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고향 위한 ‘아름다운 나눔’ 외길
어린이와 고향 위한 ‘아름다운 나눔’ 외길
  • 박철기자
  • 승인 2017.02.01 18:31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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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재경경남도민회 박연환 회장

 
지난해 12월 1일 서울 SRS 수서역 인근에서 영남권 최초의 재경기숙사(남명학사) 착공식이 열렸다. 경남의 20년 숙원사업 ‘반값기숙사’가 마침내 첫발을 뗀 것이다. 남명학사의 연착륙은 홍 지사나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함양 출신의 박연환 회장과 회원들의 합심과 노력이 시너지를 일으켜 이룬 열매다.

2015년 제8대 재경경남도민회장에 취임한 박연환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재경 경남학숙과 도민회관, 20개 시군향우회관의 통합 건립문제 등의 실현’을 약속했었다. 이후 경남 서부대개발, 채무제로 추진 등 경남의 역점사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측면지원으로 경남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재계의 리더로 이름난 함양 출신의 박연환 회장을 직접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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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만 경남 향우 힘 합쳐 장학금 지원할 것”
도내 학생 반값기숙사로 알려진 ‘남명학사’
경남도민회에서 학생 부담금까지 전액 지원
도서기증·발전기금 등 다양한 통큰 나눔도 
“조그만 능력이지만 사회에 기부하는 것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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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1일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경남출신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재경기숙사 ‘남명학사’ 착공식을 가졌다.
◆경남의 20년 숙원, 남명학사(경남학숙) = 서울에 유학 보내기가 갈수록 어렵다. 학기마다 수백만원에 이르는 등록금에다 기숙사비, 생활비와 용돈까지, 서민들은 머리가 아프다. 기숙사 입성에 실패라도 하면 그야말로 등이 휜다.

이처럼 팍팍한 현실 때문에 서울에 지역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운영하는 광역자치단체가 많다. 경남도도 이런 기숙사(경남학숙)가 20년 숙원이었고, 마침내 첫 단추를 뀄다. 지난해 12월 1일 서울 강남구 자곡동 4480㎡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기숙사동과 지상 3층의 커뮤니티동을 포함한 영남권 최초의 재경기숙사(남명학사) 착공식이 열린 것이다. 그동안 남명학사는 재원조달과 부지확보 문제로 지지부진해왔기 때문에 경남도민들로선 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남명학사는 SRT 수서역과 인접한 주택지구 4480㎡에 총 400명 수용 규모로 2018년 2월 문을 연다. 학생 부담금은 식비 포함 월 15만원 가량이다. 이는 서울지역 대학 기숙사의 3분의 1, 대학가 원룸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박 회장이 이끄는 재경도민회에서 전액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례 없는 무료 학숙이 되는 셈이라 파격적이다.

박 회장 자신이 도시로 유학을 가서 주경야독하며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기에, 그 고달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때 장학금 아니었으면 대학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었기에. 박 회장의 무료 학숙에 대한 의지 속엔 이 같은 배경이 숨어 있다.

박 회장은 “350만 경남 향우들의 힘을 합쳐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400명 학생이 15만원씩이면 월 6000만원쯤 된다. 이를 도민회에서 전액 부담해 국가와 고향을 위한 인재를 육성하려고 한다. 나를 포함한 회원들이 적극 동참하고 있다. 역사에 남을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 ‘남명학사’ 착공식에서 박연환 회장 인사말 모습
◆‘적선지가 필유여경’ =지난 13일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에 위치한 한국헤르만헤세 출판사에서 박연환 회장을 만났다. 회장실을 들어서니 사방 벽마다 책과 각종 상패, 기부증서 등이 빼곡하다. 인터뷰 도중에도 끊임없이 전화와 손님들이 드나들었고, 거침없이 협의하고 결단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박 회장은 함양군 백전면 동백마을(동자밭) 출신으로 1983년 출발한 한국헤르만헤세 출판그룹을 이끌고 있다. ‘어린이에게 품은 큰 소망’이란 설립이념처럼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사랑과 교육철학의 명맥을 잇는 우리나라 대표 출판그룹이다. 그의 회사가 펴낸 책들은 교육부 등의 ‘우수도서’ 목록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각 분야 베스트셀러, 최고 권위의 어린이교육도서상 수상 등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또 출판사업의 성취를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이 순항 중인 박 회장은 이를 고향과 사회 각 분야에 도서기증과 기부 등 지금까지 21억원 이상의 나눔으로 승화시켜 왔다. 시골서 나고 어렵게 공부한 박 회장은 형편이 어려워 책을 사서 공부할 수 없는 어린이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책 좀 마음껏 가지고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 말이다. 그의 통큰 도서기증 이면에는 이처럼 속 깊은 헤아림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는 도서기증 외에도 학용품 기부·장학금·기부금·발전기금 등 다양한 분야에 통큰 나눔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경경남도민회장, 전국시도민향우연합회 공동총재, 출판문화협회 부회장, 재경함양군향우회장, 재외함양군향우회연합회장 등의 직함과 대한민국 문화공로대상(2016), 경남도지사·경기도지사 나눔문화 표창(2013),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복지부장관·2012), 한국교육산업대상(2011), 한국출판문화대상(2008) 등 수많은 수상내역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손색이 없음을 웅변하고 있다.

그는 부유층과 기업의 수익 사회 환원이 가져오는 사회적 선순환에 대해 명백한 신념을 갖고 있다. 재산을 직접 환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기부·기증을 통한 나눔 또한 훌륭한 사회공헌이요 환원이다. 그가 나눔과 봉사활동에 망설임이 없는 것도 이런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명심보감에 ‘적선지가에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 했다. 내 재산도 나중에 장학재단 설립 등을 통해 모두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다. 자식 셋은 최소한 먹고살 정도만 있으면 되지 않나? 내가 하고 있는 사회 활동이 모두 ‘봉사’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그냥 기부가 좋고, 그 속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에 대한 신념을 군더더기 없는 말로 드러낸다. 박 회장은 또 세금 많이 내는 걸로도 유명하다. 정직하게 벌고 의무를 다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떳떳치 못할 일이 있겠는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성공한 사업가로서 사회적 명망이 높은 그에게 정치판의 유혹이 없지 않을 터. 박 회장은 사업가로서 본분을 지켜 정치엔 철저히 중립을 견지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사업이나 학계 등에서 성공한 인사들이 권력과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세태를 안타까워한다.

“유혹은 많다. 하지만 전공분야가 다르고 정치 문외한인 사람이 갑자기 거기 뛰어들어서 무슨 능력을 발휘하겠나? 결말이 좋을 리 없지. 정치는 정치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기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맞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적폐가 나라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지금, 많은 영감을 주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점심식사 자리에 그의 사업파트너들과 함께하게 됐다. 영남 사투리를 쓰는 한 사람이 과격한 표현을 써가며 탄핵의 부당성 등에 대한 성토에 나섰다. 박 회장은 너털웃음과 함께 “하여튼 대단해”라며 말을 끊진 않으면서도 끝내 적극 동조하거나 관련 대화를 확대하지 않았다.

자신이 확실히 아는 분야가 아니면 함부로 판단하고 비난하지 않는 사람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인간관계를 위한 맞장구와 간단한 호오(好惡) 표현 이상의 수위를 넘어 근거 없이 확대하고 말을 옮기지 않는 현명함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말과 결정이 거침없는 사람은 자칫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 그런데 그것이 남을 하찮게 보거나 오만한 자기과신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기심과 이해타산, 가식이 없는 솔직함에서 나온다면, 반발심보단 호감이 더 크게 인다. 박 회장에게선 그런 냄새가 났다. 인격의 향기는 가식과 이해타산을 따지는 이들처럼 역하지도 않고 영구한 법이다.

박 회장의 활발한 기부와 봉사활동을 두고 ‘안 팔리는 책 기증하고 생색낸다’는 등 시기·폄하하는 일부 사람도 있다. 이들은 누가 뭘 해도 삐딱하게 말하지만, 꿈나무 육성과 고향·국가의 미래를 위한 그의 순수한 나눔과 봉사 의지는 훼손될 이유가 없다.

그가 그동안 기증한 도서 면면을 보면 세계명작·고전·문학·역사·동화, 자연과학그림책, 사회문화탐험 등 선뜻 구입하기 힘든 전집류, 분야별 기획도서나 고급어학교육도서 시리즈 등 검증된 우수도서들이 주를 이룬다. 교육 가치와 소장을 위한 순도가 높은 책들이다. 기증도서의 가치를 두고도 비난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진 못하더라도 근거 없는 낭설과 비난을 확대 재생산하는 건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 한국헤르만헤세 출판사를 운영하는 박연환 회장은 학생들을 위한 도서기증을 꾸준히 하고 있다.
◆수구초심(首丘初心) =박 회장의 고향 함양 백전은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본류의 헌걸찬 지기가 백운산에 와서 응기된 명승지다. ‘인걸은 지령’이란 말처럼, 장중한 땅기운 덕인지 백전은 선비의 고장 함양에서도 인물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그의 거침없고 호탕한 언행도 이런 지기를 타고났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 존재의 뿌리에 대한 향수가 깊어진다. 박 회장은 고려시대 이제현과 함께 주자학의 태두가 되고 학문의 최고봉인 역학으로 일가를 이룬 치암 박충좌, 조선시대 초학 아동들의 필수 교과서인 ‘동몽선습’을 지은 박세무 등 대학자를 많이 배출한 함양박씨 후손이라는 뿌리의식이 각별해보였다. 그래선지 그와 대화하는 도중 고향과 뿌리에 대한 언급이 자주 돋보였다. ‘왕대나무에 왕대 나고 시누대나무에 시누대 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만했다.

박 회장은 “조그만 능력이 주어지니까 고향에다 더 많은 기부를 하고 싶어진다. 앞으로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이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지 않던가? 아버지 산소도 거기 있고. 앞으로 고향을 위해 더 많은 봉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며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고향 함양에만 10억원 이상의 장학금과 도서기증을 해왔다.

그는 자신의 나눔 활동으로 인한 반대급부를 바라거나 사심을 가지지 않는다. 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이유다. 박 회장처럼 불리한 조건을 이기고 땀흘려 벌고, 그리 정직하게 이룬 재산으로 가치있게 나누고 베푸는 이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는 언제쯤 이뤄질까? 갑자기 박 회장에게 갑질과 편법, 불법 좋아하는 부류들을 불러다가 특별과외 좀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졌다. 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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