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열대어 구피(Guppy) 체험 학습
시론-열대어 구피(Guppy) 체험 학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12 17: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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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

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열대어 구피(Guppy) 체험 학습


지난 한해를 마무리하고 감사하는 뜻으로 광양에 있는 약수골의 작은 식당으로 빙장 어른과 빙모님을 모시고 같이 저녁을 함께 하였다. 맛있게 즐기고 난 후 후식을 준비하는 때 마침 작은 어항에서 북적대는 열대어를 보게 되었다.

빙모님은 어항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관심이 많으셨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새끼들과 어미들이 제법 많아 보였다. 쫒기 듯 달아나기도 하고 무리지어 움직임이 활발하였다. 주인은 기꺼이 나누어 주겠다며 가져가서 길러 보라고 권유하였다.

이 열대어의 이름이 ‘구피’라며 키우는데 온도 관리만 잘 하면 어려움이 없다고 하면서 서슴없이 다섯 마리를 컵에 수초와 함께 담으면서 관리 요령을 일러주었다. 흔쾌히 분양해 주는 주인장의 선한 마음을 거절하지는 못하고 받아들었다. 구피는 처음 듣는 열대어 이름이라서 몇 번이고 물은 다음 기억을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가장 대중적인 열대어의 대명사이다.

집안에 동물을 기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평소 생각하던 터라 혼잣말로 ‘괜히 얻어 가는 게 아닐까’ 하며, 살리지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두 분을 모셔드리고 내일 당장 어항을 구입하고 열대어 기를 준비를 하는 것으로 딸애와 집사람과 의견을 같이 하였다. 어항과 물고기를 파는 장소를 찾아서 갔더니 관련 물품들이 어찌나 많은지, 무얼 골라야 하리 몰라서 주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가장 기본인 것들만 골랐다. 어항, 온도계, 물 순환기, 미생물 그리고 수초를 구입하였다. 약속대로 처음이라 작은 어항을 설치하였다.

지식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처음부터 크게 시작할 수 없어 얻어온 새끼 다섯 마리만 키우기로 하였다. 며칠 후 잘 크고 있는지 여쭈었더니 꼬물꼬물 하는 게 예쁘다고 말씀하신다. 댁에서는 두 분만 생활하시는데 적적한 분위기에서 꼼지락거리는 무언가 있으니 관심이 가서 기분이 좋아진다 하시니 절반은 성공인 듯하였다.

이런 상황을 경험하면서 구피를 데려온 보름쯤 지났을까 집사람과 딸애는 우리도 열대어를 길러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하였다. 일언지하에 그냥 반대를 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3년여 전쯤 아파트에 강아지를 키우자고 아들, 딸 그리고 내자 세 명이 우겨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생활한 경험이 있다. 우선 한 달간만 키워보고 결정하자고 하였었다. 그놈이 진돗개 새끼여서 성장하는 게 하루하루 다르다 보니 감당하지 못하고 단독 주택의 처갓집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집사람은 처갓집 것보다 조금 크고 좋아 보이는 어항을 구해왔다. 이런 정성을 보이는데 마냥 거절할 수 없는 50대의 나이인지라 승낙하고 말았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그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소 걱정 되었지만 체험해 보기로 하였다.

열대어는 구피, 카디날, 베타, 코리 네 가지 종을 구입하였다. 먹성이 대단한 빨간 색상의 꼬리 구피는 암수 10마리, 어항의 중하단부에서만 활동하는 옆구리에 형광 띠 두른 카디날 5마리, 두 마리면 서로 싸워서 오직 한마리만 어항에 존재하야 한다는 베타, 그리고 바닥만을 훑고 다니는 청소부 코리 도라스 두 마리, 총 18마리를 키우기 시작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구피는 적응하지 못하고 두 마리만 남았다. 난태생으로 부화한 새끼 구피들은 베타의 좋은 간식이 되었으나 중 6마리를 분리하여 한 달 간 키웠다. 어제는 어항을 새로 조금 큰 것으로 교체하여 30여일 지난 새끼 구피를 풀었다. 그 중 두 마리는 우아한 자태와는 다르게 식탐 많은 베타의 입속으로 가고 나머지 4마리는 함께 생활 하고 있다.

새로운 식구로 이끼처리 전문 보리 비파 두 마리를 구입하였는데 그 중 한 마리와 카디날은 처가댁으로 시집을 보냈다. 내일은 테트라 30마리가 우리 집 어항으로 이사 온다. 우리 가족에게는 매일매일 열대어를 바라보는 즐거움을 주어서 2016년에 잘 했던 결정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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