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우리를 걱정스럽게 하는 것들
진주성-우리를 걱정스럽게 하는 것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6.15 18:4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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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우리를 걱정스럽게 하는 것들


아들 내외가 서울에 사느라 자주 오질 못한다. 세 돌배기 아이가 있어 더 그렇다.

우리내외는 아들과 며느리보다 손녀딸을 더 보고 싶어 한다. 주 5일제라서 금요일 저녁에라도 왔으면 해도 진주라 천릿길을 차를 갖고 오는 것이 걱정스러워 못 오게 한다.

어쩐 일인지 금요일 밤에 애들이 왔다. 아들과 며느리는 뒷전이고 손녀딸에게 정신이 팔렸다. 이튿날 아침 할머니가 아침밥 준비를 다 해 놓고 기다려도 아침이 참으로 더디게 왔다. 밥상에 둘러앉으니 부러울 게 없는데 손녀딸은 밥 먹기를 싫어한다. ‘나이 숟갈’만 먹자고 어르고 달래고 키운 애비를 닮은 걸까. ‘딱 한번만!’ 아니면 ‘이게 마지막’ 하며 애타게 구슬려도 본다. 할아비와 할머니가 별소리를 다해 봐도 특효는 없다. 이리 저리 피하기만 한다. 할머니가 ‘밥 많이 먹으면 키가 이따 만큼 큰다’며 몸짓까지 했다. 대뜸 “밥 많이 먹고 엄마보다 커져버리면 엄마가 기절하겠찌-이” 하는 소리에 모두가 기절할 뻔했다. 월요일 오전에 며느리가 카톡을 보내왔다. 3월부터 집 가까이에 있는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데 요즘은 안 가려고 떼도 쓰고 울기도 하다가 들어간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는데 오늘도 안 들어가려고 울더니만 갑자기 “안 울고 씩씩하게 들어가면 엄마가 행복하겠찌-이” 하고 들어갔단다. 요즘 애들은 어른들의 속내를 읽고 있는 것이다. 영특한 것이 아니라 영악한 것이라 걱정스럽다.

저들이 자라서 이보다 더 약아빠진 세상이 오면 어쩌나 두렵기만 한데 요즘의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하나밖에 갖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부모가 갖는 양육의 어려움이 현실이지만 아이의 장래도 생각해야 한다. 하나만 낳아 잘 키워서 적은 재산이라도 고스란히 물러줘야 아이의 장래가 둘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수학적인 계산이지만 아이는 의타심이 체질화되어 스스로의 노력이 반감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한다. 둘 이상이면 서로가 가지는 방법과 나누는 방법하며 따르고 거두는 방법까지도 터득하며 자란다. 하지만 혼자이면 나눌 일이 없어 모든 것이 제 것인 줄로 알고 자란다. 의타적이면서 이기적이어서 배타적인 개인주의가 팽배해 지면 그들의 앞날은 암담할 뿐이다.

가임부부는 오늘의 안이한 생활만을 꾀하지 말 것이며 정부는 출산장려금 정도로 사탕발림 하지 말고 최소한 아이 둘은 키워낼 수 있는 여건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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