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내가 가장 잘 한 일
아침을열며-내가 가장 잘 한 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7.04 18:52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내가 가장 잘 한 일


조금 신경 쓰여서 돌이켜보면 후회되는 일 투성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후회되는 일은 큰 아이 키우면서 너무 매를 자주 들고 독하게 매질한 일이다. 그 일로 작은 아이도 가볍기는 하지만 애정결핍증이 깃들어 애를 먹고 있다. 이 일은 내 인생을 두고 풀어가야 할 숙업이다. 또 엄마를 밀었던 일, 동생을 때렸던 일, 언니를 때렸던 일…아, 그러고 보니 나는 남이나 가족을 폭행하고 폭언한 일이 너무 많았다. 후회되는 일들이 모두 그런 일이다. 전생에 레슬러였나? 그래서 이생에서까지 그 버릇을 못 버리고 이렇게 참담한 악업을 쌓고 있나? 참 기가 막힌다.

그런 저런 악업에도 불구하고 내가 안 죽고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건 아마도 선업을 조금이라도 쌓았지 않았나 하고 조심스럽게 계산을 해본다. 그 못된 짓거리를 하긴 했는데 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을 폭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누군가 누군가를 모욕했을 때 참지 못하고 화를 낸 것 같다. 물론 자식들은 훈육 차원이었지만. 내가 아이였을 때 어른을 상대로 된통 싸웠던 적도 있는데 그런 경우엔 여지없이 책임감과 정의감 때문이었다. 예컨데 이웃이 자기 아이를 보라고 했는데 그 아이를 그 어른이 지청구를 하며 구박했을 때 나는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인생이라는 건, 삶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지구 전부가 하나의 생명체라는 말은 너무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생명은 살아있는 상태를 말하는 거라면 전 지구는 살아있는 상태이다. 살아가는 관성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는 삼라만상 우리가 모여서 이뤄진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계속 살아있으려는 관성이 작용된다. 결국 우리가 웬만큼만 노력해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극성스럽게 살자고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주검과 삶 중에서 삶 쪽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생명을 해치는 일인 폭행마저도 상쇄하는 것이 생명의 작용이다. 마치 도도한 강물이 어느 정도의 더러움은 스스로 자정작용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 죽을 만큼 죄를 지었다면 얼마나 죄를 지속했단 말인가. 감옥에 갈 만큼 나랏돈을 해먹었으면 대체 얼마를 해먹은 거야! 죽도록 술을 마셨다면 정말이지 답이 없다. 암튼 삶이란 건 아주 미세한 핑계만 있어도 살아있게 한다. 게다가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삶 쪽으로 움직여주면 절대로 죽음은 면할 수 있다. 타인과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꾸준히 지속하면 분명 성공한다.

그렇게 많은 악업에도 내가 망하기는커녕 말년에 슬슬 인생이 풀리기 시작한 것만 봐도 그것은 명백히 증명된다. 게다가 나는 아주 잘한 일이 있다. 그게 뭐냐면 둘째를 낳은 일이다. 내가 둘째를 낳은 이유는 첫째 아이가 너무 외로워해서였다. 실은 둘째를 가질 무렵이 가정 어려운 시기였다. 그러니 더더욱 큰 아이에겐 친구가 없던 것이다. 누가 가난한 집 아이와 놀게 하겠는가.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게 큰 아이에게 영구적인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거였고 마침 당장 돈이 드는 일도 아니었잖은가? 그래서 둘째가 태어났다. 예쁜 딸이었고 지금까지 넘 행복하다.

둘째를 낳은 일이 갈수록 잘한 일이었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나라를 위해서도 일단 기본은 했다. 셋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다. 덜 외롭게 해주었으니 두 아이들에게도 평생 큰 소리 땅땅 칠 수 있다. 사회를 향해도서 땅땅 큰 소리 칠 수 있다. 이게 자비다! 라고 말이다. 아직 생산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귀띔해주고 싶다. 아이를 셋은 낳아 잘 키우라고, 그게 길게 길게 남는 장사라고. 정히 어려우면 둘은 꼭 낳으라고. 힘들다며 하나 달랑 낳아 놓으면 그게 피차 못할 짓이라고. 무자식 상팔자라며 아예 안 낳는 사람들? 그게 어떻게 상팔자냐, 하팔자지! 함께 행복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