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배움이란 무엇인가?
아침을열며-배움이란 무엇인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16 18:2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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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경/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광고디자인과 교수
 

권미경/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광고디자인과 교수-배움이란 무엇인가?


‘15세에 배움에 뜻을 두고. (十五, 而志于學. 지우학), 30세에 바로 서고. (三十, 而立. 이립), 40세에 유혹되지 않고. (四十, 而不惑. 불혹), 50세에 천명을 알고. (五十, 而知天命. 지천명), 60세에 귀가 순해지고. (六十, 而耳順. 이순), 70세에 하고자 하는 대로 마음을 따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七十, 而從心所欲不踰矩. 종심소욕불유구)’

논어에서 공자는 자신의 나이별로 공부를 이룬 것을 이야기 했다. 공자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곧 공부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이 배움에 있다는 것을 알고 평생 동안을 그 길에 매진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사회에서의 공부는 성공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예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아주 어린 아이 때부터 공부를 시작한다.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쉼 없이 공부만 한다. 친구와의 시간도, 취미도 멀리한 채, 성적에 의해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가 매겨지는 삶을 살고 있다. 모두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일까. 아마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 일 것이다.

얼마 전 모 대학 의과대학에서 학교시험을 치르는데 담당교수가 소위 ‘시험 족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 족보 아래쪽에 ‘○○과목은 답만 외우세요.’라고 친절하게(?) 쓰여 있어서 화도 많이 나고 실망도 컸다고 한다.

현재 우리사회의 학교공부는 정답만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그것을 공부라고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정답만을 찾는 공부가 결코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서로 다르니 답 또한 다 다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답만을 그것도 빨리 정답을 찾는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 대학입시에서는 수능 만점자가 상당수가 나온다. 내가 대학 들어갈 시기에는 대학입시에서 최고 득점자가 발표되면 방송에도 출연하고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곤 했다. 그러나 요즘엔 만점을 받는 학생 수가 많아서 수능 만점자라 하더라고 이슈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렇듯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공부하는 국내유명대학들이 세계의 유명대학들과의 경쟁력은 어떤가? 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노벨상 수상이 그리도 힘든가?

서울 강남의 모 중학교에서는 학교 시험을 어렵게 내달라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과 변별력을 높여야 하므로 어렵게 시험을 내달라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시험문제가 학교 수업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연 그 학부모들의 자녀들이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공부해서 그렇게 다른 학생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것일까?

진정한 공부란 배우고 익힌 것을 스스로 학습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더욱이 혼자 하는 공부보다는 학우들과 함께 도움을 주고받으며 익히는 공부가 가치 있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나는 매년 첫 강의시간에 반드시 하는 수업이 있다. 입학 후 서로 잘 모르는 학생 서너 명씩 팀을 만들도록 해서 주제에 맞는 토론을 한 뒤 의견을 모아 과제물을 만들고 발표하는 수업이다. 대부분 처음엔 낯설어서 어색해하지만 학생들은 이내 서로 의견을 나누고 협력해서 과제를 완성시켜나간다.

처음 하는 작업이라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정답을 찾기 위해 서로 협력한 후 과제를 완성시킨다. 내가 이 수업에서 원하는 건 딱 맞아 떨어지는 정답이 아니다. 답을 찾기 위한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을 하며 경험을 쌓길 바랄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의 학교가 하나의 정답만을 찾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시키는 교육보다 다양한 정답을 찾아가는 참다운 배움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들을 고루 볼 수 있고, 또 그것을 더욱 북돋우는 교육, 배움의 터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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