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호랑이가 무는 듯 아픈 통풍
한의학 칼럼-호랑이가 무는 듯 아픈 통풍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1.19 18: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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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호랑이가 무는 듯 아픈 통풍


호랑이가 내 관절을 물어뜯으면 얼마나 아프고 끔찍할까? 한의원에 오시는 분마다 여기 저기가 아프다 호소하고 그 통증도 쑤신다 저린다 다양하게 표현한다.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그 통증이 백호가 관절을 여기저기 물어뜯는 듯 너무나 심하여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이라고 부르는 질병이 있으니 바로 통풍(痛風)이다. 통풍이라는 이름 자체도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이기도 하니 이처럼 무서운 이름의 질병이 또 있을까? 또한 통풍을 '질병의 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또한 그 통증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는 별명이다.

한의원에서 40대 이상의 남성이 ‘발을 삐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붓고 아프면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하여 온 경우 통풍을 제일 먼저 의심한다.

통풍은 엄지발가락에 염증이 나타나는 것이 가장 많고 그 외에 발목, 무릎, 팔꿈치, 귀 뒤 등에서도 염증이 발생이 되는데, 극심한 통증이 밤이나 새벽에 발생해 그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된다. 관절 부위가 빨갛게 붓고 심하면 몸살처럼 오한과 전신의 발열 증상이 동반된다.

한번 발작한 다음에는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있어 일시적인 증상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보통은 그 후 6개월에서 2년 사이 두 번째 발작이 나타난다. 두 번째 이후로는 통증이 더 자주 그리고 범위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요산 결정체가 관절이나 관절주위의 조직에 모여 통풍 결절을 만드는데 이 결절이 생겨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되면 뼈와 연골이 파괴되어 관절기형이나 불구가 될 수도 있다.

병을 치료하려면 원인부터 살펴보아야할 터인데 통풍은 특히나 유전과 음식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음식 중의 ‘퓨린’이라는 물질을 소화흡수하고 남는 대사산물이 바로 요산이다. 체질적으로 신장에서 요산을 배출을 시키는 기능이 약한 경우 피 속에 요산수치가 증가하고 반복적으로 음주나 육류, 퓨린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다보면 발병하게 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요산수치가 높다고 통풍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고요산혈증이지만 몸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면 증상이 없을 수도 있는데 퓨린의 지속적 섭취, 음주, 비만, 과로 등의 원인들이 더해져 요산생성과 배출의 균형이 깨어졌을 때 통풍 발작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통풍의 원인으로 풍한습(風寒濕)을 지목했다. 아픈 것은 한사, 붓는 것은 습사,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것은 풍사의 특징이다. 전체적으로는 체내의 노폐물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관절에 머무는 상황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이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의 순환을 저해하는 담음(痰飮)을 삭이며 습을 풀어주고 순환이 좋게 해주는 것이 한방 통풍 치료의 기본이다. 발작 부위에 침과 함께 뜸을 함께 해주는 것도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이 통풍을 예전에는 ‘왕의 병’이라고 불렀는데 옛날 먹을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 영양 상태가 좋은 사람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병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통풍에 있어서는 음식 조절이 치료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의 요산이 많이 생길 수 있는 음식은 특히 피하도록 하자.

- 소 돼지 내장과 뇌 혀 부위, 생선알, 등푸른 생선(멸치, 정어리, 삼치, 고등어, 청어), 연어, 홍합, 가리비 시금치, 표고버섯, 아스파라거스

요산이 잘 배출되려면 수분을 평소에 충분이 섭취하도록 하고 알코올 짠 음식 지방이 많은 음식도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통풍의 별명이 호랑이와 왕이 등장할 정도로 화려하지만 그 생기는 과정과 치료법을 살펴보면 간소한 음식 섭취와 적절한 운동이라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건강이라는 것은 아무리 돈과 권력이 많아도 사람에게는 공평하게 적용되니 약 위에 양생이 있다는 허준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금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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