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님을 님이라 부르자
시론-님을 님이라 부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5.10 18:58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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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

이태수/서양화가·경상대 건축학과 출강-님을 님이라 부르자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방송이나 언론사들 그리고 백과사전이나 교과서등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용어들 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가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인물에 붙이는 호칭이 아닐까 한다. 요즘 멋지게 회자 되고 있는 최순실만 하더라도 방송에서는 꼭 ‘최순실 씨께서는 구치소에도 잘 적응하여…’ ‘희대의 살인마 ㅇㅇㅇ 씨는 방금 전 구속되어…’라고 부른다. 존경심이라곤 추호도 생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꼭 존칭어를 쓰지만 정작 존경하는 위인이나 의인들에게는 “이, 가, 의, 는” 등으로 부르는 이유는 어디서 유래 되었는지 모르겠다.

누구는 살아있는 사람과 돌아가신 분들을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고 편리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다. 예를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으로 들어 보자면 ‘왕’이나 ‘장군’ 등의 호칭이 붙어 다니는 경우를 제외 하고는 평범한 보조사를 붙여서 부르곤 한다. 분명 교과서에서나 사전 등에서는 이들을 위인이라 칭하고 정작 부를 때는 평어로 부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사전이나 책에 담긴 진주 대첩을 요약 해보면 ‘임진왜란 때 백성과 군사 3800여명으로 왜적 2만여명을 무찌른 조선의 장군이며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진주 대첩을 이끄신 김시민이 태어난 고향은…’ 등이나 “안창호의 교육사상은 교육을 통하여 민족혁신을 이룩하는 데 그 핵심이 있다” “황희(黃喜, 1363~1452)는 누구에게나 청백리이자 명재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며 조선조 최장수 재상이다”라고 쓰거나 부른다. 위에서 열거 한 분들은 일반인이 아닌 위인들이며 “ㅇㅇ 씨”라고 부르긴 힘들지만 존칭어를 부쳐서 부르면 안 될 이유도 없다.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절신으로서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상문님께서는…’ ‘일제강점기에 짧게 살다간 젊은 시인으로,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의 강압에 고통 받는 조국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 고민하는 철인이었던 윤동주님은…’ ‘조선 시대 최고의 과학자로 세계 최초의 우량계인 측우기와 수표를 발명한 장영실님께서는…’라고 부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하게 된다.

일상 부르거나 쓰는 말이 존칭어로 굳어진다면 우리는 존경하는 마음과 본받고자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길 것이라 믿는다. 님을 님이라 부르고, 님이라 부르기 모호한 분들은 선생이라 부르고, 직책이 있었던 분은 적절한 호칭으로 부르고 싶다. 님이 존경받는 세상을 누가 싫어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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