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지리산향기36-도깨비 파티
도민칼럼-지리산향기36-도깨비 파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6.07 18:3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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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신희지/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도깨비 파티


드라마 <도깨비>를 흉내 내어 한판 놀아보려고 한다. 6월 17일부터 1박2일 동안 하동 악양면 최참판댁 야외공연장과 한옥체험관에서 장을 편다. 행복이 가득한 어느 날,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지리산행복학교에서 만나기를, 하늘에 허락을 구해본다, 라는 카피를 우리 학교 형철성 홍보위원이 가지고 왔을 때는 행복이 가득한 어느 날이 올까? 싶었다.

지난겨울 내내 하도 뒤숭숭하게 지내오던 터라 광장으로, 사람들 사이로 정신이 없는데다 과연 좀 새로운 세상이 올수 있을까? 반신반의한 상태여서 행복이라는 말이 우리 학교 이름에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낯설었다. 우리에게 행복은 너무 어려운 희망의 상태였다. 그러나 행복해서 다니는 지리산이 아니고 행복하려고 다니는 지리산이기에 그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 오늘의 새로운 세상을 만든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서로 잊은 척, 모른 척, 혹은 지겨운 척 했지만 304명,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바닷물 속으로 수장되고 나서부터 다 같이 즐거운 어떤 일을 만드는 것도 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월드컵에 소리치지 않았고 야구나 축구를 집안에서 혼자 보는 것에 만족해했다. 슬픔은 위로가 필요하지만 기쁨은 공감이 필요하다. 옆에서 같이 울어주면 마음이 좀 차분해지고 웃어주면 배로 더 즐거워진다.

사람이나 가정에도 분위기가 있지만 나라에도 분위기가 있다. 침체되고 어수선한 상태가 오래 가면 사람들도 의기소침해지고 분주함이 생동감 있게 느껴지기보다 소란하게 다가온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전쟁이 날 것처럼 우리를 내몰던 분위기에서는 빠져나가는 것 같다. 주식시장이 연일 활황인 것을 보니 도시에서는 새로운 기대가 꿈꿔지나 보다.

한동안은 미세먼지로 난리였다.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중지를 선언한 후 하늘도 맑게 느껴진다. 가뭄이 걱정이지만, 가뭄 대비로 만들었다는 4대강 보가 아무런 역할도 못한다는 게 증명이 되어 더 속상하지만, 갈수록 아열대로 바뀌는 기후에 거시적인 계획이 필요한 게 아닌가, 그런 장기적인 계획을 새로운 정부가 해 줄 거라는 기대로 이 가뭄을 견뎌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흡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비가 왔다.

얼마 전 삼십 여년을 직장에 다닌 지인이 더 이상 머슴 노릇은 그만하고 싶다며 회사를 그만 두었다. 화물차에 캠핑카 컨테이너를 싣고 동해항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배를 타고 가서 러시아를 횡단하고 바이칼 호수를 거쳐 북유럽을 돌 거라고 한다. 갑자기 동해 세관에서 자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화물차를 못 가게 해서 애를 먹고 있는 모양인데 배가 아닌 육로로 아시아대륙을 가는 꿈은 언제 꿀 수 있을까? 핵을 가지고 난리를 치지만 중국도 있고 러시아도 있는 게 핵이니 문제는 정치논리지 서로 소통하여 평화가 보장된다면 우리의 마지막 꿈도 완성되지 않을까! 조심스럽지만 매우 그리운 기대도 가져본다.

사람들은 이제 좀 실컷 웃고 싶어 한다. 정치인들이 내놓는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훈훈한 이야기들을 듣고 미소 짓다가 2002년 월드컵처럼 같이 응원하고 같이 지지하고 같이 소리치는 상황을 갖고 싶어 한다. 웃음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즐거움에는 경험이 필요하다. 얼마나 웃기는지 볼까? 하고 보면 어떤 개그도 재미있지 않다. 상황이 주어지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마중하듯이 마음을 다잡아보는 것이다. 즐거워야겠다, 기뻐해야겠다, 하면 그런 상황들이 만들어진다. 프랑스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지리산은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하여 모든 근현대사를 다 안으며 오고 있다. 4대강에 들어가지 않아서 여전히 아름다운 섬진강이 그 지리산을 아우르며 흐른다. 그런 하동에서 그대를 도깨비파티에 초대한다. 하동의 자랑 놀이패 들뫼가 길을 열고 공부를 핑계 삼아 감성을 깨워주는 수업 놀이와 동양학자 조용헌 선생의 신귀족이 되는 비법, 마술사 유현웅의 미래를 여는 타로, 한국의 슈퍼루키 석형밴드의 어른들 노래 부르기, 착한 가격 착한 이웃의 프리마켓, 그리고 웃음을 주는 깜짝손님, 우리는 실컷 놀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그 기운으로 새로운 세상을 잘 살아내면 된다. 이제 우리 좀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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