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누구의 잘못인가? 푸르게 자라게 하자(Ⅰ)
칼럼-누구의 잘못인가? 푸르게 자라게 하자(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27 18:0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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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누구의 잘못인가? 푸르게 자라게 하자(Ⅰ)


학교들이 한 학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새 학기가 되었다. 그동안 고생했던, 또는 앞으로 고생해야 할 아이들의 세계를 우리 기성세대들이 다시 한 번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앞으로 2회에 걸쳐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부모와 자식은 절대 변할 수 없는 한 핏줄이되, 그 생명체로서의 존재는 완전히 별개의 독립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성도, 능력도, 성격도 다 다르다는 사실, 그래서 그들의 인생도 다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 ‘다름’에 대하여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명언을 남기셨다. ‘자식은 겉을 낳지 속을 낳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수많은 부모들이 그 다름을 받아들여 자식과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하기 때문에 숱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한 경쟁이라는 황당한 깃발을 내걸어놓고 서로 1등 하겠다고 혈안이 되어 교육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체력 낭비이고, 금력 낭비이고, 국력 낭비이고, 인생 낭비이다.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들이 주인이고, 주인공이다. 그들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지 말고, 그들이 좋아하는 길로 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게 부모의 참된 역할이다. 해마다 일반학교의 자퇴생들이 7만여 명이나 된다. 그래서 지금은 대안학교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개성을 무시하고 성적만 중시하는 공교육의 실패를 입증하는 동시에, 대안학교가 그야말로 교육 문제를 풀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는 사실을 인증하고 있는 것이다.

IT의 왕자 빌 게이츠는 어느 고등학교 강연에서 “하버드대학교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 내 성공의 비결은 어린 시절부터 길러온 독서 습관이었다”라고 했다. 서울에서 족집게로 이름 찍힌 강사들의 수강료는 일정액이 없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그래서 특A급 스타 강사 또는 1타 강사로 불리는 사람들은 전임 연구원이나 연구 조교까지 두고 연간 100억에서 200억까지 벌어들인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고3 스트레스’를 한 번 알아보자. 이런 스트레스는 공부 잘하는 애들일수록 많이 앓는다고 한다. 그 증상은 시험이 닥치면 정신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고 한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아무것도 안 보인다거나,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귀에서 웽웽 소리가 울려댄다거나, 펜을 잡을 수 없도록 손이 덜덜 떨린다거나,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무서운 형상들이 오락가락한다거나,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나면서 머리가 빙글빙글 돌거나 하는 현상들이라고 한다.

학원 일등 선생이라는 사람은 “불알은 잃어버려도 필기 노트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고, 누구 빌려주지도 말라”고 한다고 한다. 이것은 바로 학교에서부터 학원에서부터 이기적이고 개인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이들은 책이나 노트를 빌려주고, 빌려 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상으로 변해버렸다. 1점에 서울대가 왔다 갔다 하니 당연한 일들이라고 받아 들여야 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열 군데 학원을 다니는 애보다 수능 1점을 더 따기 위해 자기 아이를 열 한 군데 학원을 다니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치열해 지다 보니 라이벌의 노트를 훔치거나, 찢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애들일수록 사물함에 책이나 노트를 두고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해서 SKY대학교에 들어간 그들이 지적당하는 세 가지 약점이 있다고 한다. 첫째 글을 잘 못 쓴다. 둘째 외우기만 했지 써본 적이 없으니까 말을 잘 못한다. 셋째 주입만 받았지 토론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협동 능력이 떨어진다. 학원가에는 100만 원 짜리 ‘총명약’‧‘총명주사’‧‘수능주사’‧‘총명탕’도 있어 암암리에 잘들 팔린다고 한다. 어떤 어머니들은 아들을 지방 명문고에 입학시켜놓고 금요일 날 오후 늦게 아이를 데리고 대치동에 와서 일요일 밤까지 보내고 다시 지방으로 내려 보낸다고 한다. 그런 주말족들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가릴 것 없이 지방 대도시에서 다 몰려들었다. 그래서 ‘사교육의 메카’라는 별칭은 괜히 붙여진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돈만 있다고 대치동족이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수강생의 수준을 맞추고, 자기네 명성도 지켜나가기 위해서 학원들은 일정한 시험을 치러 선발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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