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바위경관 일렁이는 초록수림
춤추는 바위경관 일렁이는 초록수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5.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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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황매산철쭉산행

▲ 모산재 서북 바위능
황매산은 철쭉의 산. 지난 8일 철쭉제가 개막됐다. 그러나 산 정상에는 아쉽게도 이제 갓 철쭉이 꽃망울을 맺었을 뿐 화려한 꽃 잔치는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다만 산 들머리나 기슭, 바위틈에 옹골차게 피어난 철쭉의 자태만이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철쭉은 진달래와는 달리 초록의 이파리가 먼저 난 뒤 꽃이 피어나 초록과 분홍이 어우러진 색감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이번 주말을 비롯해 이달 말까지 정상주변에 철쭉이 만개해 절정의 화원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어느새 초록의 수목으로 덮여 있었다. 천관산 산행 후 ‘들&’ 취재와 연휴가 끼인 관계로 3주 만에 찾은 산이다.
철쭉 평원과 바위산의 절묘한 조화는 지난달 22일 연재했던 천관산 산행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하나의 산군에서 화려한 바위의 용틀임을 만나고, 또한 정상 부근에서 부드러운 능선을 만날 수 있는 반전의 드라마를 경험할 수 있다.
이른바 모산재까지 바위의 장막이 병풍의 그림처럼 펼쳐진다면, 철쭉이 평원을 이루는 정상 능선에서는 유려한 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황매산(1108m)은 합천군 가회면 대병면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산림청 선정 인기명산 100위 중 2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소백산 일대와 지리산 바래봉에 이어 철쭉 3대 명산으로 불린다.
북서쪽 능선을 타고 펼쳐지는 황매평전의 철쭉 군락과 무지개 터, 황매산성의 순결바위, 국사당 등이 볼거리다. 합천팔경중 제8경에 속하며,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남쪽 기슭에는 통일신라 때의 고찰인 합천 영암사지(사적 131)가 있다.
황매산 지명에 관한 것이 재미있다.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우리말 '너른 뫼'에서 왔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옛 사람들은 단순히 산의 형세를 보고 이름을 지었는데 넓은 평원이 있는 황매산은 '넓은 뫼' , 혹은 '너른메' 라고 불렀다.‘너른’은 경상도식 발음 '누런'으로 바뀌었고 이것이 신라 경덕왕 때 한자식으로 고치는 과정에서 한자  ‘누를 황(黃)’으로, 뫼를 ‘매화 매(梅)’로 바꿔 부르면서 황매산이 됐다. 실제 황매산에는 매화가 없을 뿐더러 누런 매화는 더더욱 없다.
▲취재팀은 신비의 절터 영암사지를 출발해 황포돛대→철계단→모산재→황매평전→황매정상→모산재→순결바위→영암사지로 원점 회귀했다. 휴식시간 포함해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황매산 산행에서 모산재 바위구간을 뺀다는 것은 시쳇말로 앙코 없는 찐방이다.
▲영암사 주차장은 좁아 차량은 아예 큰길가에 세워두고 걷는 것이 좋다.
등산로는 영암사지 10여m 못 미쳐 아주머니들이 칡즙과 음료수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는 작은 개울 쪽으로 열려 있다.
처음에는 숲속을 걸어가는 등산로. 비교적 완만하지만 10여분정도만 오르면 하늘이 열리고 40도에 이르는 벽과 바윗길이 연속된다.
이 구간의 볼거리는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는 철쭉의 모습. 요즘에는 꽃이 만개했는데 약간 멀리서 보면 마치 바위가 꽃을 피워내는 것처럼 신기할 따름이다.
곧이어 높이 50m가 넘는 바위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철계단이 설치돼 있지만 워낙 높은 경사도 때문에 오르기도 힘들뿐더러 숨고르기가 쉽지 않다.
그 끝에 올라서면 넓고 평평한 바위가 나타난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는 이곳을 황포돛대 라고 말해줬다. 실제 돛을 꼭 빼닮은 바위가 있으며 이곳에 서면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처럼 눈아래 펼쳐지는 풍광이 아름답고 상쾌하다.
10여분을 더 오름짓하면 된비알의 끝에 흙냄새가 나는 평평한 길이 열려 있다.
물이 고여 있는 일명 무지개 터는 국내 최고의 명당으로 알려진 곳.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용마바위가 있어 비룡상천 하는 지형이라고 한다.
예부터 이곳에 묘를 쓰면 천자가 태어나고 자손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묘를 쓰면 개인의 부귀영화는 보장 될지 몰라도 이 나라가 가뭄이 들어 흉년을 맞게 된다는 설이 있다. 제 아무리 명당이라도 묘를 쓰지 못하는 곳인데 소탐대실의 교훈을 일깨우는 것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실제 무지개 터에는 큰 웅덩이가 파져 있는데, 너나 할 것 없이 묘를 쓰는 바람에 아예 묘를 쓰지 못하도록 땅을 파버린 것이라 한다.
▲무지개 터에서 200m 지점에 모산재(767m)가 있다. 정상인데 산이나 봉이 아닌 '높은 산의 고개'라는 뜻의 ‘재’ 라는 글자가 붙은 것이 특이하다. 이 재를 기준으로 좌우에 여러 개의 고개가 있고 재와 재를 잇는 길 가운데에 위치한 탓에 산보다는 재로 인식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
멀리 아스라히 황매산 정상의 수려한 산세가 보이고 그 아래로 철쭉 평전이 눈에 들어온다. 황매산의 산세는 평원과는 대조를 이룬다.
철쭉이 만개했다면 온산에 분홍빛 기운이련만 아직은 그런 기운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평원 허리쯤에 철쭉제를 준비하는 캠프가 차려져 있고 수 백대에 이르는 차량이 올라와 있다. 순간, 산인지, 아니면 도시의 주차장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 산이 사람과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형이라는 생각까지 미친다. 황매산까지는 2,4km, 10분거리 한굽이를 내려섰다 다시 황매산방향으로 올라야한다.
▲본격적으로 고산의 철쭉군락이 펼쳐진다. 부분적으로 꽃이 피었지만 대개 꽃망울만 맺혀 있는 것은 이번 산행의 아쉬움이었다.
황매 평전은 과거 목장지대였다. 주능선 부분은 풍화작용으로 인해 넓은 평지를 이루고 흙이 두텁게 깔려 있으며 숲이 우거져 있다.

/평원은 평화였다/소 등날처럼 생긴 능선위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거기에는 흰구름이 강물처럼 흘렀다/일부 산행객은 힘든 산행 후 맛난 음식을 나누었다/출사 온 사진동호인들은 수줍은 듯 돌 틈에 피어난 야생화를 촬영하느라 바빴다/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선 가족 산행객은 선이 아름다운 산책로를 하릴없이 휘적휘적 걸어 다녔다/황매산 철쭉 평원은 그저 그런 평화로움이었다/

평원의 정점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전망대. 이곳에서 황매산 정상까지는 1km남짓, 정상가는 오름길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해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길에 가깝다.
산 능선을 따라 설치한 나무계단 모양새가 중국의 만리장성을 닮았다. 8부 능선부터는 바위나 흙을 밟으며 올라야한다. 정상이 좁은데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오르는 바람에 차례를 기다려야할 정도다.
시선을 휘 돌리면 잔잔한 합천호와 이웃 악견, 금성, 허굴 3산, 산청군 차황면 쪽의 수려한 산과 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산재에서 순결바위 능선에는 볼거리가 많다.
춤을 추는 듯한 바위경관은 말할 것 없고 순결바위를 비롯해 몸이 야윈 사람만이 갈라진 바위틈으로 들어가 진정한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전망대, 수백년을 누워서 자라는 노송의 자태까지 눈을 즐겁게 한다.
갈라진 바위가 많다. 한 사람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갈라진 바위가 보이는데 이곳으로 들어가 맞은편 황포돛대의 전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발아래 천길 낭떠러지가 있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순결바위도 한 가운데가 쩍 갈라져 있다. 평소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 이 틈에 들어가면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위의 잔치가 끝날 즈음 육산의 수목이 하늘을 가린다. 이곳에 국사당(國祠堂)이 있다.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위해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린 터이다.
지금도 음력 3월 3일에 감암동민이 나라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며 제사를 올리고 있다.
산의 뿌리까지 내려오면 영암사지에 닿는다. 쌍사자 석등을 비롯해 기이한 형상의 동물을 새긴 모습을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영암사지는 다음주 ‘들&’에서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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