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칼럼-눈이 자꾸 떨리는데 풍인가요?
한의학 칼럼-눈이 자꾸 떨리는데 풍인가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09 18:2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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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
 

김종권/산청 동의본가 한의원 원장-눈이 자꾸 떨리는데 풍인가요?


“눈 주변이 떨리고 얼굴 근육이 움찔움찔하는데, 이거 풍 오는 거 아닌가?” 어르신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묻는 질문 중의 하나이다. 풍이라는 의미가 워낙 다양하게 쓰이다 보니 일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환자들이 묻는 요점은 뇌혈관 질환으로서의 중풍이 맞느냐하는 여부인데 결론적으로는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우리 조상들은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 중 떨림을 동반하는 여러 증상을 풍(風)으로 불렀다. 이는 마치 자연에서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있는 곳에서는 나무든 깃발이든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이를 본 따서 흔들리는 여러 증상을 ‘풍[바람]’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쓰는 풍이라면 얼굴이 떨리는 것도 풍의 종류 중 하나가 맞고, 실제로 한의학에서도 이를 풍의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치료를 한다. 하지만 눈꺼풀이나 얼굴이 떨리는 증상은 어르신들이 걱정하는 중풍, 현대의학 용어로는 뇌졸중(CVA)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중풍의 경우, 신체 일부나 전신에 가볍고 반복적인 증상들이 일어나는데 이를 중풍 전조증(前兆症)이라고 한다. 이 전조증 중에는 머리가 자주 어지럽거나 아프고, 한쪽 팔다리의 힘이 없어지거나, 발음이 불분명해지거나, 손끝이 자주 저리고 감각이 둔하거나, 눈가나 얼굴의 근육이 잘 떨리거나, 메스껍고 어지러워 토하고 싶은 증상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증상만으로 보자면 이처럼 얼굴이 떨리는 것은 중풍의 전조증에 속하지만 중풍의 경우 일반적으로 이런 증상들이 하나만 단독으로 나타나지 않고 여러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나고 점점 심하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얼굴에 벌레가 기어간다 눈가가 씰룩거린다 입가가 움찔움찔한다는 증상의 사람들은 자세히 관찰해보면 보통은 중풍과 관계없는 일시적인 근육경련으로 판명된다. 이는 신경을 많이 쓰거나 성격이 예민한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로한 경우가 많다. 또 시기적으로는 온도차가 크고 바람이 많이 부는 것처럼 주위의 환경 변화가 심한 경우에 자주 발생하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순환 장애가 생겨서 근육에 경련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에 의원이나 한의원에 가면 쉬어주라고 하는데 그저 형식적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고 그런 반응 자체가 몸에서 쉬어달라는 신호이기 때문에 제일 좋은 약은 휴식일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를 떠나 충분한 휴식을 기본으로 하고 적절한 침뜸 치료와 한약을 복용하면 많이 좋아진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계속 되거나 치료를 했는데도 줄어들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찾아보거나 좀 더 자세하게 몸을 검진해볼 필요가 있다.

얼굴의 떨림 증상이 중풍일 가능성은 적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평소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정상인에 비해 중풍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기에 이러한 병을 오래 앓아왔던 분이 얼굴 떨림이 생겼을 때에는 중풍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특히 신경을 써야한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하여 조기에 검사를 하여 증상을 잘 가리고 선행질환의 관리를 아주 엄격하게 하여야 한다.

같은 얼굴 떨림이라고 하더라도 대인 관계에 지장이 있을 정도이거나 얼굴 전체로 그 범위가 넓은 경우에도 꼭 중풍이 아니더라도 다른 질환과 관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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