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지진과 질병은 내진설계가 중요
한의학 칼럼-지진과 질병은 내진설계가 중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25 18:39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지진과 질병은 내진설계가 중요


차분해야할 연말 분위기가 예년과는 다르다. 우선 나라 정치가 흔들흔들하고 거기에 나라 땅덩어리까지 흔들흔들하니 국민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현 탄핵 정국에다가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시작된 지진이 약하게나마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지진이 일어나면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이 다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지진이 후에 빨리 복구를 하고 치료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상시에 내진설계를 튼튼하게 해서 지진이 오더라도 끄떡없이 그냥 지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던 지역이라 일본에 비해서 건물의 내진설계가 약하게 지어졌다고 하니 계속되는 국민안전처의 지진 발생 문자에 국민들 간이 덜컥 내려앉고 있다.
지진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지진과 건강에 있어서도 공통점이 있고 특히 한의학이 건강에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건물을 지으면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지진을 대비하기 위해 몇 배의 비용을 들여서 내진설계를 하는 것은 낭비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6·25 이후 전쟁이 없었지만 매년 막대한 국방비를 들이는 것도 미리 막기 위함이다.

서양의학에서는 한의학보다 늦게 예방의학이라는 분야가 생겨났지만 한의학에서는 내진설계나 국방비와 비슷한 개념의 치미병(治未病)과 양생(養生)을 건강관리에 있어서 가장 으뜸으로 삼아왔다. 그래서 낮은 등급의 의사는 이미 병든 것을 치료하고 뛰어난 의사는 ‘이미 병이 든 것을 치료하지 않고 병들지 않았을 때 다스린다’고 했던 것이다. 이 치미병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바로 양생이다. 글자대로 양생을 풀이해보면 ‘삶을 기르다’로, 사전에서는 ‘병에 걸리지 아니하도록 건강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비슷한 말로는 ‘섭생(攝生)’, ‘섭양(攝養)’과 같은 것들이 있는데, 이보다는 ‘웰빙(well-being)’이나 순우리말인 ‘참살이’같은 것들이 우리들에게 더 친숙할 것이다.

한의학의 가장 오래된 경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도 여러 편에 걸쳐 양생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후에 도교와 결합하여 방중술, 양생술, 불로장생술, 신선술, 연단술 등으로 그 내용이 더욱 풍부하게 된다. 이렇듯 양생에는 의복(衣服), 안마, 거처, 운동, 음식, 도인(導引) 등과 같이 생활 전반으로 이어진다.

‘황제내경’ ‘소문(素問)’의 제2편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에 계절에 따른 양생법이 소개되어 있는데 겨울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겨울 석 달은 만물이 움츠러들고 갈무리되어 휴식하는 시기로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진다. 사람도 이를 따라서 양기(陽氣)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잠자리에 일찍 들고 늦게 일어나야 하는데 해가 뜨는 것을 기다려서 일어나야 한다. 품고 있던 뜻이나 의욕을 펼쳐나가기엔 좋지 않아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드러내지 않으며 때를 기다리는 여유를 찾아야 한다. 추위를 피하고 따뜻한 곳에 머물며 땀을 흘리거나 피부를 함부로 드러내 기운이 빠져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 겨울에 맞는 양생법이다. 이를 어기면 신장(腎臟)을 상하고 봄이 되어 위병(痿病: 몸이 오그라들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병)을 앓게 된다”

마지막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평소에 지킬 수 있는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실린 양생에 대한 글을 하나 소개한다.

태을진인(太乙眞人) 칠금문(七禁文)

1. 말을 적게 하여 몸 안의 기운을 기른다(少言語養內氣)

2. 색욕을 삼가여 정기를 기른다(戒色慾養精氣)

3.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어 혈기를 기른다(薄滋味養血氣)

4. 침을 삼켜서 오장의 기운을 기른다(嚥精液養臟氣)

5. 성내지 않아 간의 기를 기른다(莫嗔怒養肝氣)

6. 음식을 맛있게 먹어 위기를 기른다(美飮食養胃氣)

7. 생각과 근심을 적게 하여 심기를 기른다(少思慮養心氣)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