제하의 보도(10월 24일자 3면)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5일 ‘이 보도내용이 사실과 달라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정정보도 청구서를 보내온 것. 이 청구서는 경찰서장 직인이나 문서번호 등 공문서로서의 기본 요건도 갖추지 않은 것이었다.

경찰은 청구서에서 먼저 “(지난달) 20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담당 과장이 다른 사건과 착각 혼동해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했다고 얘기했다가, 재차 병원에 도착한 후 치료 중에 사망한 것이라고 정정했음에도 ‘병원에 오기 전에 사망했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변사자가 평소 지병이 있었다는 변사자 부친의 얘기를 전달한 것을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적시했다.

이 부분에 대해 당시 통화 녹취분을 재차 확인한 결과 통화 초기에 “(영양제 맞다 사망한 게 아니라 병원에 오기 전) 뇌에 문제가 있어서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이 명백했다. 이 발언에 대해 담당 과장이 ‘병원에 도착한 후 치료 중에 사망한 것’이라고 정정한 부분은 없었다.

또 뒷부분에 사망자 부친 얘기(과거 한 차례 진주 J병원 뇌 관련 진료 사실)를 언급한 것은 맞다. 이를 토대로 경찰 측이 뇌 관련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쪽에 무게를 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은 누가 이 기사를 봐도 알 수 있다.

또 경찰 측은 청구서에서 “(지난달)19일 형사2팀 사무실을 갑자기 방문한 기자가 기록 열람을 요청한 데 대해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 사건은 열람이 불가하다’고 응답했고, 20일 담당 과장과 기자의 통화 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사건 기록 열람은 불가하다’고 답변을 하였는데도 답변을 거부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한 당시 보도 내용은 ‘이에 사건 발생 직후 조사기록 열람이나 자세한 관련 설명을 요청하자, 담당 과장과 수사관은 “(수사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조사기록은) 열람시켜줄 수 없다”며 거부하고 관련 질문에도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다…’고 돼있다. 즉, ‘조사기록 열람을 거부했다’고 표현했고 ‘답변을 거부했다’고 표현한 부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거창경찰서는 ‘답변을 거부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이를 정정하라는 것이다. 보도하지도 않은 사실을 어떻게 정정해 달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이어 경찰 측은 부검과 관련해 “당시…경찰에서는…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 절차를 진행했음에도 마치 병원과 경찰이 결탁해 부검을 진행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도 내용은 ‘아울러 이들(유족)은 “많은 분들이 ‘이미 병원과 경찰이 합의(결탁)했을 거다’라고 한다. 처음에 우리가 부검을 안 한다고 했는데 자기들이 강경하게 부검을 하라고 해서 의뢰를 했다. 그런데 금요일(23일)에 탈상하고 나서 전화를 하니 계속 안 받았다. 월요일쯤 통화가 됐는데 이상하게 목소리가 너무 힘이 없었다. 뭔가 뒤가 켕기는 느낌, 이 경찰 왜 이래? 이런 느낌을 받았다. 그 다음부터 그 경찰이 전화를 안 받았다. 팀장이란 분도 처음에 강경하게 부검하라고 하던 그게 (태도가) 없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고 돼있다.

이는 유족 측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게다가 이 말의 맥락은 경찰 측 주장대로 ‘병원과 경찰이 결탁해 부검을 진행했다’는 말이 아님은 쉽게 드러난다. 애초 부검을 하지 않으려던 유족 측에게 경찰이 “사인이 뭔가 이상하다”며 규명을 위해 부검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해 유족은 그에 따랐다. 그런데 경찰이 얼마 후엔 통화를 피하거나 (부검을 권하던) 처음과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이에 주위 사람들이 “경찰과 병원이 합의했을 것”이라고 말들을 하니 유족 측으로서도 의혹이 일었다는 말이다. 어디를 뜯어봐도 ‘병원과 경찰이 결탁해 부검했다’고 해석될 내용이 없다. 경찰 측의 주장은 심한 비약이고 말의 맥락을 오판한 것이다.
당시 기사는 취재 기자가 관련자들을 방문 또는 통화 녹취해 그들의 말을 객관적으로 옮긴 것일 뿐, 사건에 대한 자의적 해석은 전혀 없었다. 취재 기자는 병원 치료 중 사망사건이 일어났으니 경찰 측의 초동수사 결과가 있을 것이고, 이를 확인해 사건의 전후 사정을 확인해보려 했다. 그런데 경찰 측이 관련 자료나 정보를 확인하려는 기자에게 비협조적으로 대하므로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을 뿐이다.

거창경찰서 측의 정정보도 요구는 모순투성이다.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거나, 기사의 맥락을 벗어나 요점과 상관없는 해석을 내려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경찰이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들이대며 고압적으로 나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럴수록 유족과 주민들의 의혹은 커져갈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고귀한 생명이 갑자기 숨졌고 유족들이 억울한 죽음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나 언론이 해야 할 본분은 사건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경찰이 적극적 객관적인 태도로 사인 규명에 주력하는지 유족과 관계자, 주민들은 그 추이를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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