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한의사가 된 사연-여드름
한의학 칼럼-한의사가 된 사연-여드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28 18:25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한의사가 된 사연-여드름


궁금한 걸 참으면 병이 된다고 했던가? 한국 사람들이 스님을 만나면 왜 스님이 되었는지 궁금해 하듯이 산 속에서 약초나 캐고 환자분 치료하며 사는 나에게는 어떻게 한의사의 길로 가게 되었냐고 종종 물어본다. 스님의 출가 사연이나 무협지에 나오는 기인한 인연을 상상하며 물어본 환자분에게는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드름 때문에 한의사가 되었다고 답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여드름이 엄청나게 얼굴을 뒤덮어서 별명은 멍게가 기본이었고 사춘기 한창 예민할 때였으니 학교에 나가기 싫고 그 당시 찍은 사진이 별로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나름 노력해본다고 세안을 꼼꼼히 하고 트러블용 화장품으로 바꿔보고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부모님께 하소연하여 피부과도 제법 다니기도 했지만 여드름은 요지부동이었다. 민간요법에 무즙이 좋다기에 생무를 강판에 갈아서 거즈조차 없이 생즙을 피부에 바르고 고문 받듯 화끈거리던 통증을 이를 악물고 참았던 기억도 있다.

얼굴이 온통 염증으로 뒤덮인 그 학생은 주말마다 대형 서점 한의학 코너에서 기웃거렸고 포공영(민들레)과 의이인(율무)이 역대 여드름 처방에서 기본 약초가 된다는 점을 알고는 겁도 없이 혼자 달여 먹고 여드름 기운을 꺾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여드름이었지만, 여드름으로 도움을 받은 점도 있다. 하나는 학창시절 얼굴이 그 모양이어서 또래 친구들처럼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꺼려져 집에 처박혀 책이나 보고 있었으니 성적은 잘 나왔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요즘도 피부 환자를 많이 보는데 진료 시작하면서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여드름을 포함한 피부병의 가장 큰 문제점이 대인관계 자신감이라고 말씀드리면 환자분은 벌써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동병상련으로 금방 신뢰가 생긴다는 점이고, 나름 피부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피부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점이다.

여드름의 서양의학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피부 자체만 보자면 각질, 세균, 피지, 화장품 등이 있고 내부적으로는 스트레스, 호르몬, 면역기능 이상 등이 있다. 그러면 한의학에서는 여드름을 어떻게 보는가?

필자는 2012년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사인 디스커버리 채널의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의 한의학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는데 한의학으로 여드름을 치료하는 과정을 찍고 싶다면서 자신들이 섭외한 여드름 환자를 3개월에 걸쳐 치료해보겠냐는 제안이었다. 말 그대로 진검승부였다. 의료에는 장담이 없다고 하듯이 사람이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인지라 치료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치료가 안 되면 개인적인 망신이자 한의학의 망신인지라 고민했지만 허준 선배님 말씀대로 해보자라는 결심으로 촬영 승낙을 하였다. 이 당시의 환자분은 여드름 이외에 소화가 안 되는 증상이 있었기에 여드름 처방이 아닌 소화를 돕는 처방을 썼다.

한의학의 피부병 치료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잘 씻고 잘 쉬면 낫는 피부병도 있지만 피부는 몸 안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몸이 안 좋아서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여드름 환자라고 하지만 소화가 안 되면 이진탕 평위산 등으로 소화가 편해지도록 하고, 변비가 있으면 방풍통성산 도인승기탕 등의 처방으로 변비를 풀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생리에 문제가 있으면 계지복령환 등으로 그것부터 푸는 것이 순서이다.

다큐멘터리의 그 환자분이 음식, 수면, 화장품 등의 주의사항도 잘 지켜주신 덕분으로 아주 깨끗한 피부의 해피엔딩으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유투브에서 ‘The New Age of Medicine’이라는 제목으로 지금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런 개인적인 치료 경험담을 말씀드리는 것은 여드름 등의 피부 치료는 피부만 단편적으로 보고 치료하는 것보다는 그 사람의 식생활, 수면, 스트레스, 소화 등 종합적인 관리가 들어가야 효과적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이다. 이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 칼럼에 이어서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