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여성농업인을 찾아서]통영시 욕지면 생활개선회 하은숙씨
[경남 여성농업인을 찾아서]통영시 욕지면 생활개선회 하은숙씨
  • 배병일기자
  • 승인 2016.11.10 18:36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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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공동체 조성, 대를 잇는 여성농업인 되고파

▲ 힘든 농사일에서도 늘 미소를 잃지 않는 하은숙씨
바닷바람 스치는 즐거움 있는 곳 바스락농원 대표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 멘토로 고구마 감귤 등 재배
‘무무’ 베이커리 카페로 로컬푸드 가공 사업도 성공
섬지역 농업공동체 만들어 특산품 가공 개발 노력

◆다시 내 삶의 터전이 된 욕지도
통영 육지에서도 뱃길로 한 시간, 남해안에서도 먼 섬 욕지도…. 지금은 그나마 여객선 운항이 잘되어 큰 어려움이 없으나, 중학교까지 섬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시내로 탈출하듯 진학할 때만 해도 내 삶의 터전이 다시 이곳이 되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어린 시절 욕지 섬에 정착하신 아버지께서 그 어렸고 젊은 시절의 일가친척 하나 없이 살아내신 설움들을 보상받으려 억척으로 땅을 일구실 때, 그 곁을 지키던 4남매 중 그 어느 누구도 다시 이 땅 위에서 흙과 함께 뒹굴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다.

부산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여자로서 미래를 어느 정도 보장 받을 수 있는 물리치료사라는 보건 전문인이 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욕지면민이 되리라고는 절대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오년 전 다시 욕지 섬으로 돌아왔고 ‘섬 것 되지 말고 뭍 것 되라’ 하시던 아버지께 걱정만 한껏 안겨드린 채 우리 가족은 섬 것으로 지금 5년째 살아가고 있다.

▲ 깨끗한 자연을 자랑하는 통영 욕지도 전경
◆12년 전 막연한 귀농의 꿈, 하지만 거듭된 실패
부산에서 학교 선후배로 만나 시골 생활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남편의 스무 살 때 꿈이 막연하게 전원에서 살아가는 삶이었다.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12년 전 그만두고 귀농을 준비한다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친환경 농산물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5년 정도 경제적 가장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는 남편의 출사표에 고심 끝에 결혼과 육아로 그만두었던 병원을 다시 다니게 되었고,  시기적으로 너무 앞서 나갔던 친환경 유통사업 실패로 집안 살림은 많이 기울어져만 갔다.

거듭된 실패에도 농업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고, 2011년 막내 아이의 갑작스런 백혈병 발병으로 시작된 입원 치료로 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을 맡아 봐 줄 곳이 없어서 먼저 딸을 친정으로 보내게 되었고, 남편이 뒤이어 섬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생명 농업의 길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남편, 그리고 병원에서 투병 중이던 작은 아이와 나까지 아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가족은 흩어졌으며 절망은 커져만 갔다. 막내 아이가 퇴원함과 동시에 가족 모두 섬에서의 농촌 생활이 시작되었다.

섬으로 귀농 후 온 가족이 모여 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하는 스스로를 돌아 볼 귀중한 시간이 되었고, 지친 삶을 소박한 행복으로 바꾸는 계기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 통영 욕지도 특산물인 고구마 농사를 하고 있다.
 
◆고구마 전업농이신 아버지는 나의 영원한 멘토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둘러싼 4600㎡의 과수원과 그 주변의 작은 고구마 밭을 사들여 총 1만㎡ 면적의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농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고구마를 주 작목으로 농장을 운영 하시는 부모님께 농사일을 배우고, 부모님의 농장을 함께 일구는 복합 가족농이다.

고구마 전업농으로 평생을 농사일 하신 아버지는 현재 욕지고구마연구회조직 리더로서 활동하시며, 감귤, 땅 두릅 등 욕지도의 지리적 특성에 맞는 여러 품목들을 발굴하여 여러 농업인과 재배기술을 함께 연구하고 발전해 나가시기에 좋은 멘토가 되어 주신다. 통영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한 농업인 정보화 교육 때 배운 지식으로 나만의 블로그와 SNS를 통해 부모님이 애지중지 키우신 농작물을 직거래로 80%이상 판매를 하고 있으며 나의 주 업무이기도 하다.

◆욕지도만의 특별한 맛, 욕지고구마·감귤 가공품 개발 매진
짧지만 지난 4년 동안의 농업 활동을 바탕으로 내가 직접 생산한 농작물의 고부가가치 향상을 위해서는 가공품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이 옳다는 확신으로 욕지도에서 생산한 고구마, 감귤 가공 시설을 갖춘 작은 베이커리 카페(무무)를 오픈했다.

‘무무’는 무언가 더하지 않는 것, 무언가 일부러 만들지 않는 것,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즉 무무에서 만드는 음식, 빵, 농산물이 그러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욕지도 특산품인 감귤로 감귤 잼을 제품화하였고, 주작물인 고구마를 활용한 제빵, 제과 그리고 여러 가지 디저트들 중 최적화된 레시피를 찾기 위해 서울과 부산의 관련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연구 개발 중에 있다. 

▲ 하은숙씨는 직접 생산한 농작물을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로 ‘무무’베이커리 카페를 오픈했다.
◆섬마을 공동체 만들어 대를 잇는 여성농업인 되고파
고부가가치 융합산업이 새로운 미래의 좋은 양분으로 인식되어 관련 기관과 연구 및 개발에 많은 지지와 지원하고 있지만 섬 지역은 아직 창업농에 대한 인식이 단순한 귀농, 귀촌과 혼재되어 좋은 아이디어들이 시장에서 경쟁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사라져 가고 있는 것 역시 농업 전체로 본다면 아쉬운 인식 장벽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금 시작한 ‘무무’라는 브랜드의 로컬 푸드 가공 사업이 제 궤도에 올라 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고령화 되는 농촌에서 특히나 고립된 섬에서의 노동력 문제를 풀어낼 함께하는 섬사람 공동체를 만들어 농산물을 계획적으로 생산하여 욕지도의 특산품을 활용한 많은 가공품을 개발하고 노력한 만큼의 수익으로 우리 아이들 역시 대를 이어 농업을 선택할 수 있을 그리고, 내가 자신 있게 농업을 물려줄 수 있을 농기업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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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자 - 박미선 농촌지도사 (통영시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욕지도만의 농산물 브랜드…농업 미래 기대  

4년 전 통영시내에서도 배로 1시간 거리인 욕지섬에 젊은이라고는 찾기 힘든 젊은 아낙네가 그것도 그 험한 농사일을 미소지으며 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고 당차보였다. 그 밝은 미소가 힘든 가정사를 이겨내고 부부가 합심하여 같은 목표점을 가지고 노력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생각해본다.

‘열정을 가진 자, 꿋꿋이 한 길을 걷는 자, 목표가 있는 자의 미래는 밝다’이 젊은 부부를 보면 생각나는 말이다. 욕지도 농산물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욕지도 섬 전체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경상남도농업기술원, 통영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교육에 열일 제쳐두고 배를 타고 버스를 타서 참석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늘 박수 보내고 응원하고 싶다.

또한 혼자가 아닌 함께 상생하는 공동체를 위하여 지난해 욕지면생활개선회에 가입하여 농촌여성의 권익향상에 앞장서고 농촌여성들의 잠재적 역량개발과 소득향상을 위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여 늘 배우고 협력하여 지역 농업발전에 이바지하는 모습이 욕지도 농업의 미래, 더 나아가 통영농업의 미래가 한층 기대되는 이유다. 배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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