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33-왕의 녹차는 누가 마실까요?
도민칼럼-지리산향기33-왕의 녹차는 누가 마실까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30 18:34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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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왕의 녹차는 누가 마실까요?


연푸른 잎이 초록으로 치닫는 이맘때면 지리산 자락 하동에는 차(茶)축제가 열린다. 일명 ‘하동야생차문화축제’다. 상품명으로 쓰는 말은 ‘왕의 녹차’다. 왕만 마시나? 아니 누구나 마실 수 있다. 풀어쓰자면 왕이 되어 마시는 녹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세상에 왕은 맞지 않다. 누군가 신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 같이 마시는 것에 한번 걸러진다.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차를 마시러 오는 손님은 왕이 되고 대접하는 하동군민은 신하가 되어 우리 하동 차(茶)의 우수함도 동시에 알리는 것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5월초 징검다리 휴일을 조금만 연결하면 대통령선거가 있는 9일까지 장장 열하루를 이어서 쉴 수 있는 다이아몬드 휴가를 가질 수 있다. 벌써부터 해외여행상품은 동이 났고 이백만이 나갈 거라고 한다. 어린이날에 어버이날에 해년마다 그냥 넘기기 어려운 날이 있어 미리 기념하지 않았다면 이날 중 며칠이라도 집을 떠나 놀다 와야 정상인이 될 모양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도시 인구는 지난 금요일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 못자리를 하는 농촌은 노는 개도 붙잡아 일을 시킨다는데 착한 자녀들은 알아서 속속 모여들고 있다. 모이면 분명 9일에 열릴 대통령 선거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 이번 대선도 여전히 세대 간에 생각이 다를 것이다. 좋은 날에 모여앉아 선거 얘기로 평안이 깨지지 않아야겠다, 사실 그런 얘기로 싸움이 일어난다면 본래부터 문제가 있는 집안이다. 아무리 세대 간에 생각이 달라도 앞으로 살아가는 세상이니 자식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게 옳고 자식은 그런 부모를 어떡하든 설득할 수 없다면 굳이 주장하여 싸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이어지는 연휴가 다이아몬드 같은 시간이겠지만 누군가는 남들 다 놀 때 일하거나 비용이 걱정되어 움직일 수 없는 흙의 날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집안에만 있지 말고 일만 하지 말고 조금 힘들어도 버스 타고 걸어서 섬진강변으로 오시라고 권한다. 녹차를 좋아하지 않아도 다른 재미난 행사들이 무료로 펼쳐지고 지리산행복학교가 참여하는 하동차문화학교에서는 세 개 반을 참여하면 근사한 수료증도 준다고 하니 어르신부터 아이까지 온 가족이 함께 추억 만들기도 해보시라! 5월 4일 시작하는데 밤7시부터 지리산시인 이원규의 은은한 시낭송을 시작으로 봉숙이를 애타게 부르는 재미난 가수 ‘장미여관’도 온다하니 퇴근하자마자 짐을 꾸리면 너끈히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좀 영혼에 맑은 기운을 넣고 좋은 공기도 들여 마시면 이번 선거 제대로 하지 않을까? 제대로 눈이 맑아지지 않을까! 모처럼 왕 대접 받으며 품격 있는 대통령을 품격 있게 뽑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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