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28-늙음과 익음의 차이
도민칼럼-지리산향기28-늙음과 익음의 차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09 18: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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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늙음과 익음의 차이


나이를 두고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여서 흔히 쓰지만 쓰지 말아야 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십대가 어떠하니 칠십대가 어떠하니 하는 말을 종종 쓰고 공감한다. 논리적으로 나이를 가지고 하는 말은 맞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모두 늙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젊은 한때를 거쳐 왔다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인간은 가장 성숙한 나이일까? 공자는 마흔에 불혹(不惑)에 들었다고 한다. 나도 마흔이 되면 그럴 줄 알았는데 범인이어서 그런지 미혹이 넘쳤다. 공자는 자신의 경우를 말했지만 일반인은 유혹이 많은 나이니 경계하라고 한 말은 아니었을까? 오십이 되면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하는데 우리 지리산행복학교 미술반에 올해부터 합류하는 한국화가 몽피 김경학 선생은 중국 원대 화가 황공망의 말을 빌려 예술을 하려면 지천명의 쉰 살까지는 몸을 만들어야 하기에 쉰이 되어야만 비로소 하늘의 뜻을 알고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전한다. 화가 황공망은 쉰에 그림에 입문하여 부춘산에 은거 후 <부춘산거도권> 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긴 사람이다.

그러면 나이 쉰이 되면 좀 성숙해질까? 일전에 내 또래의 친구와 객쩍은 수다를 떨면서 나이가 화제로 떠올랐다. 면사무소 일도 하고 부녀회장도 하는 동생이어서 활동도 좀 하고 열려있는 친구인데 오십대를 말하며 서로 공감을 했다. 오십대 중반의 언니들을 보면서 저 나이가 되면 좀 세상도 알고 사람도 알아서 이해심도 깊고 사람도 잘 안아주겠거니 했는데 아니더라는 이야기였다. 편견도 심하고 자기 말이 옳고 자기 이야기만 하려하고 그렇지 않은 선배도 돌아서면 말을 잘 들어주는 척을 했던 거지, 결국 자기가 세상 살아봐서 다 안다는 투라고 서로 손바닥을 치며 말을 했다. 그런데 이제 나도 곧 오십대 중반에 접어들 날이 바짝 앞으로 다가와 있다. 남 말이 아닌 것이다.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 애늙은이라는 말이 요즘 정치권에서도 도는 모양이다. 어른이라고 칭하는 것과 늙은이라고 칭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늙은 것과 익는 것도 다른 것처럼 늙는 것은 썩는 것이고 익는 것은 발효되는 것이다. 인생이 두 번 주어지지 않기에 연습으로만 살다 갈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최고 권력으로 살면서 하도 말끝마다 ‘내가 그거 해봐서 아는데’ 라는 말을 하여 젊은 친구들에게 빈축을 산적도 있다. ‘내가 그거 해봐서 아는데’는 상대보다 우위를 점거하고 말문을 막기 위하여 쓰는 말이지 상대에게 자기의 연륜을 알려주고 길을 밝게 해주기 위하여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 말을 재밌게 하는 의사가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의학적으로는 맞다면서 육십이 되면 심장 기능이 나빠져서 가슴이 작아져 모험심이 없게 되고 잘 삐진다는 말을 해서 웃은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 아이처럼 해맑게 변하면 좋은데 뇌가 늙어서 애기처럼 말도 못 알아듣고 땡강만 하면 어쩌나 오십대 중반에 다 안다는 둥 가르치려고만 들면 나도 늙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돈이 많으면 줄기세포를 맞고 태반주사로 백옥 같은 피부야 만들 수 있겠지만, 누군들 그런 욕망이 없겠느냐 싶지만, 머리가 늙어서 꼰대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왜 못 느끼는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십대 중반에 지리산행복학교 라고 찾아와 남을 가르쳐도 골백번 가르칠 연륜이 있는 이들이 자기보다 어린 사람에게서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고 찾아오는 모습에 이미 이들은 행복할 준비가 되어있는 분들이구나, 새삼 더 느끼게 된다. 그래서 수년간 1박2일로 행사를 하고 같이 술을 마시고 잠을 자도 싸움 한번 안하고 큰소리로 분위기 한번 흐려진 적이 없었구나 싶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혼밥, 혼술이 대세라고 한다. 좋은 모습은 아니다. 사람이 어울려 살지 않는 다는 것은 그 사회가 유기적인 관계에서 멀어진다는 것이고 그런 사회는 정체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이 오십이 넘어도 낯선 타인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하고 오는 분마다 이상하게 그렇게 된다고도 한다. 심지어 한방에서 잠도 자는 우리 학교 어른들, 젊은이처럼 클럽음악에 맞춰 춤도 추고 어울리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다. 돌아오는 18일에는 지리산에서 마술가 유현웅이 보여주는 디제이믹싱마술쑈로 한바탕 논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아이처럼 심쿵심쿵 마음이 다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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