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탄의 녹차 마을 삼촐링
시론-부탄의 녹차 마을 삼촐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13 18: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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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부탄의 녹차 마을 삼촐링


히말라야의 보물섬 부탄(Kingdom of Bhutan)에도 지리산 자락의 하동지역 산기슭 야생녹차 밭과 닮은 조그마한 녹차 마을이 있다.

삼촐링은 중부지역 투롱사의 한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60~70년대의 생활상으로 해발 1800미터이지만 북위 28도의 위치라서 우리나라보다 적도에 가까우며 겨울에도 유채꽃이 핀다.

죽순도 12월에 볼 수 있다. 투롱사를 지나는 길목에는 손바닥 선인장이 지천이다. 그리고 우리가 마트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작지만 바나나도 생산되고 길모퉁이 노점에서 팔기도 한다.

여름에는 히말라야 산맥으로부터 내려오는 눈 녹은 물이 풍부해서 수력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전기는 이 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이며, 외화획득의 한 수단이다.

필자가 처음 부탄을 방문했던 2007년 여름에는 이곳 삼촐링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기반시설이 전혀 없던 때여서 해가지면 모든 일상이 어둠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어둠속의 하늘은 더욱 맑고 밝게 빛난다. 초롱초롱 하늘에 매달아 놓은 별들은 손만 내밀면 북극성도 쉽게 딸 수 있을 것 같다. 원시 그대로의 생활이 그들의 마음조차 평온하게 하나 보다.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로 분류하는데 자신들은 특별한 욕심을 갖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세상살이를 많이 겪어보지 못해서 가 아닐 텐데 선한 표정의 얼굴이 모두가 신선이다.

오늘 우리나라는 백만 정도로 추산되는 백성들이 운집하여 국정농단을 이유로 촛불을 밝히는 광화문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우리도 예전에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어도 행복했었는데…

부탄 정부에서는 제5대왕의 즉위와 함께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농림부 CoRRB에서는 낙후된 마을의 수입증대가 그들의 행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동인으로 판단하고 지역 특성에 적합한 작목을 선정하는 일들을 수행 하였다.

특히 이 곳 삼촐링 마을에는 제2대 왕이 차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는데 100년 이상 된 차나무가 한 농가의 정원수로 심겨져 있다. 부탄 농림부 상게이 넵덥 장관은 이를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방문하였고, 경남과학기술대학교와 인연을 갖게 되었다.

이후 필자는 농림부의 국제농업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차나무의 활성화를 통한 농가수입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농민들의 동의를 얻었다. 100년 차나무의 종자를 사용하여 발아시켜 이를 종묘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처음에는 빠른 증식을 위하여 삽목을 시도하기도 하였으나 실패 하였다. 인도의 아샘 지역 종묘를 들여올 것도 고려하였으나 이 지역 특성에 적합할 수 있을지도 고려하였다.

녹차다원을 조성하여 차(茶)를 생산하는데 기간이 많이 소요되더라도 현지 차나무 종자를 사용하고자 했던 결정이 지금도 잘 한 것이라 생각한다. 현장 적응능력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이다. 조금 빠르게 가는 것 보다 늦어도 잘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약 6만평 규모로 조성된 다원은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 같다. 농민들은 현재 생산된 녹차를 정부기관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 봉지를 판매할 때마다 1%의 금액을 적립하고 있으며, 녹차생산자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삼촐링 마을은 ‘미니 코리아’의 별칭이 붙여졌다. 대한민국의 지원에 의하여 3층 건물을 완성하였고, 그 1층에는 덖음솥, 유념기 및 제다에 필요한 기구들이 비치되었다. 2층에는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6개의 게스트하우스와 고속도로와 접한 3층은 차를 시음하고 판매하는 매장이 설치되었다.

차나무는 자라고 있지만 국제농업협력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다른 형태의 지원이 필요한데 아직 그 방법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첫 방문에서 그들과 눈 맞추며 다시 방문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유기농이긴 하지만 품질 좋은 녹차 만드는 기술이 더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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