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27-행복하고 싶으신지요?
도민칼럼-지리산향기27-행복하고 싶으신지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1.16 18:11
  • 14면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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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행복하고 싶으신지요?


‘다행이다. 참말 다행이다’

섬진강을 볼 때마다 하는 말이다. 낙동강이 썩어서 녹차라떼가 됐다는 말을 들을 때는 더욱 저 말이 입 밖으로 연거푸 나온다. 강이 달리 젖줄이 아니다. 정말 먹거리가 저기서부터 시작이 된다. 재첩, 다슬기야 말할 것도 없고 논과 밭에 대는 물, 지하수 모두가 저 강으로부터 들어오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풀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자연이다.

섬진강을 볼 때면 지리산 산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을 종종 본다. 지리산을 마고할미가 있는 어머니의 산이라고 하지만 강이 품고 있을 때 산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강이 생명의 근원을 만들어 내니 생명의 젖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이다. 강은 반으로 자를 수 없다. 산과 들은 경계를 그어 구분할 수 있지만 다른 도와 경계를 나눈 경우, 강에 배를 띄워 경상도 근안으로만 간다든지 전라도 쪽으로만 간다든지 할 수 없다. 물길은 가는 곳이 길이다.

섬진강은 전북 진안의 데미샘으로부터 흘러 임실을 거친 후 곡성 구례를 지나 하동 광양으로 흐른다. 화개장터 앞에 있는 남도대교 부터는 강이 이쪽은 경상도, 이쪽은 전라도이지만 서로 그 강에 발을 담그며 산다. 광양시 다압면은 생활권이 백운산 너머 광양시가 아니고 하동이다. 주요 관공서와 시장이 하동이 더 가깝다. 매실 하면 광양을 떠올리지만 하동도 매실의 주요 산지이고 대봉감하면 하동 악양을 생각하지만 광양 다압도 대봉감을 많이 생산한다. 고로쇠도 그렇고 재첩 벗꿀 모두 그렇다. 강을 사이에 둔 곳은 한 생활권이다.

얼마 전 강 건너 광양 다압으로 집터를 옮겼다. 지리산행복학교는 여전히 근거를 지리산 하동에 두고 있다. 전국을 아우르니 교실은 구례와 하동 광양 다압이다. 사람이 좋아 모이고 지리산이 좋아 함께 하고 섬진강이 보고파 달려오는 사람들이다보니 다양하지만 참 잘 어우러진다.

한 달에 한번 대부분의 반이 1박2일로 수업을 진행한다. 남자와 여자의 구별은 있으나 나눔이 없고 나이가 많고 적어도 어울림이 자연스럽고 오는 이들의 직위도 경제력도 상관이 없다. 그래서 모두들 나이 들어 이렇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따지지 않고 사람을 만나 마음을 열고 친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들 한다.

십시일반이 지리산행복학교의 정신이니 모두 나누고 더러 내세우지 않고 내민다. 교사들은 모두 재능 나눔으로 봉사한다. 교실은 교사들의 작업장이나 지리산과 섬진강변이니 학교를 유지하려고 비용을 들일 일이 없다. 교과서는 선생들의 인생 자산을 펼쳐 보여 늘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아무 지원도 없이 손 내밀지 않고 9년째 하고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의 구분이 없고 강물의 경계가 없듯이 모두 어울렁 더울렁 참말 잘 지낸다.

지난 토요일에는 지리산행복학교 문예창작반이 11월 종강식을 했음에도 한번 수업이 빠져서 보충수업을 했다. 여수에서 회가 오고 하동에서는 직접 낚시를 해서 횟감을 가져오고 서울에서는 고기를 들고 오고 구례에서는 막걸리를 가져오니 부산에서 온 언니는 팔을 걷어붙여 음식을 만들고 다들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은 후 인천에서 온 동생은 설거지를 하고 그다음 시합평을 하면서 살아온 이야기와 세상사를 말하다가 자기와 생각이 달라도 싸우기보다 듣고 인정하고 아이들처럼 밤새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 함께 잠이 드는 모습을 보았다.

아침 해장은 우리나라에서 매화가 가장 먼저 핀다는 매실마을 근처 소학정으로 찾아가 활짝 핀 매화를 알현하는 것으로 시작하니 세상사 힘들어도 이런 즐거운 마음으로 또 버티며 살아가는구나 싶다. 이게 모두 지리산과 섬진강의 기운이니 섬진강을 볼 때마다 ‘다행이다. 참말 다행이다’ 이 소리가 어찌 안 나오겠는가!

이번 주부터는 다시 지리산행복학교 2017년 신학기 모집이 시작된다. 모두들 올 한해는 조금이라도 행복한 기운이 있는 곳에서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어수선한 이 한세상 올곧고 기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춥지만 하동 광양, 섬진강변에는 매화향이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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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사람 2017-02-13 18:22:37
지리산길따라... 섬진강물따라...
다슬기 잡는 사람들도 많지요!
순수한 참다슬기로 만든 엑기스 제품을 파는 곳!
- 섬진강참다슬기 -> www.rfood.kr

섬보사 2017-01-18 13:02:05
섬진강이 있어 행복합니다~~ 섬진강보성강을 사랑하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