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12월, 마무리, 술
칼럼-12월, 마무리, 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22 18: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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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
 

김진환/창원국학원 부원장-12월, 마무리, 술


벌써 다사다난한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올해의 다사와 다난은 언제쯤 마무리될지도 무척 염려스럽다. 그래도 요즘 하늘이 무척 맑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람은 차지만 달도 무척 밝게 뜨고 사람들 표정도 다소 부드러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시선인가. 해가 지면 서서히 저녁식사 겸 송년회 분위기가 돌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보면 술을 만드는 바커스 신이 나온다. 바커스 신은 다른 신들과 마찬가지로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늘 술을 만들어 마셨고 또 손님이 오면 그 술을 내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바커스 신의 진짜 임무는 제주(祭酒)즉 제사 때 쓰는 술을 관장하는 일이었다. 여러 신이 모이는 제삿날에 술을 시음하여 과연 그 맛이 훌륭한지 아닌지를 시험하였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의 술은 신에 드리는 물품 중 가장 지극한 정성으로 여겼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성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듯하다.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술을 빚고 즐겨왔을까, 후한서 동이전을 보면 동이족이 늘 하느님과 삼황천제님들에게 천제를 지내고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기록이 나오며 예나라에서는 시월상달에 한인, 환웅, 단군 즉 삼성을 기리는 천제를 지내면서 사흘 낮밤동안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이는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전해 내려온 풍습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민족 한겨레임을 확인하면서 아리랑과 도라지노래를 부르며 신명을 나타내었다. 이렇듯 사이좋게 음주가무를 즐긴 우리의 DNA는 세계 곳곳에 전해졌으며 고조선 때에는 세계 문화박람회를 열 정도로 그 문화적 열풍이 뜨거웠었다.

우리의 신명문화는 지금도 전국 노래방 숫자를 보면 증명이 된다. 근세조선 때에는 우리가 명나라의 속국이다시피 전락하여 천제를 지내지 못하고 조상님 제사를 모실 때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술을 권하였다. 이때에는 아이들도 술 맛을 보았다. 어른들에게 술을 배운 아이들은 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하였고 특히 정월 초하루에 마시며 백가지 병을 예방하는 신비한 술이라는 도소주나 귀밝이술은 어린이나 부녀자도 마셨다. 이렇듯 술은 그 쓰임에 따라 연대감을 높이고 일체감도 가지게 하며 식사 때에는 반주라고 불리는 등 건강유지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결혼식 때나 상호간 맹약을 할 때, 사업이 성공했을 때, 만나고 헤어질 때 인사도 우리는 술 한 잔 하자고 한다.

일본제국 시대에는 우리가 술을 담지 못하였으니 창씨개명뿐만 아니라 그들의 교활함은 지금도 선명이 남아있다. 지금은 누구나 술을 담을 수가 있기에 무척 다행이며 집집마다 가지각색의 술을 빚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운이 강하고 맑으며 특히 물이 좋기 때문에 머지않아 세계적 명주가 나올 것이다. 중국술이 좋다고 하나 땅이 넓고 퍼져있으며 황하등 물이 좋지 않아 좋은 술이 나올 리가 없고 일본 술은 잦은 지진으로 인해 땅의 기운이 떨어져 물 사정이 좋지 않아 질적인 면에서 우리 술에 절대 따라오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주조업자는 긍지를 가지고 술을 만들었으면 한다. 좋은 수질은 하늘과 땅의 기운에 의해서 달라지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어느 때 보다 천기가 뚜렷하고 맑은 시기이다. 술술 넘어간다고 술이며 인류최고의 음식이라는 술도 마시는 사람과 장소를 구분하였으면 한다.

과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술을 과음하게 되면 대뇌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져 판단과 사고력의 저하를 가져와 뜻하지 않는 사고를 일으킨다. 소위 필름이 나가는 것이다. 연말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경우가 자주 있다. 술은 한자로 酒로 쓴다. 한자는 한국 사람이 쓰는 글자로써 우리말이다. 또한 한문은 한국 사람이 쓰는 문자로써 역시 우리글이다.

이 酒자는 닭 유자와 물수자의 합성어이다. 즉 닭이 물을 마시듯이 마시라는 뜻이다. 닭은 물을 그리 많이 마시지 않는다. 화투에서도 국화를 뜻하는 9패는 국화주를 말하며 그림 안에서 목숨수자가 달랑 걸려있다. 이것은 술을 잘못마시면 패가망신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취중망언이라 한다. 혹자는 닭이 아침에 울 때까지 마시는 것이 술주자라고 하지만 연말에는 그런 자리가 아무래도 많으니 만큼 건강과 대인관계를 생각해서 절주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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