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쟁을 일으킨 식물들
칼럼-전쟁을 일으킨 식물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6.20 18:2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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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

류재주/환경부 환경교육홍보단·경남환경연구원장-전쟁을 일으킨 식물들(아편전쟁, 미국독립전쟁, 제2차세계대전)


영국 황실에서 1630년대부터 차를 즐긴 영국인들은 중국의 차 맛에 길들여져 중국차 없이는 살 수 없었다. 19세기 초에 중국차를 마시는 버릇이 들어 찻값으로 내는 영국 은이 청나라로 솔솔 흘러 들어가서 무역 적자가 나게 되자 화가 치밀어 양귀비에서 뽑은 아편을 중국에 밀수출하여 무역을 흑자로 되돌렸다. 차와 아편의 만남은 ‘중독과 중독’의 만남이기도 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이 너나없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차를 즐기게 되자 중국의 입장에서 차는 자원이 되었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고가의 사치품이 되었다. 당연히 이를 둘러싼 경쟁과 암투가 없을 수 없었고, 그 와중에 두 차례의 전쟁까지 벌어졌다. 영국이 미국에 대한 차에 붙인 과도한 세금 요구에 차를 바다에 던져 넣는 ‘보스턴 차사건(Boston Tea Party)’을 유발시켰고, 영국의 강압에 대응하여 미국인들은 혁명정부를 구성하고 1775년에 독립전쟁을 일으켜 마침내 1776년 7월 4일 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독립전쟁이 그 하나이고 영국과 중국 사이의 아편전쟁이 또 다른 하나였다.

아편전쟁은 1840년에 발생했지만 중국에 아편이 들어온 것은 명나라 때부터였다. 아편이 중국으로 들어온 지 200년이 지난 1798년경에는 아편 밀수입과 흡연자 증가로 아편을 금지하는 법령을 반포하기에 이르렀다. 1830년대 중반 아편 밀수가 중국의 사회문제로 부각했다. 중국과 영국의 무역은 아편 밀수로 인해 1820년대에 중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쪽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무역 적자도 문제지만 백성들이 아편에 중독되어 심신이 황폐해지는 데에 분통이 터져서 영국 상인으로부터 많은 아편을 몰수하여 불태워버렸다. 강한 해군을 가진 영국은 함대를 몰고 와서 중국을 공격했고, 쇠진한 청나라는 홍콩을 내준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편전쟁의 패배로 1842년에 난징조약이 체결되어 중국의 문이 열려 중국 전역이 아편 전시장으로 바뀔 시간도 그다지 머지않았다는 점이다. 2차 아편전쟁의 패배로 아편은 합법적으로 중국에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근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중국영화에서 거의 단골로 등장하는 아편 피우는 장면은 중국 근대사의 비극을 가장 잘 보여 준다.

아편전쟁 패배한 이 시기에 중국의 차나무는 포르투갈에 전파된다. 포르투갈인은 중국 농민 300여 명을 모집하여 포르투갈로 데려가 중국의 차나무를 심었다. 또한 인도과학회에서 중국의 차나무를 심기로 결정한 후 중국의 차나무 4만2000여 주를 심어 오늘날의 포르투칼과 인도 차의 시초가 되니 결국은 차와 아편전쟁의 결과이다.

식물을 둘러싼 사람들의 전쟁은 20세기까지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은 고무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쟁이 나자 일본이 재빨리 고무를 생산하는 열대지방을 점령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고무나무는 남미 아마존강 유역의 열대 우림에서 야생하는 나무였다. 여기에서 바로 알아야 할 것은 고무를 채취하는 나무는 화분에 관상용으로 기르는 잎이 넓은‘인도고무나무’가 아니고 좁은 잎 석 장이 몰려서 달리는‘헤비아고무나무’라는 점이다.

고무의 이용은 스페인 사람이 멕시코를 탐험하러 가서 원주민들이 고무나무 즙을 모자나 의복에 발라서 방수를 하고, 그것을 뭉쳐 만든 소박한 공으로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고 한다. 고무나무를 베어서 흘러나온 하얀 뜨물을 뭉친 생고무덩이를 유럽에 들여왔지만 처음에는 그 가치를 아무도 깨닫지 못하였다. 종이에 쓴 연필 글씨가 고무로 지워지는 것을 영국 사람이 발견하였고 고무 원료에 황을 결합시키면 탄력성이 강해지고 마모성은 약해지는 성질을 미국사람이 발견함으로써 자전거나 자동차의 타이어를 만들게 되었다. 고무 값이 최고로 비쌌던 1910년대에는 1킬로그램에 지그마치 6달러나 나갔으니 고무자원을 치지하려는 전쟁은 예견된 일이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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