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습지원
아침을열며-습지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16 18:13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습지원


토요일 아침, 매일 가던 국선도 수련을 가지 않았다. 수련원의 사정으로 당분간 토요일은 수련을 하지 않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가까운데 운동을 가기로 하였다. 봄이 왔는데도 아침·저녁으로는 약간 쌀쌀한 기온이다. 오늘도 밖을 나서니 찬 기운이 몸을 감싼다. 그래서 우리는 약간은 빠른 걸음으로 걷기로 하였다. 어디로 갈지 생각하다가 남강 고수부지에 있는 습지원으로 가기로 하였다. 큰 길을 건너 남강물이 흐르는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걸으니 벌써 나무들은 봄과 초여름의 중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남강물가 있는 수양버들은 제법 푸른 잎을 가지마다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나무들이 싱싱한 색깔의 잎을 달고서 여름을 맞이하고 있는 듯 했다. 봄의 꽃을 피웠던 많은 나무들이 꽃을 버리고 잎을 달고 있는가 하면 지금부터 꽃을 피워대는 나무들도 있어 이 세상이 살아가는 자연의 섭리를 이르고 있는 듯하여 가슴 한켠으로 뭔가 스며들고 있는 듯하였다. 습지원에 다다르니 돌 징검다리 곁에도 많은 나무들이 싱싱한 잎들을 더욱 짙은 녹색으로 물들이는가 하면 물 바닥에 뿌리를 내린 자그마한 연잎들이 물에 동동 떠서 새로움을 기다리는 것 같아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하였다. 예전에 왔을 때 피웠던 버들개지는 벌써 가지를 떠난 것이 더 많았다.

남강 댐 아래 고수부지에 습지를 만들어 새들도 사람들도 가끔 찾도록 한 곳이 있다. 몇 년 전엔가 왔다가 잊고 있었다. 우리 집이 가까이 이사를 오고 나서 가끔 산책 겸 찾던 남강가 코스에서 지난 마지막 겨울을 보내려던 듯한 날씨에 습지원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그때는 남강물엔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와 고니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고, 우리가 보는 물속에 커다란 고기들이 노니는 모습이 한가롭기 그지없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습지원가에 있는 버들개지가 꽃을 피우고 고수부지 옆에 있는 밭가엔 매화꽃이 피는 것을 보았었는데 시간이 가니 벌써 다른 세상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를 충분히 느끼며 우리는 돌징검다리를 한 발 한 발 조심하며 건넜다. 가끔씩 사람들은 운동을 하며 지나갔는데 자연의 변화에는 무감각한 것인지 아님 건강에만 더 관심이 가는지 앞만 보며 가는 것 같다. 습지원을 지나니 남강댐이 바로 앞에 있다. 지금은 댐에서 물을 방류하지 않아 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물과 어우러진 산의 풍경은 물속의 산인지 산 속의 물인지 감탄만 자아낼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온 길을 가지 않고 선명여고 앞을 지나서 자그마한 농장들 사이로 가는 것이다. 조금씩 심어 놓은 유채꽃과 꽃은 다 지고 잎이 더 많은 매화나무, 그리고 다양한 과일나무를 보며 자연을 마음껏 만끽하며 걷는다. 어떤 밭에는 나무 묘목을 심어 놓았는데 줄을 너무 잘 지어 놓았다. 그런데 묘목의 나무 아래에만 똑 같이 작은 잎들이 몇장씩 달려 있어 나무보다 잎들이 줄을 지어 서 있는 듯하다. 가끔 농장 주변에 있는 꽃들을 보고 이름을 몰라 인터넷의 꽃이름 찾기를 이용하여 꽃의 이름을 알아본다. 사과꽃, 복숭아꽃도 다시 한 번 확인해보기도 한다. 아! 햇볕이 만드는 세상을 보았다. 다른 곳에는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을 본 것이다. 많은 풀잎들이 대롱대롱 매달고 있는 이슬들이 마치 빛이 되어 있는 듯 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핸드폰의 사진기로 찍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저 눈으로만 보고 잎으로 감탄사를 자아내고 마음으로만 담아 둘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자연의 변화 속에 한 낱 구성원으로서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인간인데, 어느 순간 자연을 넘어 지배하려는 지배자처럼 행동하면서부터 자연의 섭리와 맞대응을 하다 자연의 엄청난 재앙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종종 본다.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도와가고, 함께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섭리라고 자연은 가르쳐 주는데도 인간의 이기심이 눈앞을 가리어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남강물과 주변의 나무들, 그리고 유유히 떠다니는 철새들, 헤엄치며 노는 여러 가지의 물고기들, 한 포기 한 포기의 풀들, 모두가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도 나도 자연구성원의 하나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