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누고 함께 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갖자
기고-나누고 함께 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갖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4.30 18:3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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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여래사 주지ㆍ전 진주불교사암연합회 회장
 

동봉스님/여래사 주지ㆍ전 진주불교사암연합회 회장-나누고 함께 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갖자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오면서 진주시내에도 거리마다 연등 불빛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지혜의 등불, 모든 이들의 희망을 일깨우는 소망의 등불,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나눔의 등불이 빛나고 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모든 생명의 행복과 안녕을 위함이요, 중생들이 ‘나누고 함께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갖자’는 자비의 정신으로 사랑을 나누는 것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부처님의 일화에서 비롯된 무재칠시(無財七施)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무재칠시는 재물이 없더라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를 말한다. 어떤 이가 석가모니를 찾아가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음을 하소연하니, 석가모니는 그가 아무것도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사람이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베풀고 싶어도 베풀 수가 없다”고 다시 묻자 석가모니가 재물이 없어도 나누어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를 일러주었다.

그 일곱 가지는 자비로운 얼굴로 대하기(和顔施), 공손하고 좋은 말로 대하기(言施),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기(心施), 호의를 담은 눈빛으로 대하기(眼施), 일로써 남을 도와주기(身施), 자리를 내어주기(座施), 나그네에게 잠자리를 마련해주기(房舍施)이다. 남을 돕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며,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이다. 실제로 사람은 무엇을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중요한 것은 많이 가져야만 베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먼저 베풀려는 마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동체대비(同體大悲) 정신이다. 동체대비는 내면 깊이 잠재한 마음을 어렵고 약한 자를 생각하는 것이며, 자비로 사랑하는 것 또한 권유나 강조가 아니라 조건 없는 나눔을 의미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팔정도를 정하시면서 보시를 으뜸으로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 보시란 물질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하기 때문에 고해에서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는 중생들의 텅 빈 가슴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사랑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과 인연이 없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기는 쉽지 않다. 가족이나 친척들이 어려우면 도와줄 수 있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고 도와주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을 도우는 것이 부처님의 자비 정신이자 마음이다.

최근 우리 사회도 사랑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사람을 중시하는 인본주의가 일찌감치 싹튼 곳이며 향약, 두레, 계 등 서로 돕는 상부상조와 공존·공생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마저 돈으로 계산되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남을 돕는 문화가 확산된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의외로 많다.

노납은 지난 40여년간 관내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장학금 지급을 비롯해 재소자돕기와 낙도 어린이, 노인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혹자는 형편이 되고, 주위의 도움이 있으니까 나눔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절의 재정이 특별히 좋아서 나눔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경로잔치만 해도 그동안 5억원이 넘는 경비가 들었고 장학금도 1억원을 넘었지만 외부단체나 개인의 후원금은 일체 없이 경비 전액을 자체수입으로 충당해 사찰 수입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하는 일이자 부처님의 이웃사랑과 진정한 자비정신을 실천함에 다름이 아니다.

올해 부처님 오신날은 ‘이웃을 위한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날’이 되어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날이 되도록 나눔의 등불을 밝히자. 부처님은 “나를 위해 등불을 밝히는 이는 어둠에 갇히고 남을 위해 등불을 밝히는 이는 부처님과 보살님께 등을 올리는 것이다”고 했다. 우리 모두 ‘나누고 함께 하며 행복한 마음’을 위해 모든 이웃의 행복을 기원하는 등불을 밝혀 세상의 모든 등불이 행복을 전하는 희망의 빛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아울러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우리 모두의 가정에 불은(佛恩)이 충만하고 나날이 복된 날 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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