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학교폭력의 예방은 친구를 통해서
기고-학교폭력의 예방은 친구를 통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27 18:35
  • 15면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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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화-김해서부경찰서장유지구대 순경
 

이동화-김해서부경찰서장유지구대 순경-학교폭력의 예방은 친구를 통해서


지역경찰이라 근무하면서 학교폭력을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오래전에 학생들을 대하는 일을 했었다. 중학생 정도였던 그 아이들이 자주 물어보는 내용은 요약하면 이러했다. “어떻게 해야 힘든 학교생활이 좀 나아질 수 있나요?”

그때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너희 아기 때를 생각해봐라. 그때는 참 많이도 울었지. 넘어져도 울고, 엄마가 시선에서 사라져도 울고, 작은 상처가 나도 울었지. 그런데 지금 너희들은 그 정도 고통으로는 울지 않고 있잖아? 시간이 흐를수록 너흰 점점 더 자라게 되고 고통을 견디는 힘도 좋아지게 된단다”

그러면 아이들은 위안을 얻고는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 이야기는 실수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나 배운 지식으로 보나 어른이 돼서도 사람이 홀로 고통을 견디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람이 아픔을 이기는 힘은 혼자서 단련한다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한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존재는 관계성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한다. 엄마와 아기, 가족과 가족, 친구사이 등등. 완벽하게 분리된 타인이란 성립이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취미나 공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조차 타인과 함께하는 편이 보람을 찾기 쉽다.

트라우마 같은 외상이 무서운 것은 사람을 타인으로부터 고립시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유와 회복은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이루어지며, 고립 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관계성을 포기할 때면 아이는 흔히 고립적인 사고를 발달시키게 된다.

-도움이 필요 없을 만큼 강한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외로워서 내민 손이 뿌리쳐질까 두려워 인간관계 대신 학문적, 취미적 성취에 집중하기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아도 타인들이 알아서 내게 다가오도록 나의 매력과 장점을 입증하려 고군분투하기

나도 유년시절에 전부 경험해봤고 지금도 다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저런 사고가 고착되어 성장한 아이는 흔히 아래와 같은 진술을 한다.

“나의 약하고 수치스런 모습은 절대 보여주지 않을 테지만, 내가 당신을 볼 때는 그런 모습부터 볼 겁니다”-self-compassion : stop beating yorself

저것은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트라우마의 흔적이다. 물론 나도 가지고 있다. 극복하려 항상 노력하지만 아차하는 순간 되살아나기도 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관계성을 유지하는 힘은 용기를 내어서 나의 취약함을 상대에게 전하고, 나에게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꺼이 고백하는 힘이다. 오직 한 가지를 아는 아이만이 그걸 할 수 있다. 모든 존재가 관계성 속에서 태어나 관계성 위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더 나은 답은 그저 한 명이라도 믿을 수 있는 진실된 친구를 학교 안에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된 친구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성격이나 자격 여하를 막론하고 바로 눈앞에 있다면, 그리고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면 충분하다.

“수치스럽군요 살리에리, 난 당신이 나를 보잘 것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날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 미워했던 나를 용서하세요”-모차르트 “영화 아마데우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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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2016-11-28 22:03:30
그래, 읽으면서 심하게 공감했다. 자기가 바뀌려 노력하는 것은 스스로가 고독해지려 하는 것이다. 결국 트라우마를 남길 뿐이다. 삐뚤어져 가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자기가 바뀌는게 아닌, 진실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김동환 2016-11-28 12:58:11
학교폭력은 친구와함께 함께 도와살아가야 된다는걸 알앗다

김동환 2016-11-28 12:58:06
학교폭력은 친구와함께 함께 도와살아가야 된다는걸 알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