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내 아들은 군인
아침을열며-내 아들은 군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6.20 18:24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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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내 아들은 군인


‘한 다리가 천리’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일이든 쉬운 일이든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그 심경이나 어려움을 모른다는 뜻일 것이다. 설사 부모 자식 간이라도 자식이 몸이 다쳐서 아프면 부모 마음이 아무리 아픈들 실제로 상처가 난 자식의 아픔에 비할 바가 아니란 말이겠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태산 같은들 아들의 군복무를 대신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동안에는 친구의 아들들이, 아니면 이웃의 손자들이 군에 입대를 한다고 하면 아, 그래? 무사히 다녀오소, 하고 용돈이라도 조금 쥐어주면 그만이었다. 금세 잊었다.

그런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입대를 하게 되자 정말이지 어찌할 줄을 모르고 가슴이 메일 뿐이다. 남의 아들들이 군대 갈 때 너무 대면대면 해서 벌을 받는가 하는 생각까지 다 든다. 이성으론 대한민국 아들 가진 어머니는 다 마찬가지고 나만이 유별나게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또 가슴을 졸이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러다 보면 별 방정스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돈다. 선임에게 모욕은 당하지 않는지. 원래 행동이 느리고 순한 성격인데…구타를 당하지는 않는지, 워낙에 맞는 걸 겁내던 아들인데…

두 번째 면회를 가서 봤더니 세상에! 아들 손바닥에 상처가 여러군데 나서는 벌써 아물고 있었다. 어쩌다 그랬냐니까 산을 오르다 넘어져서 그렇고 또 뭐하다 뭐하다 그랬단다. 이제 다 나았어요 라며 씨익 웃기까지 한다. 진작 장갑이라도 사 줄 걸. 나라사랑 카드로 자신의 장갑을 사는 아들을 보며 말도 못하고 마음이 아팠다. 미대를 다니다 입대한 아들은 유난히 손이 곱다. “정작 견디기 힘든 건 이런 상처가 아니에요, 엄마!” 나는 놀라서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아들을 멍청하게 바라봤다. 아들은 한참 나를 쳐다보더니 걱정할까봐 말을 않으려고 했다며 말을 이었다.

선임 중에 한 명이 거의 매일 20~30분 가량을 갈군다는 것이다. 힘이 좀 모자라고 행동이 좀 느린 걸 꼬투리 잡아 이 세상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이라는 뜻의 온갖 말을 다 동원해서 모욕을 준다는 것이었다. 비록 한 대고 심한 건 아니었으나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기까지 했단다. 정말이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화가 났지만 참고 아들의 말을 끝까지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당장 책임있는 사람에게 고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아들은 의외로 말렸다. 그렇게 되면 개인과 개인의 사소한 다툼으로 치부되어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였다.

이미 피해를 본 사람들이 몇 사람 되니까 사례를 취합해서 조직 내에서 정식으로 대응해서 적으나마 상황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를 원한다는 말도 함께 했다. 아들을 가만히 쳐다봤다. 저런 정도의 용기를 내는 것도 겁이 많은 아들로서는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아들을 믿기로 마음 먹었다.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최선일 것이다. 아들의 말없는 성장이 너무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아들에게 상대의 인생도 객관적으로 사려깊게 생각하라는 충고를 해주었더니 고개를 끄득였다. 내가 볼 때 상대는 폭언과 폭행이 어느 정도 습관이 된 듯, 가장 나쁜 경우다.

집으로 돌아온 내가 할 일은 기도밖에 없다. 일면 아들이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데 군복무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의무적이고 강제성이 없었다면 어디가서 손바닥에 상처가 나도록 일을 하겠는가. 한 사람의 습관된 폭언과 폭행에 대한 고민하고 그 해결에 대한 고민을 또 어디서 해보겠는가. 그런 고민과 해결 능력이 바로 우리나라의 경쟁력 아니겠는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군복무 사명 무사히 마치고 더욱 사람다운 사람, 더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사랑하고 격려할 줄 아는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서 돌아오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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