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장어구이
아침을열며-장어구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27 18: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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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장어구이


오래 전 장어구이는 진짜 식감이 좋았다. 살이 익었음에도 오도독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처음 내가 장어구이를 먹은 것은 마산 합포동이었다. 합포동 뿐만 아니라 40년 전 마산엔 포장마차가 그렇게 많았고 그 포장마차마다 가죽을 벗긴 벌건 장어가 한소쿠리씩 올려져 있었다. 물론 바닷장어였는데 이걸 회로 먹으면 아나고 회가 된다. 핏기를 좌악 뺀 산 장어를 가죽을 벗기고 잘게 쓸어놓으면 부드럽고 졸깃한 아나고 회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죽은 바다장어를 가죽을 벗기면 속에 있던 피가 새어나와 버얼건 꼼장어용 장어가 되는 것이다.

가죽을 벗긴 벌건 장어는 천상 뱀이다. 뱀도 한 마리가 아니라 소쿠리 안에 가득 담겨져 있는 피 묻은 그 모습이라니. 얼마나 징그러운지 모른다.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그 맛이 없었더라면 나는 장어 혐오자가 됐을 것이다. 맛있기로는 장어국도 죽인다. 마산에서는 장어국도 유명하다. 선창가에 나가면 언제든지 커다란 솥에서 손님을 기다리며 은근하게 끓고 있는 장어국을 볼 수 있고 사서 먹을 수도 있다. 곁들여 막걸리를 먹으면 좋다. 그때는 어려서 막걸리를 곁들이진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가포 앞바다를 보며 장어구이에 막걸리 한 사발, 죽인다.

나라 안에 때 아닌 장어가, 그것도 기름장어가 입에서 입으로 떠돌아다닌다. 그냥 장어만 해도 미끄러워 난리인데 기름장어라서 그렇게 재빠르게 입질에 오르내리는 모양이다. 이 기름장어는 현재 유엔사무총장이다. 며칠 후면 임기가 끝나는 모양이다. 그보다 그가 유엔사무총장이 되는 데는 고 노무현대통령님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건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물론 이 기름장어는 그 사실을 숨기고 싶어 안달인 모양이고. 실제로 아무 관계가 없는 이웃이 죽어도 문상을 가는 게 우리들의 전통이고 정서다. 그런데 이 기름장어는 노대통령님 서거 후 몇 년을 문상도 안 하고 뺀질거렸다고 한다. 아마 기름장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여진 듯하다. 아무리 정권이 바뀠다고 해도 문상을 했어야 그 자신에게도 좋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서는 상주에겐 빚 독촉도 삼가할 정도로 예를 갖춘다. 그러니까 이 기름장어는 겁이 많은가 보다.

반면에 살아있는 권력 박근혜에게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포옹을 하고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고 별 굿을 다 한 건 만 백성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박근혜의 탄핵이 진행되자 안면을 싹 바꾸고 ‘나라의 리더쉽이 상실’됐다고 입을 부지런히 놀린 모양이다. 역시 기름장어답다.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말을 홱홱 바꾸는 박권력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아마 이 기름장어는 말을 바꾸고, 새로운 거짓말을 하고, 했던 거짓말을 또 하는 그런 사람을 국민은 다시는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시는 안 뽑는다는 계산이 안서는 모양이다. 게다가 말이 안 통하는 불통이 또 나타나면 국민은 거의 경기를 하듯 싫어할 거란 것도 계산이 안 되는 게 분명하다. 가엾은 기름장어. 우리 국민은 한때 저 기름장어가 참 자랑스러웠는데. 한국인으로서 세계의 대통령이 되다니!

기름장어는 일벌레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일벌레? 우리 국민은 결혼도 않고 일하겠다던 일벌레 좋아하다 일에 치여 죽어야할 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나이 먹어서까지 일벌레로 일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나이는 못 속인다. 또 맨날 ‘일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이상한 짓 하면 어떡해? 오죽 하면 한국 외교부의 젊은 외교관들이 ‘영원한 유엔 사무총장으로 남아주십시오’라는 편지를 보내려고 했겠는가. 물론 기름장어측의 압력을 받았던지 어쨌든지 편지를 실제 보내진 못했단다. 지금의 국민은 어느 때보다 명석하고 현명해졌다.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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