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조현지법(調絃之法)
칼럼-조현지법(調絃之法)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5.08 18:2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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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조현지법(調絃之法)


위 말은 서산대사가 쓴 선가귀감(禪家龜鑑)에 ‘공부(工夫)는 여조현지법(如調絃之法)하야 긴완(緊緩)에 득기중(得其中)이니, 근즉근집착(勤則近執着)하고 망즉낙무명(忘則落無明)이니라. 성성력력(惺惺歷歷)하고 밀밀면면(密密綿綿)이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즉 공부는 거문고 줄을 고르는 법과 같아서 팽팽하고 느슨한 정도가 알맞아야 한다. 너무 서두르면 집착하기 쉽고, 잊어버리면 무명에 떨어지나니, 오직 또렷이 깨어 역력하고 은밀하게 끊임없이 하여야 한다. 라는 의미이다. 여기에 다시 ‘탄금자왈(彈琴者曰), 완급(緩急)이 득중(得中)한 연후(然後)에사 청음(淸音)이 보의(普矣)라 하니 공부(工夫)도 역여차(亦如此)하야 급즉동혈낭(急則動血囊)하고 망즉입귀굴(忘則入鬼窟)이니 불서부질(不徐不疾)하야 묘재기중(妙在其中)이니라’거문고를 타는 자가 말하기를, ‘느슨하고 팽팽함이 알맞은 뒤라야 맑은 소리가 잘 난다.’고 한다. 공부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급하면 혈기를 올리게 될 것이고, 잊어버리면 귀신의 굴로 들어가게 되나니,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아야 오묘한 이치가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다. 라고 해설을 더하고 있다. 무릇 마음을 집중하여 일념을 닦아가는 데는, 조절하는 몇 가지 요령을 알아 두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조절해야 할 세 가지 법이 있으니, 식사와 수면과 호흡이 그것이다. 식사를 너무 과식해도 여러 가지 폐단이 생기지만 지나치게 줄이는 것도 기운이 떨어지게 되므로, 적당한 양을 때에 맞추어 잘 조절해야만 공부하는 데 능률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또 수면도 너무 적게 자도 안 되지만 많이 자도 심신이 완만해지고 해이해지게 되므로, 종래 사찰에서는 하루 6시간 이내의 잠을 자도록 규정했다. 셋째로는 호흡을 조절해서 심호흡을 하도록 했던바, 단전(丹田)에 마음을 두어 호흡이 안정되고 산란한 마음이 사라지도록 하게 했다. 이상의 세 가지 조절법은 불교수행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반 사회생활의 향상을 위해서도 큰 힘이 될 것이 틀림없으리라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는 참선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너무 조급한 생각으로 초조하게 긴박관념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반대로 너무 느리고 안일한 생각으로 해이해져도 정진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거문고 줄 고르듯 하라는 조현법(調玄法)을 말하게 된 것이다. 거문고 줄을 타는 이가 그 줄을 너무 팽팽하게 죄면 줄이 끊어지고 너무 늘이게 하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 것처럼, 수행 정진하는 것도 너무 급하게 하면 병통이 되고 느리면 게을러 정진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꾸준한 정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 보면 꾸준하고 급하지 않은 정진에 대한 부처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옛날 한 사문(沙門)이 경(經)을 독송(讀誦)하는데 그 목소리가 구슬프고 긴장한 가락이었다. 부처님이 그에게 “네가 속가(俗家)에 있을 적에 어떤 직업에 종사했었느냐?”고 물으니 “거문고를 탔습니다” “거문고 줄이 느리면 어떠하더냐?” “울리지 않습니다” “줄이 아주 팽팽하면 어떠하더냐?” “줄이 끊어집니다” “느리고 팽팽한 정도가 잘 맞으면 어떠하더냐?” “소리가 잘 납니다” “사문(沙門)이 도를 배우는 것도 이 같으니, 마음을 잘 조절하면 도를 얻을 것이다. 만일 마음을 거칠게 쓰면 몸이 피곤하고 육신이 피곤하면 정신이 번뇌롭게 되며 정신이 번뇌로우면 수행이 물러나며 수행이 물러나면 반드시 허물이 더할 것이니, 오로지 청정하고 편안히 하여야 도를 잃지 않으리라” 했다. 그러므로 소인의 배움은 귀로 들어가서 입으로 나오는데, 군자의 배움은 마음으로 들어가서 몸으로 실천한다고 했다. ‘죄업보응경(罪業報應經)’에 보면 수류상불만(水流常不滿) 화성불구연(火盛不久燃). 월출수유몰(月出須臾沒) 월만이부결(月滿已復缺). 유부과어차(有復過於此). 물은 흘러흘러 멈추지 않으며 활활 타는 불도 오래지않아 꺼지네. 해는 잠깐 뒤에 서산에 빠지고 달은 찼다가 이내 기우네. 이것보다 더 허망한 것은 세상의 영화와 부귀(富貴)어라했다.

내일이 음력 4월 15일 스님들의 3개월간 하안거가 시작되는 날이다. 요즘 학생들 학교 공부도 모자라서 각종 학원으로 내 몰리는 모습을 보니 거문고 줄을 너무 팽팽하게 조여 놓은 것 같아 안타깝게만 보인다.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 정책의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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