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회자장삼십 기분자장오십(棄灰者丈三十 棄糞者丈五十)
칼럼-기회자장삼십 기분자장오십(棄灰者丈三十 棄糞者丈五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15 18:2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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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기회자장삼십 기분자장오십(棄灰者丈三十 棄糞者丈五十)


우리 조상들은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범신론자들이었다. 자연 자체를 신으로 보고 섬긴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을 보면 해를“해님”, 달을“달님”, 비가 오면“비님 내리신다” 등으로 말했던 것이다. 자연 자체를 신으로 보았기 때문에 철저히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추구해 왔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는‘천벌을 받을 행위’로 알아 왔기 때문에 자연을 파괴한다든지 환경오염을 시킨다든지 하는 행위들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모든 자원을 아껴 쓰고 재활용하며 자연의 순리대로 땅의 소산은 땅으로 순환시키는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었다. 재나 분뇨는 다 거름이고 음식 찌꺼기는 사료로 쓰거나 그것도 못하는 것은 퇴비로 만들었다. 지금도 시골에 가보면 ‘기회자장삼십, 기분자장오십(棄灰者丈三十, 棄糞者丈五十)’ 이라는 금표가 발견되기도 한다.‘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이 서른대요, 똥을 버리는 자는 곤장이 쉰대’라는 뜻이다. 재나 똥이 다 논·밭에 유용한 거름 자원인데 그것을 함부로 아무데나 버리고 오염시키는 행위를 큰 죄악으로 본 것이다.

또한, 호미나 괭이를 오래 써서 끝이 뭉툭하게 되면 대장간에 가서 쇠를 덧대어 다시 썼다. 질그릇이나 사기그릇은 깨지지 않으면 얼마든지 오래 썼고, 놋그릇은 깨지면 깨진 것을 모았다가 그것을 녹여 다시 만들어 썼다. 장롱은 대물림하며 썼으니 쓰레기가 생길 수 없었다. 모든 용품은 재활용 대상이고, 배출되는 것은 모두 거름이 되었으니 쓰레기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오늘날에는 석유를 이용하여 무엇이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모든 것이 귀했다. 벼를 수확한 후 필요 없게 된 볏짚으로 ‘도롱이’라는 비옷 또는 모자, 신발, 멍석 등의 생활용품을 만드는 등 재활용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항상 아껴 쓰고 귀하게 여기며 낭비하지 않는 검소한 생활을 해왔던 것이다.

생활용품 중 물건을 싸거나 운반하고, 덮던 보자기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는 이유는 뭘까. 아무튼 보자기는 오늘도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보자기의 쓰임새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접어놓으면 하찮은 천 조각에 다름없다가도 펼치면 제 몸뚱어리 이어지는 데까지 물건을 감싸주는 넉넉함이 있다. 이런 까닭에 우리의 옛 보자기는 반상의 구별 없이 두루 쓰였다. 돌담 넘어 옆집으로 떡을 돌릴 때, 귀한 사람에게 선물을 보낼 때, 혼인을 청하던 사주단자를 보낼 때 등 약방의 감초마냥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보자기였다. 보자기는 용도와 격식에 따라 곱게 수놓은 수보자기, 청홍색을 겉과 속에 댄 색 보자기, 쪽물 들인 허름한 무명보자기, 조각보 등이 쓰였다.

조각보의 탄생은 옷감이 귀했던 그 시절, 여인들은 조각 천 하나라도 귀하게 보관했다. 그 조각이 나중에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되어 새롭게 쓰일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껴 쓰는 절약정신과 재활용의 경지는 생활과학 그 자체였음을 깊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장에 나가면 한 번 쓰고 버려야 되는 흰색, 검은색 비닐봉지, 그리고 알록달록한 포장지뿐이다. 보자기는 그럴 염려가 없다. 매듭을 풀어 접어두면 언제나 그 쓰임이 생길 때 다시 보자기가 되는 것이다. 생명력이 길다는 이야기다.

입으로만 환경보호를 외치지 말고, 오늘부터라도 보자기를 쓰는 일에 적극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포장재 대신 보자기를 사용하면 어떨까. 지갑에 보자기 한 장 잘 접어두었다가 시장 볼 때 보자기의 매듭을 묶어 간편한 장바구니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비닐봉지보다 보자기에 복을 담듯 먹거리를 담아온다면 그 음식은 간이 없어도 절로 맛나지 않을까. 기회자장삽십 기분자장오십의 재활용을 실천해 온 선조들의 환경정신을 본받아 재활용을 통하여 자원도 절약하고 환경도 보존하고 우리의 미풍양속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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