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월아산 일출
시론-월아산 일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5.14 17:58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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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업복지대학원장

최진상/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업복지대학원장-월아산 일출


이른 새벽, 눈가에 붙은 잠을 들어내고 거실에 나서면 새로운 날 선물을 만드는 여명(黎明)의 기운들이 온 세상에 장엄하게 마구 쏟아진다. 검게 때로는 붉게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장대함이 국사봉과 장군봉으로 넘쳐난다.

일출은 봄에서 여름으로 갈수록 장군봉을 지나 국사봉 쪽에서 솟아오른다. 집의 방향이 동동남이라 날마다 일출의 해돋이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해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안개가 많은 날, 미세먼지로 가득한 날, 구름 가득한 날, 봄비 오는 날 등등 날마다 같은 날은 없다. 다만 같다고 느껴질 뿐이다.

울타리처럼 또는 키 자랑 하듯 진주를 겹겹이 둘러싼 산봉우리들은 거리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검게 보인다. 해 뜨기 전에는. 그래서 해 뜨는 앞산들을 블랙마운틴 이라 부르는가 보다.

좀 더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와룡산이 민재봉을 안고서 옅은 색상으로 몇 굽이 넘고 넘어 자신들은 그곳에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었음을 말없이 알려준다. 진주시 지역이 분지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어느 듯 햇살이 살짝 고개를 내밀면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백악기 시대의 역사를 품은 진주 혁신도시가 어슴프레 나타난다. 김시민 대교를 넘어 곧게 뻗은 대로를 따라 곧장 세로로 길게 위치한 남강에 도달하고 강물은 온통 은백색으로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점잖게 남쪽으로 이동하는 물길을 잠시 따라가면 아파트 사이사이로 남강이 잘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집에서 바라보는 시가지의 모습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잘 조화된 모습이다.

강변도 잘 정비되어 사람들의 왕래도 늘어나고 건강해지는 생활에 활기가 듬뿍 느껴진다. 보일 듯 말 듯 강물은 한 번 비켜 돌아서 어제처럼 그렇게 보인다. 아마도 해가 서산에 넘어 갈 때까지 계속 반짝거릴 것이다.

이 때 쯤에 우리 집 거실은 이미 밝게 환해져 있다. 베란다에는 이곳에 이사 오기 전부터 기르던 꽃기린, 지난해 개천예술제 행사에서 구입한 아마릴리스, 매년 한번 씩 꽃을 피우는 월하미인 그리고 천리향을 포함하여 십 수종의 꽃들이 환환 모습으로 마주한다. 아파트 고층임에도 사시사철 꽃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최근에는 매괴석곡(장미석곡)이란 난을 들여왔는데 그 가격은 아직 말하지 않는다. 재테크를 위해서 들였다고는 하는데 조금 가격이 나가는 것 같다. 장마철이외에는 물을 주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마다 바라보다 구십하고도 두 송이의 꽃이 될 것이라 기대를 하였는데, 마침 지난주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약 5일만에 모든 봉우리가 꽃으로 변신을 하여 작은 화분에 92송이가 모두 활짝 피었다.

꽃잎 가장자리가 엷은 핑크색으로 작은 5장의 꽃잎이고 중심이 되는 받침 꽃잎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아침의 거실에는 밤새도록 뿜어낸 석곡의 은은한 그 향내가 가득가득 그윽하다.

햇살이 산 너머에서 우리 집 거실까지 도달하는데 얼마나 걸릴까? 어느 새라고 할 것 없이 거실바닥에 닥친 햇살은 먼지 하나하나를 들추어낸다. 거실이 짙은 나무색이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이틀을 청소하지 않으면 집사람의 눈치가 보인다.

가끔씩 어떤 일이든 자발적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나 또한 이 나이에도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수련이 필요한 것이다.

1년 365일, 일출은 계속되지만 따뜻한 맑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듯 춥고, 바람 불고, 눈비 오는 날도 있다. 일 년의 하루인 오늘 새벽에 이런 아름다운 도시에서 또 하루를 멋지게 구성해 볼까 생각하며 월아산을 바라본다. 오후에도 해가 뜨는 우리집의 배치는 부엌에서 낙조를 맞이한다. 창 너머로는 멀리 지리산의 천왕봉이 오른팔 내밀어 길게 노고단으로, 왼손 내밀어 중봉을 감싸고 서로 나란히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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