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현대미술 거장 하동 왔다
자연주의 현대미술 거장 하동 왔다
  • 이동을기자
  • 승인 2017.05.28 18:35
  • 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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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에릭 사마크 가을 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 레지던시 작품 구상 차

▲ 프랑스 출신 ‘자연주의 현대미술 거장’ 에릭 사마크
▲ 에릭 사마크 작품 '반딧불이 돌'
지난해 영국 출신의 ‘대지예술(Land Art) 거장’ 크리스 드루리(69)가 알프스 하동을 방문해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데 이어 이번에는 프랑스 출신 ‘자연주의 현대미술(Naturalism Contemporary Art) 거장’ 에릭 사마크(58·Erik Samakh)가 하동을 찾았다.

하동군은 올 가을 ‘자연의 소리’를 주제로 적량면 지리산생태아트파크 일원에서 열릴 ‘2017 지리산 국제환경생태예술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된 에릭 사마크가 작품 구상 차 27일∼6월 1일 6일 일정으로 하동을 방문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특정지역에서 일정기간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하거나 전시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지리산국제환경예술제의 크리스 드루리에 이어 두 번째다.

1959년 프랑스 생트조르쥬 드 디동에서 태어난 에릭 사마크는 1984년 세르지 퐁투아트예술학교를 졸업하고 1988∼1996년 18년간 디종예술학교 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꺼자엑상프로방스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수많은 레지던시 프로그램 작업은 물론 45회의 개인전과 세계 유명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100회 이상의 단체전을 여는 등 활발한 설치미술작품 활동을 하는 프랑스 자연주의 현대미술 선구자로 꼽힌다.

자연주의 현대미술은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로, 갤러리나 박물관 등의 제약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작품자체가 자연경관과 하나가 되면서 작가와 감상자에게 색다른 영감을 제공하는 예술이다.

에릭 사마크는 갤러리의 시스템 밖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자연주의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가공되지 않는 자연과의 대비를 즐겨한다.

빛과 소리, 밀림 등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바탕으로 ‘소통’이라는 주제를 시도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며, 원초적인 자연을 무작정 동경하거나 모방 내지 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친구처럼 대화를 이끌어내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첨단 기술을 사용해 가만히 있는 자연에게 뭔가를 하게하고 소리를 내게 하며 빛을 발하게 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장르의 경계를 넘어 자연에서 찾은 재료와의 융합이기 때문에 작품자체가 일정시간 지나면 소멸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작품이 사라지기 전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세계를 일주하는 팬들이 있을 정도로 자연주의 현대미술계의 스타 반열에 올라있다.

특히 그의 자연주의 접근방식은 다른 자연주의 지향작가와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 주어진 자연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보존하거나 하지 않고 자연을 인간세계로 끌어들여 소통하게끔 하는 방식을 적극 사용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로댕박물관 정원에 10개의 자연석을 배치하고 자연석 위에 조명을 밝혀 그늘진 구석과 해질 무렵에 주위를 밝혀 정원에 ‘평온과 시(詩)’를 강조한 ‘반딧불이 돌(Firefly Stones)’이 있다.

275개의 대나무 막대에 태양열 플루트와 반딧불이를 설치해 태양에너지로 플루트를 연주하고 조명을 밝힌 ‘반딧불이(Fireflies, Luciole)’는 점등과 소등을 통해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마치 밤하늘의 별과 대화하듯이 자연과의 교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카메룬의 열대우림에서 2년간 레지던시하면서 작업한 ‘나무 아래서(Au fond du bois)’, 생물오페라의 메시지로 인공연못을 만들어 개구리·두꺼비·각종 생물들의 소리를 채집해 녹음한 ‘연못(Pièce d’eau)’도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를 중시하면서 침묵으로 존재하는 자연공간에 빛과 소리를 이용해 인간이 인지·청취 가능한 현실공간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중시한다.

궁극적으로 자연에 수동적으로 수용되거나 자연에 함몰 또는 포용되는 것을 거부하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첨단기기를 사용해 환경으로부터 뭔가를 끌어내어 소통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에릭은 이번 방문기간 원시자연의 지리산과 생태아트파크를 비롯해 구재봉 자연휴양림, 송림, 최참판댁, 한산사 전망대, 화개장터, 차 시배지, 정금차밭, 쌍계사, 칠불사, 청학동 삼성궁, 금오산 등 별천지 하동의 아름다운 현장을 둘러보며 작품 구상을 한다.

또한 30일에는 자연주의 예술과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적 경향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귀국한 뒤 오는 10월 생태예술제에 맞춰 다시 방문해 이번 작품 구상에서 얻은 영감으로 자연주의 예술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하동을 방문한 크리스 드루리는 하동을 상징하는 차나무와 자연 그대로의 돌을 소재로 창작한 ‘Jirisan Tea Line(지리산 티 라인)’을 제작해 지리산국제환경생태예술제 개막일에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 이동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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