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누구의 잘못인가? 푸르게 자라게 하자(Ⅱ)
칼럼-누구의 잘못인가? 푸르게 자라게 하자(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3.06 18:3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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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누구의 잘못인가? 푸르게 자라게 하자(Ⅱ)


아이들에게 100을 주입하면 효과는 50정도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100의 효과를 원하는 엄마들은 거침없이 200을 주입한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는 50의 결과밖에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이 과학적 분석이다. 그런데도 엄마들의 과욕은 100이 달성되는 착각에 사로잡혀 고액 과외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졸자 중에서 SKY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1.5% 정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사교육에다 서슴없이 거액을 쏟아 붓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사교육 재벌’을 만들어 내는 1등 공신 역할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 최고로 소문난 어떤 외고에 합격시킨 자기소개서가 700만 원짜리라고 하는가 하면, 특목고 진학 컨설팅비가 4500만 원이고, SKY대학교 면접 컨설팅비가 평균 500만 원이라는 소문이 떠도는 곳이 있기도 한다. 철저한 영리 조직인 그런 사교육 시장은 전국적으로 대호황을 누려온 것이 벌써 20년을 넘었고, 거기에 쏟아져 들어가는 돈이 해마다 불어나 이제 40조 원을 헤아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통계청에서는 한가하게 20조 원 정도로 계산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 실태를 탐방하면서 한국에 온 하버드대 학생들이 대치동 학원가를 둘러보고 놀란 것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우리는 여기 대치동을 비롯한 학원가를 둘러보고 나서 그동안 풀지 못했던 큰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것은 우리 하버드대학교에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이 하나 같이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를 않았던 이유다. 수업 시간에는 꼬박꼬박 나오는데 그 외에는 운동도 하지 않고, 동료들과 담소도 하지 않고, 봉사 활동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알고 보니 그들은 교재들을 외우느라고 사력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해도 책을 다 외울 수는 없는 일이고, 그건 지극히 어리석은 공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첫째 전체를 읽어 내용을 파악하고, 둘째 그 저자는 왜 그렇게 썼는가를 분석해 보고, 셋째 나는 이렇게 쓸 수 있는가를 구상해 보는 것으로 바른 독서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유학생들은 무조건 외우려고 드니 공부효과는 떨어지고, 동료들과 담소를 안 하니 회화 실력은 늘지 않고, 책에 대한 평가나 독후감 같은 것을 쓰지 않으니 석‧박사 논문 쓰기가 어려워져 70% 이상 학위 취득에 실패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 그들이 왜 그랬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주입과 암기는 한국 교육의 핵심이고, 그들은 거기에 완전히 습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암기법은 한국 교육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에도 직결된 문제라 생각한다. 한국은 일본식 암기 교육으로 일본과 똑같이 선진국들의 기술을 모방해가며 급속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이 그렇듯 한국도 한계에 도달했다. 그 돌파구는 서양식의 토론 교육을 통해 창의력을 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기로에 서 있다. 그들이 이런 경고를 남기고 갔지만 학원가는 불변의 암기 교육으로 줄기차게 성황을 누리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떤 시인은 다음과 같은 시로 경고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교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교사는 진실을 말해야 하고 학생들은 그 진실을 배워야 한다. 교단은 비록 좁지만 천하를 굽어보는 곳, 초롱초롱한 눈들을 속여서는 안 된다. 자유로이 묻고, 자유로이 대답하고, 의문 속에서 창조되는 진리, 아니오 속에서 만들어지는 민주주의, 외우는 기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일등짜리만 소용되는 출세주의 교육, 꼴찌를 버리는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일등하기 강박 관념에서 시달리다 음독자살하고, 참고서 외우는 죽은 교육 싫어서 목을 매달고, 점수에 납작 눌려 있는 초조한 가슴들, 교실이 감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친구의 목을 누르는 경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이면 오순도순 정이 익어 가고, 눈과 눈들이 별이 되는 꽃밭. 서로의 가슴에 사랑의 강물이 흐르는 교실은 너와 내가 하나 되는 공동체, 각기 다른 빛깔로 피는 꽃밭이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성적표’라고 했다. 한국 교육의 앞날이 암담할 따름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고쳐서 아이들이 푸르게 자라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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