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열 가지 깊은 생각
칼럼-열 가지 깊은 생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10 18:03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열 가지 깊은 생각


지도자의 도량과 몸가짐을 적시한 십점소(十漸疎) 정확히 말하면 십점불극종소(十漸不克終疎), 즉 차츰 차츰 진행돼 끝까지 못하게 된 열 가지와 10가지 생각에 관한 소(疎:상소) 간태종십사소(諫太宗十思疎)는 옛적 중국의 당태종이 시간이 갈수록 사치와 방종에 빠지게 되자 위징(魏徵:580∼643)이 ‘시작은 좋지만 끝내 지키기 어려운 지도자의 덕목’을 간언한 경계의 글이다.

조선에서도 3대 태종 이방원에게 경기관찰사 윤사수(尹思修:1411∼1456)가 올린 병풍과 9대 성종에게 경상도관찰사 김흔(金訢:1448∼1492)이 올린 족자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요지는 청정, 겸허, 검약, 부지런, 신중, 상하의 단결, 민생 안정을 호소한 이 글은 인과 덕의 마음과 몸가짐을 끝까지 유지해야 하며 엄형과 위세와 노기로 국민을 억압하게 되면 국민의 마음은 떠나고 지도자는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호소하고 있다.

십점불극종소에서는 첫째 좋은 말을 구하고 보배를 사려 하니, 이것은 청정과 과욕한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둘째 백성의 재물과 노동력을 가벼이 쓰니, 이것은 절약해서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셋째 방종한 생활에 간언을 물리치니, 이것은 자신을 덜어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넷째 군자를 멀리하고 소인을 가까이하니, 이것은 습관을 신중히 하고 선량한 이와 함께하려는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다섯째 사치스러운 것을 즐기니, 이것은 순박한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여섯째 비평과 칭찬이 신중치 못하여, 어진 이를 임용하려는 마음을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일곱째 이리 저리 말을 달리며 사냥하는 것을 너무 즐겨, 유희를 경계하는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여덟째 상하의 단결을 도모하는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아홉째 즐거움에 겨워 자만하므로 삼가고 겸허한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열째 민생에 재앙이 만연하니, 이것은 재앙을 막기 위해 부지런히 다스리는 마음을 점점 끝까지 갖지 못하게 된 것. 여기에 나타난 대로 당태종은 초기의 관대하고 순박한 정치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점점 사치와 방종에 몰두했다. 겸허와 검약을 소홀히 여기는 풍조가 심해진 것이다. 이러한 태종을 위해 충언을 한 것이다. 당태종은 그 십점불극종소를 병풍을 만들어 좌우에 두고 몸가짐을 다시 바로 했다고 한다.

위징이 당태종에게 상소한 또 다른 글이 하나 더 있는데 열 가지 생각을 황제에게 당부한다는 내용이다. 첫째 군주 된 사람은 좋은 물건을 보면 욕심을 낼 수 있지만 스스로 경계하여야 하고, 둘째 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적당한 곳에서 그쳐 백성을 안정시켜야 하고, 셋째 지위가 높아지고 위험이 커질까 걱정되면 겸허하게 자기의 덕행을 쌓고, 넷째 차고 넘치는 것이 걱정되면 바다와 강물이 냇물보다 더 낮은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고, 다섯째 이곳저곳 사냥하며 놀고 싶을 때에는 세 번 이상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여섯째 나태하고 게을러질까 두려울 때는 시작을 신중히 하고 끝을 잘 맺어야 함을 생각하고, 일곱째 상하의 의견이 막힐까 걱정될 때는 마음을 비워 아랫사람들의 말을 받아들여야 하며, 여덟째 간사한 사람의 참소가 걱정되면 스스로 몸을 바르게 하고 악한 사람을 물리쳐야 하며, 아홉째 상 내리기를 좋아하면 기분이 좋아서 상을 잘못 내리지 않도록 해야 하며, 열째 벌을 내릴 때는 노여움을 발해서 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개혁 3대 대상으로 지목되는 곳은 첫째가 국회, 둘째가 법조계, 셋째가 노동계이다.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불체포 특권, 면책 특권 등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우선 세비를 삭감하고 보좌진을 감축하고 친인척 채용을 금지해야 한다. 법조계를 보면 검사 선서에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같은 좋은 말이 나오고, 법관 선서에서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심판하고…’라고 돼 있는데 법조비리는 연일 터지고 있다. 위징이 일천 오백여 년 전에 간곡히 당부한 10가지 잘못된 일, 10가지 생각을 보노라니 위징이 살아 돌아와야 하는 곳은 당태종 후반기가 아니라 21세기 한국인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