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운무로 덮은 밀양 천황산
아침을열며-운무로 덮은 밀양 천황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7.09 18:1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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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운무로 덮은 밀양 천황산


7월 1일 산청 산사랑회에서 주관하는 산행에 참여했다. 목적지는 밀양 천황산이다.

아침 7시 20분에 공설운동장 1문 앞에서 차를 타는 우리 내외는 김밥을 사서 바쁘게 모임 장소로 갔다. 두 군데를 거쳐서 오는 차에는 우리까지 26명의 인원이 참여한다고 했다. 2번이나 같이 산행에 참여한 우리는 낯이 익은 사람들이 많아 인사를 하고 차의 뒤편으로 자리를 잡았다. 차는 남해고속도로를 거치고 밀양방면 25번 국도와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얼음골 케이블카로 가는 24번 국도를 달려서 일찍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 승강장에 도착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티켓을 끊어놓고 가까이에 있는 호박소를 다녀왔다. 가뭄탓인지 물이 적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깊게 파인 암석에 가득 고인 물은 맑기가 그지없어 바닥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어디가나 인증샷은 필수다. 모두들 기념사진으로 인증샷을 찍고 내려와 첫 케이블카를 탔다. 50명의 정원인 케이블카엔 거의 정원 가까이 탔는데 10분이면 상부승강장에 도착한다고 한다. 중간 쯤 가니 운무가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한다.

안내방송에서 들려주는 대로 건너편의 백운산을 바라보니 하얗게 보이는 바위가 마치 호랑이 모습이다. 백호바위라고 한다. 능동산에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있는 상부승강장에 다다르니 온통 운무로 뒤덮인다. 날씨가 좋으면 주위에 보이는 풍경이 그야말로 절정이라고 하는데 아쉽다. 데크로 길을 잘 만들어 놓았는데 하늘공원을 조망하는 곳에서는 운무로 인하여 마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 수밖에 없이 눈으로는 직접 볼 수 없었다.

천황산 정상인 사자봉을 오르는 길은 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사열하듯이 하늘을 막고 서 있었다. 햇볕이 내리 쬐도 하늘의 구름 한점 볼 수 없이 오를 수 있을 듯한데 이날따라 운무가 더위를 식혀 주며 산행을 신비롭게 만들고 있었다.

중간에 조금 너른 빈 공간이 있어 쉴겸, 뒤에서 오는 회원을 기다려서 함께 갈겸 해서 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면서 쉬었다. 산행길 주위에는 싸리꽃이 붉게 피어 우리를 반기고 운무 사이의 자그만 나무에서는 자그마한 산새가 예쁜 목소리로 천상의 노래를 들려준다. 드디어 사자봉(1189)에 오르니 정상 표지석이 우리를 반겨 준다. 표지석 옆에는 커다랗게 돌탑을 쌓아서 놓았다. 날씨가 그렇게 맑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조금 이른 시간인지 정상을 오른 사람들이 많지가 않다. 우리 회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기념사진을 찍고 우리는 천황재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올라온 반대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데크 길로 내려오니 바람이 제법 분다.

드디어 천황재 쉼터에 도착하니 아직 피지 않은 푸른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를 한다. 모두들 둘러 앉아 가지고온 김밥이며 과일이며 반주 조금을 나누어 먹으니 기분이 업그레이드된다. 이런 재미로 산에 오는 건가…점심을 먹고 나니 빗방울이 똑똑 우리들에게 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은 내원암 방면이다. 조금 내려오니 길옆에 있는 옹달샘이 더 반갑다. 누군가 갖다 놓은 그릇이 산을 오르는 사람을 배려하는 산의 마음을 담아 놓은 것 같다.

하산을 하는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라 미끄럽고 힘이 든다. 어쩐지 더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내원암에 도착하니 화장실을 먼저 찾는다. 산에서 참고 기다려온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표충사로 행하니 길이 넓고 좋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라 표충사의 사리탑을 먼저 본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산세와 어울리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효봉대선사의 사리탑이 더욱 숙연하게 한다. 표충사 경내로 들어온 우리는 주변의 건물을 둘러보며 흥덕왕 셋째 왕자의 풍병을 낫게 했다는 영정약수를 한 모금 마시며 갈증을 해소한다. 뒤에 오는 회원을 기다리며 경내를 둘러보기도 하고 불전에 들러 기도도 드리기도 하고, 시원한 누각에서 잠시 쉬기도 하였다. 마지막 회원들이 쉬지도 않고 그대로 차가 있은 곳으로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표충사 관광지 주차장까지 걸어서 내려갔다. 15시 50분, 진주로 오는 관광버스에 몸을 실으니 피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한 달에 한 번 오르는 산행이지만 삶에 활력소가 되고, 몸에 쇠진되었던 기운이 보충되는 듯하다. 벌써 다음 달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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