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칼럼-때론 사투리도 최고의 스피치가 될 수 있다
스피치 칼럼-때론 사투리도 최고의 스피치가 될 수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3.19 18:1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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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최효정 스피치 대표
 

최효정/최효정 스피치 대표-때론 사투리도 최고의 스피치가 될 수 있다


시골에 계신 필자의 외할머니가 생각난 건 임태주의 글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 어머니 이야기를 글의 소재로 등장시킨 경우가 많았는데 어머니의 잔소리, 당부가 사투리로 읽혀질 때 필자 역시 자연스럽게 전라도 곡성 외갓집 생각에 빠져든다.

‘염병할 놈, 썩을 놈, 지랄헌다’ 소리에 아들을 향한 염려와 사랑이 모두 느껴진다. ‘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 들에 나가 돌밭을 고를 때는 고단했지만 밭이랑에서 당근이며 무며 통통한 감자알이 물려 올라올 때 나는 내가 조물주인 것처럼 좋았다. 나는 뿌리고 기르고 거두었으니 이것으로 족하다. 너는 정성껏 살아라’ 시인이 될 아들은 어머니의 문장을 끌어안고 그리움을 긁으며 글을 쓰고 산다. 필자의 외할머니 삶도 그랬을 것이다. 독자여러분들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삶도 비슷했을 것이다. 뙤약볕 아래 호미질 하듯, 질곡진 삶을 살면서도, 살고 싶은 삶이 아니라 살아야하는 삶을 살면서도 씨뿌려 기르고 거두면서 조물주의 마음을 헤아렸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말을 잘 한다는 것은 꼭 반듯하고 깔끔하게 해야 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사투리로 욕을 해도 그게 욕인지, 사랑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거친 말에도 함축이 있고 뜻이 담겨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 그런 연유로 필자가 서울과 진주에서 운영하는 최효정스피치아카데미에서 스피치 훈련지도를 할 때, 사투리 어조나 투박한 말 표현을 고쳐주면서도 “아니예요. 이 표현은 그냥 살리죠”하고 수강생들의 말을 그대로 살려 쓰게 하는 경우도 많다. “네? 사투리도 심하고 말이 투박하고 좀 그렇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면 필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아니요. 그 투박한 말에 선생님 마음이 다 들어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감동으로 들려요” 그렇다. 목소리를 예쁘게, 발음을 정확히, 있어 보이는 표현(?)들도 중요하다. 앞에 서려면. 그렇지만 때론 평소 그가 사용하는 마음의 언어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도 감동을 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김치 쪼까 보냈다잉, 밖에 두믄 시원찮응께 받으면 언능 냉장고에 잡아넣어부러랑. 은냐, 전화세 많이 나오니까 끊자잉, 아그들 잘 가르치고 건강혀라”

이상하게도 외할머니의 목소리는 전화를 끊고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왜일까, 투박한 말 밑에 깔린 진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피치는 그래야하는 것이다. 반듯한 말, 투박한 말 그 말속에 진심이 느껴지면 최고의 스피치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가슴에 남는 투박한 사투리 한입, 당신이 연사라면 그것을 건져 올리고, 당신이 청중이라면 가슴으로 그 말을 들어보길 바란다. 어떻게든 최고의 스피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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