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의 형성과정
시경의 형성과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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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걸리 학교 교장

무릇 시가의 시초는 우리 인간이 자연을 찬미하고 신령을 송축하기 위하여 제사드리고 기도드리는 데에서 비롯하였다. 인류는 문자가 있기 전에 언어가 있었고 이 언어만 있을 때부터 이미 노래와 춤은 거의 연대물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이른바 천지신명에 대하여 축제를 올려 소원과 감사를 드릴 때에도 그 어떤 일정한 형식으로 장단에 맞추어 춤추고 노래부르며 빌었었다.

세계 어느 나라 문학의 근원을 살펴보더라도 거의 산문보다는 운문이 먼저 나온 것은 모두 이러한데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문학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주 이전의 가영들은 어떤 학자의 문학사에서는 취급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전체 중국문학사상에서 그 비중이 약하다. 그런 까닭에 중국 문학을 사적으로 논술함에 있어서는 언제나 이 시경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 거의 통례로 되어있다.

‘시경’은 원래 ‘시’ 혹은 ‘시삼백’ 등으로 불리어졌으나 한 대에 와서부터 그것이 공자의 손을 거쳐 정리되었다고 하여 이를 높여서 ‘경’자를 붙여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시경은 대체로 채시·진시·헌시 등의 방법에 의하여 수집되었다. 한 대의 반고의 ‘한서예문지’에, “옛날에 시를 채집하는 벼슬아치가 있었고, 왕은 이를 통하여 풍속을 관찰하고 자신의 성패를 알아서 스스로 바로 고쳤다”라고 하였고, 또 ‘한서식화지’에는,  “행인이 길을 돌며 목탁을 두드려 가며 시를 채집해서, 이것을 태사에게 바치고, 태사는 그것을 음률에 맞추어서 천자에게 들려주었다”라고 했으며, 하휴의 ‘공앙전주’에는, “남자의 나이 여순, 그리고 여자의 나이 쉰이 되도록 자식이 없는 사람을 관청에서 입혀주고, 먹여주며, 그들을 민간에 보내어 시를 구하게 했다. 그래서 향에서는 읍으로 보내고, 읍에서는 중앙으로 보내면 중앙에서는 이것을 천자에게 들려드린다”라고 했다.

또 ‘예기’왕제편에는, “천자는 5년에 한 번 순수를 하고……태사에게 시를 진고하게 하고 이로써 민풍을 관찰하였다”라고 한 것이 있고, ‘국어’주어에는, “옛 천자가 정사를 들을 때에는 공경으로부터 열사에 이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를 받치도록 했다”라고 했고, 역시 ‘국어’진어에는, “옛 왕은 악공으로 하여금 조정에서 송간하게 하였고, 재열자에게는 시를 바치게 했다”라고 했으며, ‘모시’권아전에는, “명왕은 공경들로 하여금 시를 바치게 했다”라고 했다.

이상의 몇몇 전적의 기록으로 미루어 본다면 시경 300여편은 곧 채시 등의 방법에 의하여 수집되었음을 알 수가 있고, 또 그 수집의 의도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민의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가장 크고 뚜렷한 목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른바 공자에 의한 산시설이다. 즉 본래 채집된 시의 수는 수천 편이나 되었는데 공자에 의하여 모두 산거되어 버리고 겨우 300여편만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이 말은 한 사마천의 ‘사기’에서 비롯했다. ‘사기’공자세가에 보면, “옛날에는 시가 3000여 편이었는데 공자에 이르서 그 중복된 것은 버리고 예의에 시용할 수 있는 것만 취하였다”라고 하였는데, 이로부터 시작하여 후세의 많은 학자들이 이 학설에 동조해왔지만 또한 이 학설을 부정하는 학자도 많았다.

그러다가 청대에 와서 최술은 그의 ‘고신록’에서, “공자가 시를 산거했다고 누가 말하는가. 공자는 일찍이 스스로는 그 말을 한 적이 없다. 공자가 정성이 음란하다고 한 것은 이는 정풍에는 음란한 시가 많다는 말이요. 공자가 시삼백을 외어 읊는다고 하였으니, 이것은 시는 다만 300 편만 있었고 공자는 일찍이 산거한 적이 없다는 말이다.

학자들은 공자가 스스로 한 말은 믿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있으니, 심하도다 그 괴이함이여!”라고 하여, 공자에 의한 산시설을 조리있게 부인하고 있다. 기실 공자가 시를 그렇게 많이 산거해 버렸다고 말한 사마천의 이 말은 거의 역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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