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함안소방서장(행정학 박사)-“여름철,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안전불감증”

최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물론 가뭄 몸살을 해갈해 줄 단비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폭우로 인한 안전사고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이번 장마는 한반도 기압배치가 달라진 탓으로 평년보다 약간 늦은 7월초에 시작되어 전국 각 지역에 내리고 있으며, 시간당 최대 250mm이상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소방관서와 유관기관 등에서 우천시에는 하천이나 강가 접근을 통제하고 안전요원을 배치하며 안전수칙을 홍보하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는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4일에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천에서 복계 구조물 보수·보강 공사를 하던 인부 4명이 폭우로 인해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면서 1명은 구조되었으나, 3명이 실종되었다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또한 이달 8일에도 충북 진천군 문백면 일대에서 순찰중이던 의용소방대원들의 진입 제지에도 불구하고 농다리를 건너다가 폭우로 불어난 하천물에 빠져 관광객 2명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있었다. 통제를 무시하고 무모한 행동이 불러온 사고였다.

지난 1998년 지리산에서 폭우로 인한 대참사의 사건이 있었다. 지리산 일대 지방에 내린 대규모 게릴라성 100mm의 호우로 인근 야영중이었던 수십명의 피서객들이 급류에 휩쓸리며, 지리산 일대에서만 전체 사망 68명과 실종자10명이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도 대피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대원들이 대피를 유도하였으나, “당신들이 뭔데 나가라 마라 하느냐”는 등의 항의를 하면서 통제를 무시하다 인명사고가 많아졌다.

집중호우는 여러 지점 또는 한 지점의 호우가 끝나면 다른지점에 집중하여 내리는 현상이며, 마치 전쟁중에 예상치 못한 지점에 출몰하는 소규모 게릴라부대와 같이 폭우가 쏟아지는 것이며, 많은 피해를 가져오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사계절이 뚜렷하지 않고,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면서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접하고 있다.

특히 게릴라성 호우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우리에게 언제든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우리가 안전수칙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 폭우가 쏟아지면 짧은 시간에도 급격히 물이 불어나기 때문에 안전사고 위험성이 높은데도‘설마’하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방심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여름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휴가철의 풍수해사고 안전수칙으로는 첫 번째 계곡이나 강가 등 물 근처의 장소를 정할 때는 가급적 산간계곡 야영을 피하고 지역의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우천 시 고지대로 대피해야한다.

둘째, 주택주변 침수우려가 있는 장소의 하수구와 배수구는 미리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특히 저지대에 배수로 또한 역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침수나 산사태 위험이 큰 지역에서는 대피장소나 비상연락 방법을 숙지하고 사태 발생 전 대피방송이나 대피요원의 통제에 잘 따라야 한다.

‘방심과 안심은 종이 한 장 차이다’라는 말이 있다. 안전하다고 믿으며 방심하는 것이 사고를 불러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 우리의 주변은 항상 위험과 마주하며, 사고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자각하며 예방을 최우선 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안전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만 사고에서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