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 불편해도 괜찮아
기고-청렴, 불편해도 괜찮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6.22 18:5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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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헌/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
 

김재헌/경남서부보훈지청 보상과-청렴, 불편해도 괜찮아


일년 전, 2016. 5. 29.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었다.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해, 일부 영세상인의 피해와 기존 관습에 대해 국민이 혼란스러워한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한편으로 보완책과 유권해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이 법령으로 인해 국민적 불편이 초래됐다고 언론에서 보도를 하곤 하는데, 오늘 청탁금지법에 대해서 소신을 밝히기 전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나는 어렸을 적 등교 전 세계뉴스를 챙겨 보았다. 미국, 일본, 독일 중 프랑스 국영방송에서는 잦은 시위, 특히 공공서비스의 파업 뉴스를 접하곤 하였다. 인상으로 남아 있는 기억은 인터뷰를 한 프랑스 시민이 그들을 지지한다는 대답 내용이었다. 어떤 명분이든 파업 때문에 시민이 피해를 입는데 그런 행동을 지지한다는 게 어린 마음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 인터뷰의 논리가 이해가 된다. 고래의 성인들은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고 하였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지 않나. 아마 프랑스 사람은 오랜 세월 쌓은 국민 간 공감대와 신뢰가 있었을 것이다. 공감이란 나를 타자화하여 볼 수 있는 윤리 행위의 원천이다. 그이가 그 행위를 함이 곧 내가 그 행위를 하는 타당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아무런 행위가 다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회공동체의 이익에 관한 내용 중 어떤 행위가 도덕적인지는 칸트의 정언명령을 적용해 봄 직하다. 어쨌든 프랑스인들은 공익에 대한 어떤 사회적 명제를 공유하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2016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조사한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중 29위로 그 뒤로는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이 있다. 국내에서도 반부패 개혁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으로서 고도압축 성장을 위해 효율과 집중, 속도와 지름길을 국정방향으로 하여 과거 많은 기적을 이룬 것이 사실이다. 이제 몇 단계를 건너 뛰어 다른 리그에 와 있다. 모든 이가 경제에 참여하여 공정하게 경쟁하고 다양한 창의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진보할 수 있다(대한민국 헌법 제119조를 읽어보자). 그 힘으로써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 다음 계단이 너무 높게 느껴진다. 내가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불법, 편법, 청탁, 비리 등이 횡행하다 보니, 구성원 간 믿음이 옅고, 공명정대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그동안 여러 번 수정을 거쳐 왔지만 대한민국의 그것은 또 다른 한계에 봉착해 있다. 신뢰가 없는 사회, 공정치 못한 시장. 한마디로 ‘돈이고 빽이면 다 되는 세상’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로 인한 시민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대로는 최대 공익 달성이 힘들다는 게 국민의 총론으로 수렴되고 있다. 시대의 요구에 청탁금지법이 등장한다.

국가론에 대해서 중국의 제자백가, 고대그리스 철학자들의 논쟁이 있었지만,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요체는 바뀌지 않았다. 훌륭한 국가 없이는 시민들의 훌륭한 삶도 있을 수 없다. 그 훌륭한 국가를 위해 수많은 노력과 혼란이 있었다. 이 명제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훌륭한 국가는 우연과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의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이자 법의 적용대상으로서, 이 법이 공익에 끼치는 영향을 보아 당장의 혼란이 있을지언정, 훌륭한 시민, 신뢰사회 대한민국이 다른 차원의 창의를 이루어낼 규범의 토대를 놓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대가 변했다. ‘청렴, 불편해도 괜찮아’가 아니라 이제 청렴 덕분에 편해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 앞으로 모두가 청렴하고 서로 신뢰하며, 투명한 제도하의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마음껏 능력을 펼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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