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봉사로 마감한 크리스마스
도민칼럼-봉사로 마감한 크리스마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1.18 18:2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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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봉사로 마감한 크리스마스


최근 몇 해에 걸쳐 더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보내는 해외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떠나기 전 여러 달 동안 준비를 하다 보니 정작 현지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열흘 남짓이나 마음은 몇 달을 그 곳에 머무르는 기분이다.

우리대학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오다보니 이제는 프로그램 체계가 만들어져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지원 경쟁률이 매우 높다. 내과진료, 건강검진, 치과진료, 교육/노력봉사팀으로 구성되어 전 학과 학생들이 골고루 참여하는 것을 기본목적으로 한다.

내과, 건강검진, 치과진료는 주로 보건소나 병원 등 실내에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일을 담당한다. 보통 이런 진료가 현장에서는 흔치 않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일부러 찾아오거나 당일 진료를 받지 못하면 주변에서 노숙을 해서라도 다음 날 진료를 받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루 몇 백 명에 이르는 환자를 대하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지만 피곤함보다는 보람된 마음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학교 교육/노력봉사는 주로 실외에서 이루어지며 교육대상은 초등학생인데 그들의 활발함과 순수함은 우리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게 한다. 또한 운동장에서 맨발로 축구 경기를 하는 현지 학생들보다 우리 학생들이 먼저 지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동시에 노력봉사의 주 업무는 학교건물 보수나 페인트칠이며 깨끗하게 탈바꿈한 건물들은 더위에 흘린 땀방울을 보람되게 보이도록 한다.

무엇보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우리 학생들의 심적 변화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일단 협동심과 겸손함을 보이는 것은 기본이다. 학교 교육에서 접하기 힘든 내적 동기와 주어진 환경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삶의 의욕을 동시에 가지게 하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여러 해 동행하면서 학생들의 변화를 지켜보았을 때 짧은 기간에 비해 큰 효과를 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봉사활동에서도 우리대학 봉사 팀은 환자 진료, 의약품 기증, 교실건물 신축과 페인트칠, 학생 교육 봉사 등의 일을 하고 왔다. 실물적인 계획을 세워서 다 주고 왔으나 우리는 무형의 큰 선물을 받아가지고 돌아온 기분이다.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정신적인 그 무엇은 올 한해를 사는 데 버팀목이 될 것 같다.

작년 라오스로의 세 번째 봉사활동을 다녀오면서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깨달았다. 처음에는 주어진 업무를 잘 해내야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에 다 마치고 돌아오면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돌아와도 무엇인가를 그 곳에 두고 온 듯한 마음이 들었고 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구성하여 물건을 가져다주는 봉사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과의 교류에 중점을 두는 봉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환경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마음을 나누는 열린 만남은 분명 서로를 변화시킬 것이고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축복된 마음을 가지게 할 것이다. 봉사 끝나는 날 마을 사람들이 열어준 ‘스콴(바씨)’라는 진심어린 축복의 잔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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