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노력과 운(Ⅰ)
칼럼-노력과 운(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7.03 18:52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노력과 운(Ⅰ)


이 세상에 인과(因果)만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운(우연·행운·불운)도 존재한다. 지금부터 운과 노력에 대해서 재미있게 2회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한다.

두 사람이 복권을 산 것은 노력이요, 둘 중에 한 사람만 당첨된 것은 운이다. 주사위가 우주의 업력(業力)을 받아서 1, 2, 3, 4, 5, 6중의 특정한 숫자를 들어낼 리는 만무하므로 운이다. 힘들게 일해서 번 돈으로 복권을 죽을 때까지 매주 열 장씩 30년 동안이나 산 것은 노력이요, 오히려 평생 한 장만 산 사람이 덜컥 일등에 당첨된 것은 운이다. 30년 동안이나 열심히 산 당신이 당첨이 안 된 것은 정말 불운(不運)이다.

어떤 여인이 이상형의 남자를 소개받은 자리에서 기어코 나오려는 방귀를 용을 써가며 참은 것은 노력이요, 하필이며,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가 아니라, 식사 중에 방귀가 터진 것은 불운이다. 특히 냄새가 지독하다면 더욱 그렇다. 그것도 화장실에 가서 처리하려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드는 순간에 터진다면 절묘한 타이밍의 악운(惡運)이다. 남자가 호감을 표하는 중에 터졌다면 그리고 끔찍한 냄새가 반경 수 미터를 포위했다면, 정말 비운(悲運)이다. 이런 여인을 비운의 여인이라고 부른다.

어떤 사람이 무인속도측정기가 없던 시절,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경찰에게 속도위반으로 잡혔다. 앞뒤로 쌩쌩 달리는 차들의 호위를 받으며 안심하고 과속하다 벌어진 일이다. 다른 차들과 묻혀 달리면 안 잡힐까 싶어, 빠르게 달리되 다른 차들에 묻혀 달린 것은 노력이요, 하필이면 자기만 잡히는 것은 불운이다. 다른 차들은 놔두고 왜 자기만 잡느냐는 항의에 교통경찰이 하는 말, “세렝게티 초원에서 사자가, 죽어라고 도망가는 물소를 몇 마리나 잡습니까? 그중 딱 한 마리만 잡지요” 살아오면서 경찰에게서 들은 가장 지혜로운 말이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하필이면 잡힌 물소가 자기라니, 그게 바로 운(苦運: 씁쓸한 운)이다.

또 어떤 사람은 교통경찰에게 속도위반으로 걸렸다. 선처해달라고 애원하자, 경찰이 하는 말, “안 됩니다. 한 사람 잡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십니까? 당신을 잡기 위하여 다섯 시간이나 걸렸어요. 요즘 운전자들이 여간 영악한 게 아니에요. 어떨 때는 하루 종일 기다려도 한 사람도 못 잡아요. 그러니 그냥 보내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도 실적을 올려야 해요”이는 교통경찰의 입장에서는 노력이요, 걸린 사람에게는 불운이 아닌가?

한 사람은 양산 만드는 기술을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나막신 만드는 기술을 익힌 것은 노력이나, 그 후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나막신바치가 망한 것은 운(乾運:날씨가 건조한 운)이다. 운이 말라버린 것이다. 부지런한 종갓집 며느리가 수십 명분 대가족 김장을 때맞추어 마친 것은 노력이요, 이상 기후로 그해 겨울이 너무 따뜻해서 김치가 죄다 일찍 시어버린 것은 운(氣運: 기후의 운)이다.

열심히 운동도하고 소식(小食)하며 육식을 줄인 것은 노력이나, 하필이며 캐나다 여행 중에 별미라고 하여 모처럼 먹은 쇠고기 스테이크로 광우명에 걸려 요절한 것은 운(狂運:미친 병)이다. 광우병을 피해 먹은 오리고기로 조류독감에 걸려 죽는 것도 운이되 이는 비운(飛運:날개 달린 것을 먹은 운)이 아닌가? 더욱이 다 같이 먹었는데 자기만 걸렸다면 더욱 고약한 운이다.

활을 쏘는데 하필이면 그때 바람이 불어 화살이 과녁을 비껴 날아갔다. 이를 바람이 미쳤다고 하는 광비운(狂飛運)이라고 해야 할까?

교회나 절에 다니면서 열심히 십일조도 내고 절에 보시도 많이 하면서 살아가는데 그런 사람이 길을 가다 보도로 돌진한 벤츠에 치여 죽은 것은 운이다. 알고 보니 그 차는 무보험에다가 빚만 잔뜩 있는 사람이었다면, 피해자는 보상받을 길이 없으니 유족은 지독히 운이 없는 것이다. 이런 운을 벽운(霹運)이라 불린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번 것은 노력이요, 그 돈으로 모처럼 쇼핑하러 간 백화점이 무너진 것은 운이다. 이는 압운(押韻:깔려 죽는 운)이다.

두 사람이 밭에서 일하던 중에 한 사람은 수박만 한 운석이 자기 발밑에 떨어지고, 다른 한 사람은 자기 머리 위에 떨어졌다. 두 사람이 밭에 나가 열심히 일한 것은 노력이고, 발밑에 떨어진 운석으로 횡재(橫財)를 하는 것과 머리위에 떨어진 운석으로 횡사(橫死)를 하는 것은 운이다. 다음에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