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병무청, 기록에게 미래를 묻다
기고-병무청, 기록에게 미래를 묻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15 18:1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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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명/병무청장
 

박창명/병무청장-병무청, 기록에게 미래를 묻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전자적 방식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기록들과 함께하고 있다. 종이기록 시대만 해도 원본과 진본의 차이는 명확했다. 하지만 전자기록에서 복사(copy) 기능이 용이해 지면서 원본과 진본의 차이는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전자기록으로써 진본성, 유일성, 무결성, 이용가능성(가독성)을 확보 했을 때에 증거(evidence)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1999년 ‘원스톱 열린행정 구현’을 위한 비전과 목표가 제시된 이후 2002년 전자정부가 구축되었다. 또한 ‘종이없는 사무실 구현’을 위한 전자문서시스템 도입으로 전자적 업무환경의 변화가 가져다준 업무시간 활용은 극대화 되었다.

반면, 기록관리 측면에서는 2006년 공공기록물관리법의 제·개정 이후로 중앙부처를 포함하는 국가기록관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국가기록의 생산형태는 비전자(paper) 기록에서 전자(electronic) 기록으로 빠르게 전환하였으며 전자기록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자적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병무청 역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병무청은 병역법을 근간으로 대한민국 남성의 병역사항 기록을 생산 유지하는 기관이다. 전국 11개의 지방병무청에서 담당지역별로 병역의무자 개개인의 병역사항 기록을 관리한다. 병무청은 과거 1970~80년대, 고질적인 병역비리의 아픈 역사를 씻고,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반하는 고위공직자 및 사회지도층에서 만연했던 비리를 근절하고자 두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첫 번째는 정확하고 공정한 병무행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두 번째는 과거의 허물을 반추하는 것이다.

첫 번째 노력은 좀 더 투명한 병역사항관리를 위하여 비전자식 관리로 조작이 쉬웠던 병역사항 기록을 전자적 시스템 관리로 전환한 것이다.

병무청은 2000년대 초반부터 병역처분 및 관리를 위한 병무행정시스템을 도입하여 업무담당자의 책임성과 처분의 객관성을 상승시켰다. 2016년 현재에는 병역공개시스템, 병역판정검사시스템 등 약 32개의 병무행정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정운영방식은 현재 공공기록물관리법에서 중시하는 업무의 투명성 및 설명책임성 확보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개인의 병역사항은 병역의무자로 설정됨과 동시에 서사적으로 관리되며 담당자의 로그(log) 기록이 남으면서 업무책임이 발생하게 된다.

두 번째 노력은 병무청 내부에서 발생했던 병무비리에 대하여 성찰의 기회를 갖고 비리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일례로 정부대전청사 1층 병무역사기록전시관에는 과거 병무비리로 인해 조작된 병적기록표 사본이 전시되어있다. 손으로 모든 것을 기록했던 그 시절에는 병무청 처분담당자의 손끝 하나로 병역판정검사의 신체등급이 달라졌으며,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러한 아픈 과거를 기록전시를 통해 직접적으로 마주하면서 병무행정 업무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청렴 병무청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병무청은 여러 위기와 장애요인에 직면할 수 있다.

여전히 공직자를 포함한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 수행여부는 국민적 감정을 자극하는 이슈이며 병역판정의 객관성에 대해 국민들은 늘 의심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또한 현재 시점의 현역병 입영적체 문제와 대비하여 점차 심해져가는 인구절벽은 병역의무자의 감소로 이어져 향후 병역의무부과가 주된 업무인 병무청의 기관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수 있다.

국민의 의심을 걷어내고 병역정책의 변화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병무행정의 철저한 기록화가 필요하다. 즉, 객관적이고 투명한 병무행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업무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기록화는 담당 공무원의 설명책임성을 높이고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며, 병역정책에 반영할 기초자료로 쓰이게 될 것이다.

2004년 공공기록물관리법이 전부 제·개정된지 10년이 지난, 2014년 말부터 지방병무청에 보유기록물을 관리할 기록물관리전문요원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들은 지방병무청에서 생산하는 국가기록물의 생산 및 접수, 관리 및 보존 활용 등을 담당하게 되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정보공개, 열람 및 검색체계도 마련하게 될 것이다. 또한 기록전문가(archivist) 로서 병무청 기록물이 전자적이면서 효과적으로 보존 활용될 수 있도록 기록보존정책을 수립하고 병적기록물의 D/B화, 공개 및 열람편의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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