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생의 스승님
기고-인생의 스승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08 18: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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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희/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도은희/경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인생의 스승님


내가 하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기쁘게 산다는 것은 나의 인생이라는 삶의 완성에 목표가 됩니다.

어른신들과의 인연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른 사연으로 존중과 삶의 지혜를 찾는 스승의 길잡이가 됩니다.

유년시절, 젊은 시절 때는 누구 부럽지 않는 삶을 사신 올해 86세의 국가유공자 유족이신 어머님은 일본에서 고등교육까지 받은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남들을 돕는 삶을 살았습니다. 안방에는 부녀회장 할 때 공로를 인정받아 노태우 대통령상을 받는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 분이 나이가 들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고 병들어 남의 손을 빌어야 되는 시점에 저를 만났습니다.

자식들이 살기 바빠 어머니를 돌보지 않자 기가 죽고 남 앞에선 별 말씀이 없다가 나를 만나면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습니다. 전쟁시절 아버님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울산까지 걸어서 걸어서 갔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눈시울을 훔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기가 막힌 소리를 자꾸 하시고 치매가 심해져 동네 사람들을 의심해 다들 힘들어 하시는데, 나만 보면 좋다고 나만 기다리시고 어느 자식 보다 저를 더 의지 했습니다.

드시는 약도 날짜와 시간을 챙겨야 하는데 어느 누구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식사를 챙겨드리고, 청소를 해드리고, 통장확인 하여 돈 챙겨 드리는 등의 서비스를 지원해드리고 치매로 인해 도장을 몇 번을 잃어 버려서 만들기를 반복할 때는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방문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재가복지센터에 연결하여 방문하도록 해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는 “네가 꼭 와야 되는데...”하시며 손을 꼭 잡고 우시던 어머니!

그 순한 눈빛에 마음이 아려서 한참 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2년의 인연으로 생긴 정을 떼어 내기 힘들어 하시는 어머님을 달래 드리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그 뒤에 들리는 소식은 그렇게 요양원은 가기 싫다고 절대 요양원은 안가겠다던 어머니셨는데 요양원에 가셨다는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요양원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전해 듣고는 얼마나 울었는지.. 힘들었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한동안 가슴이 아리고 막막했습니다.

이제는 연세가 너무 들어서 헤어짐이 가까워 오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끝까지 지켜 드릴 수 없는 일이지만 함께 한 시간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보훈섬김이로 인해 도움과 위로를 받기를 바라면서 저는 또 다른 인연의 스승님께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 모아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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