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름다운 세시풍속 동지(冬至)
칼럼-아름다운 세시풍속 동지(冬至)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20 18:3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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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아름다운 세시풍속 동지(冬至)


오늘은 일 년 중 밤이 제일 길다는 동짓날이다. 고대인들은 하지부터 짧아져오던 낮의 길이가 오늘부터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하여 태양이 부활한 것으로 여겨왔다.

조선시대에는 동지를 작은 설, 아세(亞歲)라 하였다. 이는 중국의 고대 역법에서 동지를 세수(歲首)로 하던 것의 유습이며, 동지팥죽을 먹으면 설날 떡국 먹는 것과 유사한 의미로 보아,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하였다. 옛날에는 동짓날, 흩어졌던 가족이 모두 모여 비단 옷을 입고, 부모님의 장수를 기원하여드렸다. 이것은 지금의 경로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동짓날, 전국 사찰에서는 우리의 아름다운 세시풍속을 함께 하고자, 시민들과 “동지팥죽 나눔 축제”를 한다. 동지가 음력 초순에 들면 ‘아기동지’라 하여, 20세 미만의 가족이 있으면 팥죽을 쑤지 않고, 중순에 들면 ‘중동지’라 하여, 20세부터 40세의 가족이 있으면 죽을 쑤지 않고,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하여, 40세 이상 가족이 있으면 죽을 쑤지 않았다.

그때는 보통 손자부터 조부모까지 삼대가 한집에 살았었다. 만약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팥죽을 끓이지 못할 경우, 가족들이 기죽는 일이 없도록 한 재미있는 발상이다.

어려웠던 시절, 노인들의 ‘기침소리’, ‘톱밥’, ‘무밥’, ‘고구마 밥’, ‘가난의 눈물’의 고단한 삶속에 춥고 긴 겨울밤, 북풍한설 속의 뜨겁고 맛있는 동지의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다.

당시의 가난했던 고통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교체해주는 ‘세월의 마력’에 크게 감사해야한다. 오늘은 음력 11월 23일이라, 노동지이며, 19시 44분이 동지시간이다.

추억과 향수는 아름답지만, 이렇게 멋진 조상님들의 지혜로움과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사라져간 것은 골동품이 되고, 골동품은 정가가 없어 부른 것이 값이 된다.

불가에서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동지의 풍습들을 지키고 있다.

동지전날 밤을 동야(冬夜)라 하며, 조정에서는 신하들의 하례를 받았고, 수행자들은 스승을 찾아, 한 해 동안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백성들은 빚을 청산하고, 자손들은 집안 어른들께 버선을 지어 봉양하였으며, 이웃 간의 힘들었던 일은 마음을 풀어 화합하였다.

동짓날은 달력을 선물하는 풍속과, 정결한 심신으로 부처님 전에 업장을 소멸하고 희망찬 삶을 기원하며 성불의 인연을 맺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님들은 팥죽을 쑤어 새알심을 시식삼아 먹고, 사당에 차례를 지내며 액땜을 위해 팥죽을 대문이나 판자에 뿌리기도 하였다. 불가에는 성(成), 주(住), 괴(壞), 공(空)의 사겁(四劫)으로 나타내는 세계관이 있다.

세계가 성립되어 머무르고 무너진 텅 빈 기간의 끝에는 세 가지의 재난이 일어난다.

이를 수재, 풍재, 화재의 대삼재라 한다. 동짓날, 이 삼재를 물리쳐 나라가 평화롭고, 백성들이 평안하도록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대원을 발원하며 정성껏 기도를 올린다.

이런 전통은 모두가 잘 살기위한 방편이지만 지혜 없는 사람일수록 이러한 미풍양속을 외면한다. 우리는 모두 대우받으며 살아가야한다. 그러려면 스스로의 자질향상이 시급한 일이다. 돈 많이 벌고, 출세를 하였어도 남에게 욕먹고 살면 실패한 인생이다.

남들로부터 욕먹지 않는 삶이라야 성공한 인생이 된다. 남들로부터 비난 받거나 욕먹고 산다면 재벌이나 고관대작이라도 가치 없는 삶이된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순탄치 못하여 각계각층에서 험한 언행이 일상으로 벌어진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왔다.

남은 기간 동안, 지나온 날의 잘못을 조용히 참회하여보자. 지난날 삶에서 옳은 것은 더욱 아름답게 지켜가고, 그른 것은 과감하게 끊어내어 새해에는 우리 모두 만복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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