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 사랑 외길…‘복 있는 농장’에서 ‘까매요’까지
흑돼지 사랑 외길…‘복 있는 농장’에서 ‘까매요’까지
  • 박철기자
  • 승인 2017.03.22 18:28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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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함양흑돼지영농조합 ‘까매요’ 박영식 대표

▲ 까매요 매장에서 박영식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흑돼지’라고 하면 우선 까만 털이 듬성듬성 붙은, 다소 거북스런 고기 모습이 떠오른다. 가난하던 유년시절 특별한 행사 때나 만나던 그 고기. 육즙 많고 담백하고 쫄깃한, 고소한 잔미가 입안에 여운으로 오래 남는 그 맛. 먹어본 사람은 어김없이 그의 맛 DNA 속에 낙인처럼 새겨져 버리는 한국적인 맛의 진수가 바로 흑돼지다. 그런 흑돼지의 혈통을 지키고 세계화하겠다는 일념으로 외길을 걸어온 박영식(58) 지리산함양흑돼지영농조합법인 ‘까매요’ 대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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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풍미와 영양 자랑하는 흑돼지
축협근무 경험바탕 2002년 농장 시작
토종 혈통 지리산 흑돼지 명맥 이어가
“지역 스토리텔링 흑돼지 명성 찾을 것”  
“우리 먹거리 세계화 시키겠다” 포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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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양 흑돼지 판매·가공 체험장인 ‘까매요’ 매장 전경
◆몸에 좋은 돼지고기, ‘더 좋은’ 흑돼지고기 = 쇠고기에 비해 서민 먹거리로 저평가되던 돼지고기가 여러 모로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돼지고기에는 아이들의 성장에 필수적인 무기질과 비타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식품이다. 특히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안심, 뒷다리, 등심 등은 키 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 후 피로감 회복엔 비타민 섭취가 필수적인데, 특히 비타민 B1 같은 경우 돼지고기가 쇠고기, 닭고기에 비해 8~10배 많다. 비타민 B6, B12, 리보플라민 등도 풍부하다.

최근엔 돼지고기가 피부 미용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피부의 구성성분인 콜라겐은 돼지껍질, 족발, 닭발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콜라겐이 부족하면 주름이 쉽게 생기고 기미, 검버섯 같은 노화 현상이 촉진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요즘 많은 사람들이 피부 건강을 위해 돼지고기를 찾는다. 또 돼지고기에는 필수 아미노산도 풍부한데 손상된 피부의 윤기와 탄력 재생, 자외선 차단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제주도 흑돼지가 유명하지만 아는 사람은 ‘지리산함양흑돼지’라면 엄지부터 치켜든다. 몇 해 전 <1박 2일>에서 지리산 흑돼지가 소개된 뒤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명물이 됐다.

흑돼지는 흰돼지에 비해 탁월한 식감과 맛, 영양을 자랑한다.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고 고기는 느끼하거나 잡내가 없어 담백하다. 지방층이 얇고 육질이 쫄깃하다. 고소한 풍미감이 입안에 퍼지며 육즙도 많다. 영양적으로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고 불포화 지방 함량이 높다. 그래서 성인병 예방에 좋고 비타민 B군이 더 많이 포함돼 있어 피부 탄력에 도움을 준다. 반면 사육기간이 길고 새끼 수도 적다. 자연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 지난 1월에 받은 ‘제22회 베스트브랜드&패키지어워드 코리아’(BBP) 상품마케팅 부문 대상
◆토종 흑돼지에 미쳐 살아온 삶 = 박 대표는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진 토종 흑돼지에 대한 애착으로 축산 외길을 걸었다. 함양축협에 16년 근무했고, 이때 닦은 지식과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이후의 삶을 흑돼지와 함께 했다. 90년대 중반 축협 근무 때부터 동생과 함께 흑돼지를 키우다가 2002년에 지리산 자락인 함양군 유림면에 독자 농장을 세웠다.

그는 1%의 순수 혈통 증명서가 있는 돼지로 시작해 토종 혈통을 이어 왔다. 지리산 흑돼지의 명맥을 잇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자기가 키운 돼지의 품질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고집과 자부심으로 그는 2006년 대한민국 신지식 농업인장 239호로 선정됐고, 2007년 우수농업경영인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그가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우리나라 토종 흑돼지에 대한 애착과 미련 때문이다. 그는 “10여년 동안 여러 차례 시행착오에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던 건 흑돼지의 여러 장점과 비전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의 여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토로한다.

“시골 출신으로 경제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이게 어려웠다. 두 차례 전기 누전으로 환풍기 팬이 중지된 적이 있었다. 과부하가 걸린 거다. 이때 400두가 죽고 2년 후 200두가 폐사했다. 여름철 고온에서 질식사한 거다.”

근래엔 아프리카 레소토 왕국에까지 진출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펼치고 있다. 박 대표는 “어느 곳보다 좋은 육질의 고기를 공급해 우리 먹거리의 세계화와 국민 건강에 보탬이 되겠다”고 강조한다.

▲ 까매요 1층 판매장
◆‘까매요’, 흑돼지에 날개를 달다 = “지리산 흑돼지가 원래 함양이 본고장이다. 그런데 함양사람들이 유통이나 브랜드화 같은 장사를 못한다. 그래서 함양 흑돼지 가지고 다른 지역이 돈도 벌고 유명하다. 울진대게보다 영덕대게가 더 유명한 것처럼.”

지난해 5월 24일 런칭한 ‘까매요’라는 브랜드에 대해 묻자 박 대표가 대답한다.

“우리나라 흑돼지 비율은 1.2% 정도다. 그 가운데 60%가 함양, 산청, 남원 지역에서 생산되는데, 흑돼지는 제주도가 유명하다. 함양에서 흑돼지 사육기술 이전과 품종 개량 등을 해서 산청, 남원 등으로 이전한다. 내가 기른 돼지인데 남원선 자기 브랜드를 걸고 사업을 잘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생산자가 직접 관광 유통 체험 사업을 병행하기를 권유한다. 이걸 계기로 내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지리산 자락 청정환경에서 7000여 마리의 종돈과 흑돈(흑돼지)을 사육한다. 법인은 지리산함양흑돼지영농조합법인, 농장은 7000여평의 ‘복 있는 농장’이다. 개인 단일로는 아시아 최대의 흑돼지 농장이란다.

“까매요 매장은 함양군과 경남도에서 지원을 받고 자부담을 함께 들여서 지었다. 주 사업분야는 흑돼지 생산 가공이고, 2층에 소시지, 돈까스 등의 판매·체험장,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아직 함양사람들은 잘 모른다.”

까매요 매장(지하1층·지상 2층, 총1278㎡)은 함양의 자랑인 상림공원 앞에 위치해 있다. 그의 매장에선 돼지 시장의 1%인 흑돼지 ‘종돈혈통등록증명서’가 있는 프리미엄 흑돼지 고기를 취급한다. 소시지, 돈까스 등의 가공제품도 일원화 시스템으로 생산하고 있다. 6차산업화를 위해 돈까스, 소시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특히 특수아동이나 학생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나 청소년시설 등의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안성맞춤일 듯하다. 이곳에선 박 대표의 농장에서 직접 기른 돼지만 취급하고 택배·판매·홍보한다.

지난 1월엔 한국상품문화디자인학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제22회 베스트브랜드&패키지어워드 코리아’(BBP) 상품마케팅 부문 대상도 수상했다.

▲ 까매요 2층 세미나실
◆장화를 신고 농장으로 돌아가겠다 = 박 대표는 최고의 육질을 가진 흑돼지를 생산해 함양의 자랑인 흑돼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장화를 다시 신겠다고 강조한다.

“까매요까지도 보통 길은 아니었다. 주변의 도움과 농장 직원들의 열정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전국 최고의 육질을 자랑하는 함양 흑돼지 연구 외길을 걸을 생각이다. 다시 장화를 신고 농장으로 돌아가겠다.”

육질을 위해 근래엔 돼지에게 도토리묵 부산물 등을 먹여 출하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최치원 선생이 심은 도토리나무가 빽빽한 상림 앞에서 상림과 흑돼지를 스토리로 결합하고 싶다. 사료가 육질을 좌우한다. 최고의 육질을 위해 도토리 등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겠다. 차별화를 추구해야 하고, 그것은 결국 내 몫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가족은 전업주부인 아내와 1남1녀. 그는 “아내는 40대 초에 내가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서 농장을 하고 유통을 한다니까 ‘위험부담 따른다’며 염려가 많았다. 그러나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다”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 성공의 밑거름이라는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준다.

그는 또 바르게살기운동 함양군협의회장, 함양고등학교 동창회 운영위원장 등의 활동을 통해 남 못지않은 고향사랑도 보여주고 있다. 박 대표는 말미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지금 한다. 어차피 할 거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임하고 있다”며, 성공의 이면에는 시련에 담금질된 녹록치 않은 가치관과 철학이 내재돼 있음을 드러냈다. 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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