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실패를 통한 내공
도민칼럼-실패를 통한 내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15 18:20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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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

길인숙/진주보건대학교 간호학부 교수-실패를 통한 내공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은 한 때 베스트셀러였으나 이것저것 맘대로 되지 않는 세대의 청춘들에게 불평의 대상이기도 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우리 세대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모토로 많이 사용되었지만 지금 세대는 ‘고생을 안 할 수 있으면 더 좋지 무슨 말이냐’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았다.

최근 학교마다 졸업식을 했다. 학교는 품었던 학생들을 사회로 보냈고 졸업생들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학교를 떠났다. 졸업축사를 들어보면 재미있고도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다. 유명 영화배우인 로버트 드니로는 졸업축사에서 ‘여러분이 고생길로 접어들게 된 것을 축하한다. 이제 거절을 밥 먹는 당하게 되는 세계로의 입문을 환영한다’라고 했다. 얼핏 들으면 축사인지 아닌지 웃으며 들으면서도 그 ‘고생길’ 그림이 훤히 그려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인간관계에서 수도 없이 상처 받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느끼고, 또 실패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지 않았던가.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 고민하고 불안해했던 그 20대와 30대는 책 한권을 써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도 졸업축사에서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로 마무리 하였다. 그는 축사 서두를 자신의 실패를 세대별로 나열하면서 그 실패가 없었다면 ‘애플’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고자 하는 일에 늘 허기를 느끼고, 목표를 향해서 바보처럼 그 일들에 매진하라는 말로 마무리하였다.

얼마 전 클래식 음악 동영상에서 눈에 띄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보통 오케스트라 협연에서 볼 수 있는 개인 독주가들의 위풍당당한 모습과는 달리 작은 체구의 한 남성이 피아노에 코를 박듯 자세를 숙이고 심지어 자신의 콧노래에 박자를 맞추며 연주하였다. 더 특이한 것은 일반 피아노 의자가 아닌 교실의자 같은 곳에 앉아서 연주하는 모습은 앞에 관중도 하나 없이 집에서 혼자 연습하는 것과 같았다. 그의 이름은 글렌 굴드이고,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단연코 어느 누구보다 가장 완벽하게 연주한다는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거장으로서의 이름을 떨쳤던 그는 연주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철저한 고독의 시간을 보냈다고 하였다. 외부와의 접촉도 피하고 오직 작품을 완벽하게 연주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니 타고난 음악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회성은 떨어지고 객관적으로 볼 때 바보 같은 면도 보이지만 그만큼 열정적인 투지를 가지고 몰입하기 때문에 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 글렌 굴드처럼 살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의 열정과 몰입의 자세는 우리의 각자 분야에서 삶의 시간을 완성시키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쉽게 말하지만 저절로 되는 것도 없는 것이 세상사이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가지고 사회로 나가는 제자들에게 그래도 ‘희망’을 가지게 하고 싶고 실패를 통해 영글어진 내공 있는 미래의 자신을 기대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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